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가까울수록 통짜, 남 ‘0.9’ 여 ‘0.85’ 넘으면 비만…매력 지표로도 주목, 중요한 건 크기보다 비율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값인 WHR은 BMI와 함께 건강 지표로 자주 사용되곤 한다. 특히 WHR은 복부비만 정도를 가늠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비만에 따른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살펴보는 데도 효과적이다. BMI보다 WHR이 75세 이상 노인들의 사망률을 더 효율적으로 예측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제는 BMI보다 WHR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건강뿐만이 아니다. WHR은 심미적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허리 대 엉덩이 비율에 따라 이성의 매력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최근 발표된 두 가지 연구에 따르면, WHR이 높을수록 이성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바꿔 말하면 허리와 엉덩이 둘레가 거의 비슷한 ‘통자허리’ 체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의 경우 허리-엉덩이 비율이 0.90 이상일 때, 여성의 경우 0.85 이상이거나 BMI가 30.0 이상일 때 비만으로 간주한다. 미 국립보건원 산하 ‘당뇨 및 소화기 및 신장 질환 연구소(NIDDK)'는 “일반적으로 복부 비만이 심한 경우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높게 측정된다. 심한 복부 비만은 여성의 경우 허리-엉덩이 비율이 0.80 이상, 남성의 경우 1.0 이상인 경우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BMI 대신 WHR로 비만을 정의할 경우 전세계적으로 심장마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세 배 증가한다. 요컨대 미국심장협회는 단순히 허리둘레나 체질량 지수만 측정했을 때보다 WHR을 측정했을 때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WHR은 스트레스와도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은 복부 지방이 많을수록 더 많이 분비된다. 복부 지방률이 높다는 의미는 내장 지방(간, 췌장, 대장 등 중요한 내장 기관 주변에 저장된 지방)이 많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따라서 코티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 지방 세포가 더욱 커지도록 자극된다.
정상 BMI에 높은 WHR을 가진 여성은 정상 WHR을 가진 여성에 비해 코티솔에 대한 반응이 증가하고 반복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미적으로는 어떨까. 캘리포니아 로마린다대학의 외과 전문의들이 1100명의 남녀를 모집해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엉덩이 크기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크기보다 더 중요한 건 ‘비율’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모두 미국 출신이었으며, 남녀 각각 절반씩이었다. 연령대는 25~34세 사이였다.
연구진들은 이들에게 디지털로 만든 8개의 서로 다른 여성의 엉덩이 사진들을 보여주고 어떤 엉덩이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선택하도록 했다. 허리-엉덩이 비율이 클수록 허리 주변에 지방이 많이 쌓인 체형으로, 이런 체형은 뒤에서 봤을 때 허리와 엉덩이 라인이 일자형에 가깝다. 반면, 허리-엉덩이 비율이 작을수록 허리 주변에 지방이 적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허리는 잘록하고 엉덩이는 풍만한 곡선 체형이 된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허리-엉덩이 비율이 0.65인 곡선 체형의 상당히 큰 엉덩이를 가장 매력적이라고 꼽았다. 이런 엉덩이를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전체의 44%였다. 비율이 0.65라는 의미는 엉덩이둘레가 허리둘레보다 약 35%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선택된 매력적인 엉덩이는 0.60의 비율이었다. 참가자의 4분의 1이 이 크기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한 참가자들 10명 가운데 1명은 0.675 비율의 엉덩이를 매력적으로 여겼다. 또한 응답자의 5.7%만이 0.7 비율을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가장 매력적이지 않은 엉덩이는 0.55 비율의 엉덩이였다. 이는 허리는 지나치게 가는 반면 엉덩이는 과도하게 큰 모래시계 체형이다. 한때 할리우드에서 유행했던 킴 카다시안, 클로이 카다시안, 카디 비 등의 ‘엉큰녀’들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전문의들은 인종에 따라 허리-엉덩이 비율에 차이가 있지만 0.6이나 그 이하인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보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욕의 성형외과 전문의인 마크 에버렛 박사는 “허리-엉덩이 비율이 0.60 이하인 경우에는 너무 극단적이다.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0년대 중반 한때 ‘브라질리언 엉덩이 리프팅’ 시술이나 ‘BBL(복부, 엉덩이 또는 허벅지의 지방을 엉덩이에 이식하는 시술)’ 시술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 정도로 극단적인 비율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신 엉덩이 성형을 받은 티가 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적은 양의 지방 이식을 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에버렛 박사는 최근 들어 엉덩이 확대 시술을 되돌리려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장된 시술 결과를 후회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한 박사는 “지난 10년간 유행이 시들해진 탓에 커다란 엉덩이를 작게 고치거나, 혹은 노화로 인해 처진 엉덩이를 끌어올리는 시술을 받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남성의 경우는 어떨까.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5개의 남성 엉덩이 이미지를 본 후 각각 1~5점까지 점수를 매겼다.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엉덩이에는 5점을, 가장 매력적이지 않은 엉덩이에는 1점을 주는 식이었다. 참가자는 온라인으로 모집됐으며, 이 가운데 61%는 25~34세 사이의 남성이었다. 모두 미국 출신이었고 참가자의 절반은 백인이었으며, 75%가 이성애자였다.
응답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은 ‘적당한 크기’에 ‘좌우 균형이 잘 잡힌’ 엉덩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이끈 노스캐롤라이나의 성형외과 전문의인 애쉬트 파텔 박사는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바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남성 엉덩이는 옆으로 너무 펑퍼짐해서는 안 되며, 옆에서 봤을 때 보조개처럼 옴폭 파인 부분이 있어야 했다”라고 보고했다.
즉, GTI(둔부 대퇴부 지수: 허리의 가장 잘록한 부분에서 엉덩이 아래까지의 길이를 엉덩이의 가장 넓은 곳의 길이로 나눈 값)가 0.66인 엉덩이가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TI 비율이 0.66이라는 것은 허리에서 엉덩이 아래까지의 길이보다 엉덩이가 약 34%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의 경우 GTI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연구진들은 남녀의 지방 분포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위로 꼽힌 남성 엉덩이는 너무 과하지 않은 적당한 크기에, 근육의 윤곽이 뚜렷했다. 0.66 다음으로는 0.64, 0.68, 0.62, 0.58 순으로 인기가 있었다. 동성애자의 경우에는 0.62를 가장 매력적으로 꼽았다. 지역별로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가령 미국 남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보다 더 풍만한 엉덩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남성들 사이에서도 엉덩이 성형술은 점차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전체 엉덩이 성형 횟수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7년 2.2%에서 2012년 6.2%로 증가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