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의대 집중반’ 신설 등 맞춤 프로그램 준비…킬러 대신 새 고난도 문항 등장 ‘풍선효과’ 주시
이에 입시업계 전문가들은 ‘호재’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칫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는 등 사교육 억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의도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대 3953명까지 의대 정원 확대
보건복지부는 11월 21일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40곳이 2030학년도까지 입학 정원을 최대 3953명 증원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 폭은 2025학년도까지 최소 2151명에서 최대 3953명, 2030학년도까지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이다.
일요신문에서 정원 50명이 안 되는 이른바 ‘미니 의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단국대(천안)는 현재 인원 40명에서 80~100명 정도 증원을 요구했고, 충북대학교는 현재 49명에서 적게는 120명, 많게는 170명까지도 증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동아대, 건국대(글로컬), 울산대, 건양대 등이 2배 이상의 증원을 희망했다.
#의대 준비 범위 3등급 초반까지 확대
의대 정원이 순차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 백분위 점수(한 주어진 집단의 점수 분포상에서 한 개인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는 점수)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명 증원 시 현재보다 국어, 수학, 탐구 백분위 점수는 300점 만점 기준 3.9점 하락한다고 예상했다. 4000명까지 증원 시 6.9점까지도 하락한다고 예상했다.
의대 정원이 증원됨에 따라 수험생이 노릴 수 있는 대학이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약 4000여 명이 증가됨에 따라 최상위권 이공계 학생들이 지방 의대를 목표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는 단순히 의대를 목표로 한 수험생에게만 영향이 가는 게 아니라, 수험생 전체에 연쇄적 이동이 불가피하다”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5개 대학 이공계 신입생이 6000여 명 수준인데, 이 가운데 상당수에게 지방 의대도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셈”이라고 했다.
상위권 이공계 학생들이 정원이 확대된 의대를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그 아래 성적권에 해당하는 수험생들이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어 “현재 1등급이 의대 준비 집단 범위라면 의대 정원 증원에 따라 범위가 2등급에서 많게는 3등급 초반까지도 넓어질 전망”이라며 “경쟁력이 약한 대학의 경우에는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집중반’에 ‘반수 의대반’까지 신설되나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 결과 발표에 입시 학원가는 술렁이고 있다. 킬러 문항 배제와 의대 정원 확대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물론이고 N수생, 반수생까지 늘어나 사교육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종로학원은 2023학년도까지는 없었던 ‘의대 집중반’을 2024학년도부터 신설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현재 의대 맞춤형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라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원가에서는 웬만한 최상위권 반은 의대 집중반으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반수생을 위한 반수 의대반도 신설될 것 같다”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소식에 “입시학원가에 호재”라며 “당분간은 의대 열풍이 불 듯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의사 임금 감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의대 열풍도 자연스럽게 식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교육 부담, 과연 줄어들까
정부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킬러 문항 배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수능은 이른바 ‘불수능’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가채점 결과 고3 재학생 중에서 수능 만점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재수생 중에서도 만점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13년 만에 ‘만점자 0명 수능’이 된다.
‘킬러 문항은 없어도 변별력 있는 수능’이라는 목표는 달성한 듯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풍선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사라진 킬러 문항 대신 새롭게 등장한 고난도 문항에 대비하는 사교육이 생겨나며 풍선효과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서 문제가 길어져 글을 빨리 읽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이젠 학생들이 속독학원까지 가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의대 정원 확대까지 더해졌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최상위권 학생과 N수생, 이미 대학에 입학한 반수생까지 대거 몰리면서 사교육 시장이 더욱 팽창할 전망이다. 입시업계에서 의대 집중반이나 반수 의대반을 신설한다면 많은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휴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