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고 배우며 토론할 권리와 책임이 있어”
조 교육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교장이 최근 가로세로연구소와 자유대한호국단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이 학교가 영화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했다는 이유다. 이들 단체는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했던 다른 학교 앞에서도 항의 집회를 벌인 바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태를 교사의 교육권 혹은 이른바 ‘교권’에 대한 침해의 한 유형이라고 새롭게 판단한다. 교사의 교육과정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공격적 행위까지 교권 침해의 유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권은 교원이 교육 전문가로서 존중받고, 전문성에 기초해 교육과정을 구성할 권리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이 교원이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교권의 범주 안에 든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12·12 군사 반란은 사법적 판단이 이뤄진 사건이며, 보수와 진보 혹은 여당과 야당의 갈등 소재 역시 아니다. 12·12 군사 반란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성격에 대한 정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이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처럼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주제마저 교육과정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교권 침해로 판단되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적 합의 영역 바깥에 있는 주제를 논쟁적으로 다루는 것 역시 교사가 가르칠 권리의 중요한 일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법부와 학계, 그리고 정치권에서 오래전에 확립된 역사적 사건조차 학교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공교육의 책임 회피다. 44년 전의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면, 1990년대 이전에 학교를 다닌 세대는 일제 강점이나 한국 전쟁에 대해 배울 수 없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학교는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고 배우며 토론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 역사 해석을 둘러싼 토론은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은 엄격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 역시 학교의 책임이며, 교권은 그 책임 행사에 따른 권리”라고도 했다.
이어 “물론 편향적인 역사 인식을 자녀들에게 ‘주입’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갖지 않아도 좋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에 쟁점이 된 두 학교를 중심으로, ‘토의-토론 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서울의 봄’을 둘러싸고 이번에 고발장을 낸 단체의 입장문,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다양한 평가의 글들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학생 스스로가 주체적인 입장에서 평가하고 글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교사는 중립적 토론 관리자가 된다. 교사는 어느 한 입장을 강요하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편적인 지식을 외우는 차원을 넘어선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과제가 절박하다. 따라서 사회적 논쟁거리에 대해 학생 스스로 비판적 사고를 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바로 ‘생각을 쓰는 교실’이다. ‘서울의 봄’ 단체관람을 둘러싼 논란을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부여했다.
아울러 “서울시교육청은 이번에 고발된 학교 관계자들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방침이다. 또한 이번 사건 및 이와 유사한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토의-토론 교육이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로 삼고자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입장들을 모으고 체계화한 자료를 제작하여 필요한 학교에 지원하려 한다”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