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행사·퍼레이드 잇달아 취소…트리 불 끄고 상점도 썰렁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베들레헴은 물론 시리아와 레바논 등 기독교인이 있는 중동 국가에서는 성탈절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베들레헴에서는 매년 성탄절에 화려한 트리 점등식과 퍼레이드 등 대규모 축하행사가 진행됐으나 올해는 트리나 불빛 장식, 퍼레이드, 캐럴 등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베들레헴에서 불과 70km 떨어진 가자지구에서만 2만 명이 넘게 숨져 도시 전체가 슬픔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기독교 교회가 있는 시리아에서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완전히 사라졌다. 시리아 북부 중심도시인 아지아의 광장에는 12월이 되면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화려한 조명과 장식으로 치장되지만 올해는 광장이 텅 빈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거의 매일 폭격 소리를 듣게 된 레바논 남부의 기독교 마을에서도 적막이 감돌고 있다. 주민들은 전쟁을 피해 수도 베이루트 등의 임대 아파트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레바논에서는 벌써 7만 2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전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유엔 직원을 포함한 대가족 7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피란길에 오른 주민 220만 명 중 상당수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전쟁 속에서 두 번째 성탄절을 맞은 우크라이나는 올해도 스산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러시아가 겨울을 겨냥해 최근 발전소 등 기반 시설에 공세를 거듭하는 까닭에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또 다시 전기, 난방, 물 공급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성탄절을 앞두고 체코 카렐대에서 총기 난사로 14명이 희생된 데 이어 독일 쾰른 대성당을 비롯해 곳곳에서 테러 위협이 감지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