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외부기관 운영에 등록금 사용, 1심 “교육 목적 장려해야 할 모범” 판결…검찰 불복 항소
장제국 총장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형이다. 장 총장, 장 의원 일가가 소유한 학교법인 동서학원은 부산 사상구에 동서대, 경남정보대, 부산디지털대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는 장 의원이 국회의원 3선(18·20·21대)을 한 지역이다. 장 의원 아버지이자 동서학원 설립자인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은 같은 지역에서 11·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장 총장은 교육부 유관기관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27대 회장으로 지난 4월 취임했다.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 전이었다. 전국 197개 4년제 대학을 회원으로 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25대 회장이었던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장 총장은 지난 10월 1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동서학원 소유 고급 주상복합에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서대가 게임회사 위메이드로부터 10억 원 상당 위믹스 코인을 기부받은 경위도 추궁받았다. 하지만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 재판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장 총장의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는 2020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포착됐다. 당시 교육부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립학교 공공성과 책무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학생 수 6000명 이상인 대규모 사립대 16곳을 종합감사했다. 동서학원과 동서대는 개교 이래 처음 받은 종합감사에서 총 51건 지적을 받았다.
교육부는 종합감사 결과 장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동서학원이 학생 등록금으로 동서대 외부 기관 운영비를 충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등록금 수입을 학교 운영에만 사용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등록금 유용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등록금이 포함된 교비회계를 법인회계와 구분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학교 교육이나 운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학교법인 이사장이나 사립학교 경영자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21년 법 개정 이전엔 처벌 수위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었다.
2020년 동서학원 및 동서대 종합감사 결과를 종합하면 동서학원은 부산 사상구 노인복지관과 부산 남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수탁운영을 맡으면서 계약서에 "법인전입금으로 부담금을 충당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동서학원은 노인복지관을 수탁운영하면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2억 2500만 원을 동서대 등록금회계에서 지출했다. 또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를 수탁운영하면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총 2000만 원을 동서대 등록금회계에서 지출했다. 모두 실습지원비 명목이었다.
교육부는 실습지원비 총 2억 4500만 원에 상응하는 실습 프로그램이 운영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동서대가 노인복지관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실습 프로그램 서류를 임의로 작성해 지출증빙을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교육부 고발 이후 2022년 3월 장 총장을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백광균 판사는 지난 7월 12일 장 총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 공소사실은 교육부 감사 결과와 일치한다. 검찰이 교육부 고발 내용대로 장 총장을 기소했지만 법원은 정반대 판단을 내린 셈이다.
백 판사는 동서대가 노인복지관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 지급한 돈의 성격이 "법령에서 정한 교비회계의 적법한 지출처, 즉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학생의 지도교육비' '기타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에 모두 해당한다"며 장 총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노인복지관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동서대 학생들의 견학, 자원봉사 등 교육 활동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백 판사는 또 동서대가 노인복지관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 지급한 돈 액수는 "각 기관 총 예산의 1~2% 수준에 그쳤다"며 "기관 기능 중 일정 부분을 교육 목적으로 겸용하기 위한 시간, 인력, 시설 사용에 대한 실비 보전으로 충분히 수긍할 만한 수준이다. 오히려 충실한 교육을 위해서 더 큰 비용을 보전해 줄 필요마저 엿보인다"고 판단했다.
백 판사는 더 나아가 장 총장을 칭찬했다. 그는 "학교법인이 지역사회시설을 수탁운영하면서 예산의 1~2% 정도를 보태어 학생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자칫 이론으로만 치우치기 쉬운 대학 교육의 맹점을 보완하고 미래를 주도해 갈 학생들이 자신의 손발로 직접 사회적 약자를 돕고 보살피며 책임감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기회"라고 판단했다.
백 판사는 이어 "널리 장려해야 할 마땅한 모범이지 애당초 금지해 버린다거나 심지어 처벌까지 운운할 대상은 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런 식으로 취급해서는 결코 아니 된다"고 강조했다.
백 판사는 '논어' 구절을 인용하며 "시대를 초월한 사상가 공자가 이미 수천 년 전에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아니하면 얻는 바가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롭다'[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고 학문의 본질을 꿰뚫은 까닭 또한 같은 데 있다고 여겨진다"고 판결문을 마무리했다.
백 판사는 동서대가 노인복지관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부담금을 법인전입금으로 충당하겠다고 계약한 내용과 관련해선 "설령 검찰 주장처럼 교비회계 아닌 회계에서만 부담금을 충당할 의무로 해석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위반할 경우 민사 책임을 긍정할 근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죄형법정주의에 비춰 형사 책임을 창출, 추궁할 만한 법령이 되지 못함은 명백하다"고 일축했다. 죄형법정주의는 법률상 범죄로 규정된 행위만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6일 후인 7월 18일 항소했다. 2심은 부산지법 제1형사부에 배당됐다. 2심 공판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