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김용 징역 5년 실형, 법원 ‘유동규 진술’ 인정…불법정치자금·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악재 줄줄이
무엇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진술에 대해 법원이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을 받은 것이 유의미하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이었던 김용 전 부원장이 5년이 나왔다면, 윗선인 이재명 대표는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하명수사 사건 재판 관련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는 등 민주당을 둘러싼 ‘재판 리스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동규 진술 신뢰할 수 있어” 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1월 30일 정치자금법 위반·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 측근들 중 첫 선고였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하며 “수수한 정치자금은 (이 대표의) 경선준비 등 공적 정치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일정액이 소비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 경선을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또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공무집행 하는 데 있어서 사회 신뢰를 훼손했다”며 “정치자금법을 위반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정구속까지 이뤄진 이유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 때문이었다.
같은 날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에게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을 건넨 쪽이기 때문에 ‘대향범 법리’에 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대향범 법리란 기부자와 수수자는 서로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범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인데, 불법정치자금을 준 사람(유동규)과 받은 사람(김용)은 공범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지지부진한 수사 분위기 속 검찰에게는 ‘긍정적인 시그널’이었다. 특히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을 ‘높게 산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용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 측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재판 내내 맞섰고, 이재명 대표 측도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해 왔었다.
하지만 법원은 “일부 일시 등에 부정확한 진술이 있긴 하였으나 1년 이상 지난 일을 더듬어 진술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본질적 차이”라며 “범행 주요 부분과 관련해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으며, 진술과 배치되는 객관적 자료가 드러나지 않았고, 정치자금 전달 당시의 감각적 경험에 대하여 세밀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신빙성이 낮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동규 전 본부장 외에 정민용·남욱 변호사의 진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원홀딩스에서 자금을 받아가는 김용 전 부원장의 모습을 보았거나 자금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스피커폰으로 들었다는 부분에 대한 진술 등 본인이 경험하지 않았으면 허위로 작출해내기(만들어내기) 어려운 구체적인 묘사를 하고 있어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선고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수혜자는 이재명 대표”라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재명 대표를 위한 도구였다. 저도 그 안에 있을 때는 발을 깊숙이 넣은 줄 몰랐다.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탄력받는 검찰 수사, 커지는 재판 리스크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사실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 수사는 난항이 계속됐다. 보강수사 결정이 내려진 ‘대북송금 의혹’은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이 과정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이정섭 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비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수사를 받게 됐다. 후임으로 안병수 수원지검 2차장검사 직무대리가 임명됐지만 민주당은 안병수 검사에 대해서도 비위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첫 핵심 관계자의 재판에서 예상보다 중형이 선고되면서 검찰의 수사는 ‘명분’을 얻게 됐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김동희 부장검사)는 선고 4일 뒤인 12월 4일 경기도청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팀 입장에서 거물 정치인에 대해 ‘죄를 입증하면 재판부가 인정해준다’는 확신이 있으면 큰 동력이 된다”며 “야당이 검사 탄핵 등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핵심 관계자의 중형 선고, 또 핵심 인물의 진술 신빙성 인정은 검찰에게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미 검찰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표는 잇따른 재판을 통해 정치적으로 힘들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며 “당장 내년 상반기 중에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판단이 나오면 사법 리스크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표는 매주 1~3번의 재판이 잡혀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격주 금요일에는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심지어 법원이 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대장동 재판과 별도 심리하기로 하면서 재판 출석일이 추가됐다. 12월 둘째 주 중에는 11일(월)과 12일(화), 15일(금) 출석이 예정돼 있다.
#민주당 둘러싼 잇따른 유죄 판단
민주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주목해 봐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여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민주당의 경우 불법정치자금이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권력형 범죄의 성격이 있어 지지율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평이다. 최근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 등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국가 형사체계의 핵심인 경찰 수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황운하 의원 등은 “정상적인 수사”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송 전 시장 측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이 공모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도 징역 2년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할 경찰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하고, 국민들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개입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선거 전 수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경찰들을 좌천시킨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직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12월 4일에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캠프에 5000만 원을 건넨 스폰서 사업가의 재판도 열렸다. 재판에는 보좌관 출신인 박 아무개 씨에게 5000만 원을 건넨 의혹을 받는 스폰서 사업가 김 아무개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6월 6일 경기도 양평의 한 식당에서 열린 선거캠프 해단식에 참석했는데, 송 전 대표가 ‘여러 가지로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캠프에 5000만 원을 전달한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금 지원에 대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첨언했다.
검찰은 검찰 소환 조사 등 송 전 대표를 상대로 돈 봉투 조성과 살포 전반에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영장 청구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전에 이뤄진 사건들이 유죄가 나오고 있는 것이고, 출범 후 이뤄진 수사들도 있기 때문에 민주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총선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