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야기 속 같은 캐릭터, 부담? 꿀잼!…류준열→오승훈 바뀐 락 문제될 것 없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극단적으로 말하면 원호에게는 해방일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정말 고통스러운 여정의 끝에 느끼는 ‘난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허망감 같은 게 있었을 테니까요. 원호의 여정을 깊이 있게 조망해 보니 이 이야기가 그걸 풀어주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고 또 저도 그렇게 가길 원하기도 했어요. 사실 영화가 끝난 뒤엔 아쉬움보다 더 먹먹함이 생기더라고요. 이 캐릭터를 잘 떠나보내고 싶었다는 게 ‘독전2’를 선택한 제 주된 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고생한 원호에 대한 예의였을 거고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 선생’ 조직을 쫓는 형사 원호와 사라진 락(오승훈 분), 그리고 그들 앞에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 분)과 새로운 인물 큰칼(한효주 분)의 숨 막히는 전쟁을 그린 영화 ‘독전2’는 브라이언 체포 이후 사라진 락의 행방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마약 조직의 실체를 쫓는 원호의 마지막 수사를 이야기의 큰 줄기로 삼고 있다. 11월 17일,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선택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된 이 작품은 조진웅의 첫 ‘영화 시리즈’이기도 했다. 1편에서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원호의 집념을 부활시킨 조진웅은 2편에서 원호의 이 같은 집념과 여정이 메말라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첫 영화 시리즈 도전이었던 만큼, 5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똑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어쩌면 배우에겐 부담일 수도 있었다. 새로운 감독에 새로운 이야기, 심지어 일부 주역은 배우가 바뀌면서 전작의 팬들에게 위화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흥행 위험 요소’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켜야 하는 조진웅은 어느 누구보다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그는 “전혀 아니었다. 그냥 재밌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저는 원호를 계속 바라볼 수 있는 최초의 위치에 있잖아요. 그러니 연기가 재밌을 수밖에요(웃음). 모르긴 몰라도 전 인류 중에 조원호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저일 거예요. 사실 저도 시리즈 영화란 걸 처음 해 보다 보니, 같은 캐릭터를 다시 맡는다는 게 굉장히 독특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까마득하게 하나도 생각이 안 났는데 ‘독전2’ 시나리오를 딱 보고 나니까 1편 때 입었던 원호의 옷이 떠오른 거예요. 제 사이즈에 딱 맞춘 거라 의상 스태프가 ‘이건 누구한테도 안 맞아요, 선배님 거예요’하고 제게 줬는데 1편하고 2편 사이 이사를 두 번이나 해서 헌옷을 다 정리했는데도 제 옷장 안에 그게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걸 그대로 입고 엔딩장면을 촬영했죠.”
전작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서영락(락)은 2편에서 오승훈으로 변경됐다. 배우뿐 아니라 서영락이 마약 조직의 보스, 진짜 ‘이 선생’이었다는 설정 역시 2편에서 뒤집어지면서 전작 팬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설정 변화야 감독과 각본가의 문제라지만, 주역의 변경은 배우가 어지간히 연기를 잘 하지 않고서야 관객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바뀐 배우가 그 캐릭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를 상대하는 작품 속 모든 캐릭터의 노력도 뒷받침이 돼야 한다. 사실상 ‘독전2’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었던 셈이다.

새로운 얼굴, 새로운 이야기와 조원호로서의 마지막을 불태운 조진웅은 영화 ‘데드맨’과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을 통해 순차적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설 예정이다. 영화 ‘블랙머니’(2019)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개봉이 맞물린 ‘경관의 피’(2022), ‘대외비’(2023) 등이 손익분기점을 연이어 넘지 못하면서 흥행 성적표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한 만큼, 조진웅이 선택한 차기작들이 이 아쉬움을 달래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흥행 맛은 물론 아쉽죠. 하지만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닌 것 같아요. 흥행에 대한 관객들의 시선이나 인식도 시대의 기류에 따라 바뀔 것 같고요. 요즘 영화도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안방에서 바로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되니 흥행 공식이란 것도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 얼마가 들었다고? 그럼 봐야지’ 이게 아니라 ‘저 영화는 참 좋은 영화다’ 이런 감상이 선행된 뒤에 관객들이 모이게 될 거예요. 앞으로 좋은 영화는 본인 스스로 발견해 낼 수 있고, 꼭 관객 수가 영화 선택의 기준점이 되지 않는 시기가 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