병역 기피의 ‘국익 저해’ 해석 갈리면서 판세 바뀌어…21년 만에 한국길 열릴지 주목
11월 30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유 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 사유를 포함하지 않을 경우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1997년 데뷔한 유 씨는 '나나나' '열정' '가위' '비전' 등 다수의 히트곡을 선보이며 전세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톱 가수였다. 인기가 절정이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때가 되면 남자는 군대에 가야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군복무에 대한 열정을 보여 왔으나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사실이 확정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낳았다. 비난 여론이 사회 현상이 될 정도로 뜨거워지자 정부는 유 씨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후 유 씨는 만 38세가 된 2015년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 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옛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더라도 38세가 되면 재외동포 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총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유 씨는 이를 취소해 달라며 첫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에서는 국군 장병의 사기 저하와 병역 기피 풍조 만연 우려 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당시 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2002년 법무부의 입국금지결정만을 사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유 씨는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LA 총영사관이 "유 씨의 병역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발급을 재차 거부하자 유 씨는 2020년 10월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앞선 재판과 마찬가지로 유 씨의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에서는 옛 재외동포법 '병역규정'에 따라 유 씨가 만 38세를 넘었다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외교관계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의 21년 전 병역 기피가 현재의 한국 국익을 해칠 만큼의 '테러'에 준하지 않으므로 현행법상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게 2심의 해석이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서 앞으로 정부는 유 씨에게 내린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영사관 재량으로 세 번째 발급 거부가 나올 수도 있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비자를 발급할 경우 유 씨는 2002년 법무부의 입국 금지 후 21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