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세 유행’ 의료인력 태부족, 폐렴까지 퍼지면 대란 올 수도…아동병원협 “정부 손놓고 있을 때 아냐”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중국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중국 정부에 관련 정보 제출을 공식 요청했다(2023년 11월). 중국 후베이 성 우한 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집단 발생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긴장하고 있다. WHO는 병원체 확인을 위해 균 배양 작업에 돌입했는데 최종 병명 확인에는 1~2주가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2020년 1월).
최근 마르코 루비오 의원 등 공화당 소속 의원 5명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알 수 없는 호흡기 질환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니 미국과 중국 간 여행을 제한해 달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2023년 12월). 미국이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 성 우한 시에 여행경보 1단계인 ‘주의(Watch)’를 발령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우한을 찾는 경우 살아있는 동물이나 사체에 접근하지 말고 환자와도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2020년 1월).
2020년 1월과 매우 유사한 분위기가 2023년 12월에 반복되고 있다. 중국에서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부분이 가장 비슷한 부분이라면 질병의 실체가 파악돼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2020년 1월에는 ‘원인 불명의 폐렴’이 유행하면서 그 실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밝혀졌고 ‘우한폐렴’으로 불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됐다.
반면 지금 중국에서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을 비롯해 인플루엔자, 라이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이 문제다. 특히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국 당국은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해 호흡기 질환 감염 빈도가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감염을 통해 형성되는 항체가 감소하면서 자연 면역력이 크게 줄어 ‘제로 코로나’ 정책 중단 뒤 첫 겨울에 호흡기 질환 대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중국의 환자 수 증가는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계절에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환자 수의 변동”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할지라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유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마이코플라즈마 세균이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서 더 강력해졌다는 의학계의 분석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역시 현재 중국에서의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 급증의 원인이 항생제 내성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마이코플라즈마 세균에서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감염 환자들의 중환자실 입원 확률이 5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최근 서울대학교의 연구 결과에서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입원 환자의 내성 비율이 78.5%까지 증가했다고 나왔는데 3종류는 이전에 없던 신종으로 밝혀졌다.
마이코플라즈마 세균의 항생제 내성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뤄져 왔다. 2022년 10월 김경훈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동안 연구된 2만 7408개의 샘플을 바탕으로 항생제 내성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비율을 조사해 마이크로라이드 내성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2000년 18.2%, 2010년 41.0%, 2019년 76.5%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서태평양 지역 내성 비율이 53.4%로 동남아시아(9.8%)나 아메리카(8.4%)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 일본, 대만, 한국 순으로 항생제 내성 비율이 높게 나왔는데 바로 중국에서 최근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중국 인접국인 데다 항생제 내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서태평양 지역 국가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3주 차(11월 12~18일) 전국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 218곳에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 수는 230명이다. 10월 4주 차 126명에서 11월 1주 차 173명, 11월 2주 차 226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일주일 동안 환자수가 230명이면 적게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질병청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표본 감시 의료기관을 2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급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나 독감 등 소아 감염 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하는 곳은 아동병원”이라며 “소아감염 표본 감시 의료기관에 아동병원이 포함돼야 보다 정확한 환자 표본 감시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주로 5∼14세에서 유행하는 질환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으로 평소에도 대기가 긴 소아청소년과에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까지 급증하면 의료대란이 올 수도 있다.
12월 4일 대한아동병원협회는 긴급 성명을 통해 “인도, 대만 등 인접국은 최근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비상인데 우리나라 보건 당국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소아 감염병은 학교나 유치원 등 등교를 비롯한 집단생활이 불가피해 초기 대응이 부실하면 유행이 한순간에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유행 단계는 아니지만, 소아청소년 진료 현장은 필수 인력이 부족한 데다 최근 독감 등 각종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급증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까지 유행하게 되면 소아진료 대란이 올 것”이라며 “정부는 아직 유행 수준이 아니고, 신종 전염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지금도 진료 대기시간이 3~4시간은 기본인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까지 유행하게 되면 환자와 보호자들의 고통은 감당하기 힘든 상태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