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일관 김용, 만일 사용처 관련 입 연다면…일각선 무죄 받은 유동규 전철 밟을 가능성 제기
#김용 1심 판결문 살펴보니
11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부원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다고 보고 김 전 부원장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통해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총 6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용은 2020년 7월부터 이재명 대선 경선캠프 구성을 준비하기 시작해 2021년 6월 22일 14개 직능본부 36개 위원회로 구성된 ‘공명포럼’을 발족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용은 이 같은 정치 활동 관련 정치자금이 필요하자 유동규에게 이재명 대선 경선을 위한 정치자금을 요구했다. 유동규는 김용의 요구를 남욱에게 전달했고, 남욱은 유동규를 통해 김용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불법 정치자금 6억 원을 3차례에 걸쳐 수수한 정황은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2021년 5월 3일경 김 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정치자금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았다. 2021년 6월 8일경에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 차량을 정차한 뒤 3억 원을 받았다. 2021년 6월 하순경 내지 7월 초순경에는 경기도청 인근 도로에 차량을 정차한 뒤 2억 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대부분 일치하고 차용증과 차량 하이패스 등의 객관적 자료가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며 “김 전 부원장의 알리바이 주장은 객관적 자료와 배치된다”고 유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 뇌물 혐의는 1억 9000만 원 중 7000만 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뇌물 혐의액 중 1억 원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봤지만, 직무 관련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2013년 설·추석 무렵 전달했다는 2000만 원도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자체의 위법, 부당한 업무추진을 견제하는 책무를 핵심으로 수행해야 하는 지방의회 의원 김용과 개발사업을 관장하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 유동규가 민간업자 사이에서 장기간에 걸쳐 인허가 등을 매개로 금품 수수를 통해 밀착해 유착한 일련의 부패 범죄”라며 “지역주민과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 재점화
김용 전 부원장의 1심 실형 선고로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수수한 정치자금은 경선준비 등 공적 정치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일정액이 소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진술 등을 바탕으로 김 전 부원장이 받은 돈이 이 대표 대선 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봤다.
이런 판단을 근거로 이재명 대표 측이 예비경선 후보 등록일인 2021년 6월 28일 이전부터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 2곳을 운영한 점을 들었다. 김 전 부원장은 임차 관계나 그 비용을 정확히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지만, 재판부는 무료로 제공됐다고 볼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선 준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자발적인 자원봉사와 각출로 해결됐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경선 준비 규모 등을 볼 때 그런 방식으로 해결될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자발적 자원봉사만으로 경선준비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인원 및 비용이 필수적으로 소용되는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비용 결제 내역, 금융 지출 내역 등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김 전 부원장 측 주장을 배척했다.
검찰이 이번 판결을 발판 삼아 김 전 부원장에 건네진 금품의 사용처에 대해서 수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품이 이재명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이 대표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428억 원을 받기로 약속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검찰 수사가 이 대표 대선 자금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사용처 관련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재판부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구체적 사용처나 배분 대상·방법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선 김용 전 부원장과 상의한 적이 없고, 오히려 남욱 변호사와 수시로 연락했다는 점에서 기부 공범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유 전 본부장을 김 전 부원장 ‘수수’ 공범으로는 처벌할 수 없단 것이다. 즉, 김 전 부원장이 정치자금을 수수해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말하지 않는 이상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불법 정치자금 공여 사건에선 명확한 물증이 없는 경우가 많고, 공여자의 구체적인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모르쇠로 일관해온 김용 전 부원장이 실형 선고 후 입을 여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 전 부원장이 유동규 전 본부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혐의를 부인하던 유 전 본부장은 2022년 9월 심경 변화로 적극적인 진술에 나섰다. 그렇게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김 전 부원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결받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12월 4일 김 전 부원장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했다.
#대대적 공세 나선 비명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비명계에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11월 30일 이 전 대표는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에서 중지를 모으고 결단해야 할 것은 결단해야 한다”며 사실상 이재명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12월 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선 김용 1심 유죄 판결에 대해 “국민 평균만큼이라도 깨끗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게 그렇게 어렵냐”라며 이 대표를 향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와 당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히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11월 30일 친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민주주의 실천행동’은 “김용 전 부원장의 유죄 판결은 민주당의 도덕적 붕괴를 상징한다”며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전원 사퇴하라”라고 입장문을 냈다.
12월 3일 이낙연계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부원장의 유죄 판결이란 것이 결국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와 연동될 수 있고 내년 총선에 민주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위기를 타파할 카드로 ‘험지 출마’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그동안 비명계는 이 대표가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 중진들도 그 뒤를 따를 것이라며 험지 출마를 요구해왔다.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고향인 경북 안동 출마한다면 자신도 험지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친명계에선 이 대표의 험지 출마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