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레어파트너스, 케이엔터 통한 제작사 편법 인수 의혹…최평호 회장 “지금은 패키징해서 가는 단계”
쏠레어파트너스는 국내 영화 업계 큰손으로 불리는 투자사다. ‘극한직업’ ‘기생충’ ‘범죄도시2’ 등 작품에 투자사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2023년 쏠레어파트너스는 모태펀드 정시 출자사업사로 선정되며 입지를 공고히 했다. 투자사로서 정부 인증을 받은 셈이다. 12월 6일 기준 527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은 ‘서울의 봄’에도 투자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행보다.
케이엔터홀딩스는 미국 나스닥 스팩 상장을 노리는 블루칩이다. 여기엔 한국 영화계의 내로라하는 제작사들이 한 배를 탔다. 비단길, 앞에있다, 더램프픽쳐스, 안자일렌 등이 K-콘텐츠 연합기업 케이엔터홀딩스에 합류할 전망이다.
제작사 비단길은 ‘추격자’ ‘승리호’ 등을 제작해 이름을 알렸다. 더램프픽쳐스는 ‘택시운전사’ ‘말모이’ 등 흥행 작품을 제작했다. 앞에있다는 ‘카터’ ‘악녀’ 등을 만든 제작사다. 안자일렌은 ‘육룡이나르샤’ ‘모범택시’ 등을 제작한 드라마 제작사다. 이런 유수 제작사들이 케이엔터홀딩스에 모여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복수의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케이엔터홀딩스는 앞서 언급한 K-콘텐츠 업체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연합 기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제작사들이 케이엔터홀딩스 측으로 몇% 지분을 넘겼는지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인수에 필요한 지분이 50% 이상일 경우 잡음이 나올 수 있는 까닭이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5조의 4항엔 중소기업창업투자(VC) 행위 제한 항목 중 하나로 중소벤처기업부령으로 정하는 ‘경영지배 목적 투자 행위’가 명시돼 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0조에 따르면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특수관계인 포함)가 투자기업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또는 출자지분 총수 50%를 초과해 소유하는 경우는 제한된다. 같은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임직원이 투자기업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것도 제한 행위 중 하나다.
업계 일각에선 케이엔터홀딩스를 둘러싼 편법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한 제보자는 “케이엔터홀딩스와 쏠레어파트너스 운영진이 동일하다”면서 “VC인 쏠레어파트너스가 케이엔터홀딩스를 통해 국내 유명 제작사들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이 제보자는 “쏠레어파트너스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정 기업 지배권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벤처창업투자기업이 M&A에 뛰어들면 시장 질서가 흐트러진다”고 주장했다.
쏠레어파트너스는 최평호 회장이 이끄는 유한책임회사다. 최 회장은 CJ CGV 창립멤버이자 CJ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본부장 출신이다. 법인등기부상 최 회장은 쏠레어파트너스 대표업무집행자로 등기돼 있다. 함께 업무집행자로 등록된 이는 이영재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은 싸이더스 FNH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쳤다. KT에서 요직을 거친 이력도 있다.
케이엔터홀딩스는 본점을 미국 델라웨어주에 두고 있는 미국 법인이다. 본점 주소지엔 평범한 미국 주택이 위치해 있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 주소지는 법인 등록 에이전시의 주소지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형적으로 실소유주를 뒤에 둔 페이퍼컴퍼니”라고 귀띔했다.
케이엔터홀딩스는 2023년 5월 19일 한국 영업소(지점) 등기를 마쳤다. 한국 지점 대표는 이영재 쏠레어파트너스 부사장이다. 케이엔터홀딩스 한국 지점 주소는 쏠레어파트너스와 같다.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소재다.
앞서의 제보자는 “쏠레어파트너스는 국내법 관할 VC고, 케이엔터홀딩스는 미합중국법에 근거한 미국 법인”이라면서 “케이엔터홀딩스는 VC가 외국 법인을 통로로 삼아 국내 법인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행위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법상으로 케이엔터홀딩스를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반대로 미국에선 상장이 가능하다. 업계 질서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케이엔터홀딩스 산하에 쏠레어파트너스가 들어가면, 쏠레어파트너스 경영진이 케이엔터홀딩스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라면서 “이는 VC의 다른 기업에 대한 지배권 확보를 법적으로 금지한 국내법 위반까지는 아니더라도 법 취지 자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연합기업이라고 하지만, 제작사들 지분을 흡수하면서 콘텐츠를 실질적으로 제작하는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대주주인 개인들이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아닌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K-콘텐츠 위상을 담보로 투자자가 몰리는 것인데, 이것이 엔터업계 본질적 발전 대신 금융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향후 국제무대에서 K-콘텐츠 관련 사업 신뢰도가 떨어질 리스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정부 자금을 받아 투자를 집행하는 쏠레어파트너스가 K-콘텐츠 제작사를 연합해 상장하는 것이 목표인지, 아니면 쏠레어파트너스 운영진들의 엑시트가 목표인지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스팩 합병 이후 지분율로 보이는 내용들이 명시돼 있다. 2023년 7월 작성된 것으로 파악되는 해당 문건엔 케이엔터홀딩스에 참여하는 7개 기업 지분이 명시돼 있다. 쏠레어파트너스는 케이엔터홀딩스 지분 1.96%를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케이엔터홀딩스 대주주 명단엔 최평호 회장과 이영재 부사장 이름이 있었다. 이들은 각각 스팩 합병 이후 기준 개인 대주주 중 최대 규모 지분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의 지분은 동일하게 5.96%로 명시돼 있다. 영화 제작사 4개 업체 지분율 총합보다 최 회장과 이 부사장 지분율 총합이 더 컸다.
또 다른 문건엔 케이엔터홀딩스가 7개 자회사 지분을 얼마나 취득할지에 대한 계획이 명시돼 있었다.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 4개 기업에 대한 지분 51%, 기타 1개 업체 지분 51%, 나머지 1개 업체 지분 100%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쏠레어파트너스는 95% 지분을 케이엔터홀딩스에 넘긴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쏠레어파트너스 대표업무집행자 최평호 회장은 12월 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쏠레어파트너스가 아직은 케이엔터홀딩스 소속으로 가 있지 않다”면서 “지금은 패키징해서 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케이엔터홀딩스 인수 대상 제작사들로부터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최 회장은 “그것도 정확히 잘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미국 상장사와 지분을 스왑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4대 로펌과 논의해서 가져가는 부분이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쏠레어파트너스 업무집행자이자 케이엔터홀딩스 한국지사 대표이사로 등기된 이영재 부사장은 12월 8일 통화에서 “제작사 인수 등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아직 계약이 완벽하게 완료가 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모든 계약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시점은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 승인을 받고 상장이 됐을 때”라고 했다. 케이엔터홀딩스 실소유주가 쏠레어파트너스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부사장은 “주주들이 다 분산돼 있으며 실소유주는 쏠레어파트너스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쏠레어파트너스 업무집행자와 케이엔터홀딩스 한국지사 대표이사직 겸직 여부와 관련해 이 부사장은 “등기를 떼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급여를 어디서 받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급여를 다른 곳에서 받으면 겸직이 맞는데, 아직 쏠레어파트너스에서 급여를 받고 있다. 계약이 완성되고 실행되려면 상장이 완료돼야 한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상장이 완료된 시점부터는 쏠레어파트너스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