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들 불황 속 단란주점 수준 할인 불구 손님 뚝…‘외상 사절’ 단골고객도 예외 없어
최근 룸살롱 등 유흥업계에 세 가지 정도 강력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모두 심각한 경기 불황에 따른 살아남기 몸부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웠던 유흥업계는 엔데믹의 기운이 드리운 2022년 연말부터 본격적인 회복기를 보냈다. 2022년 연말에만 해도 어느 정도 숨통이 틔었다고 말하는 유흥업계 관계자들이 많았다. 문제는 2023년 몰아친 경기 불황이다. 본격적인 엔데믹에 대한 기대감으로 엄청난 투자를 하며 호황을 꿈꿨지만 예상치 못한 불황으로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만 것.
최근 룸살롱 업계에선 ‘패키지 상품’이 급증했다. 룸살롱 마담이나 영업상무들이 단골 고객에게 전화나 문자 등으로 패키지 상품을 홍보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다. 패키지 상품이라고 해서 새로운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대폭 할인을 해준다는 의미다. 자연스레 불법 성매매를 의미하는 ‘2차’를 포함시킨 패키지 상품까지 늘고 있다. 평소보다 더 저렴하고 더 화끈하게 놀 수 있다는 게 요즘 룸살롱 패키지 상품의 핵심인데, 그럼에도 손님의 발길이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한숨 섞인 설명이다.
아예 업종을 변경하는 룸살롱도 등장하고 있다. 룸살롱 시설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룸살롱이 아닌 노래방 형태로 운영을 한다고 홍보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는 것. 물론 주류도 판매하고 접대여성도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단란주점 형태로 운영한다는 얘기다. 룸살롱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일하는 사람도 그대로인데 굳이 노래방 형태로 운영한다고 홍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답은 매우 간단하다. 룸살롱처럼 놀게 해주지만 가격은 단란주점 수준으로 받겠다는 것이다. 역시나 핵심은 대폭 할인이다. 앞서 언급한 패키지 상품 형태는 대폭 할인일지라도 룸살롱 주대를 기준으로 한 할인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격을 더 낮춰 단란주점 수준으로 받겠다는 의미다.
사업 관계로 룸살롱을 자주 찾는 한 40대 사업가는 “2023년 연말처럼 유흥업소를 거의 가지 않은 때도 없는 것 같다. 거래가 있어야 접대도 필요한데 요즘 불황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면서 “여기저기서 싸게 해준다고 오라는 연락은 자주 받는다. 친한 마담이 이제 업소가 노래방으로 변경했다고 부담 없이 오라고 해서 접대 차원이 아닌 지인들과 찾았는데 그대로 룸살롱인데 단란주점처럼 운영하고 있더라. 업주가 투자금이 들어간 게 많고 아가씨(접대여성)들 마이킹(선불금)도 당겨 준 게 많아 어쩔 수 없이 그렇게라도 손님을 많이 받아보려 한다더라”고 요즘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변화는 외상 사절이다. 소위 말하는 워킹 고객, 다시 말해 길가다 간판을 보고 들어온 손님이 아닌 단골들 가운데에는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외상으로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흔했다. 그런데 경기 불황으로 외상값을 갚지 않고 연락을 끊는 단골이 많아지면서 정말 친한 단골 일부를 제외하면 외상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 강남 유흥업계에서 이렇게 심하게 외상을 받지 않는 상황은 꽤 이례적이라고 한다.
강남의 한 룸살롱 업주는 “외상을 받지 않는 건 도무지 방법이 없어 선택한 카드로 일부 단골이 떨어져 나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한 결정이었다”라며 “이쪽에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외상값을 받는 것인데 쉽지가 않다. 옛날에는 조폭을 끼고 영업하는 룸살롱이 많아 그쪽 도움도 받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어림없는 소리다. 그렇다고 추심업체 도움을 받을 수도 없지 않나”라며 안타까워했다.
강남 유흥업계에는 텐프로 등 최상급 룸살롱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경기가 불황일지라도 오히려 그런 틈을 타 큰돈을 버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바로 그들이 최상급 룸살롱의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최상급 룸살롱도 위기라는데 그 이유는 바로 유흥업소 발 마약 수사 여파다.
강남의 한 텐프로 업소 관계자는 “이런 업소는 많은 손님이 아닌 소수정예의 손님을 추구한다. 불황을 타지 않고 고수입을 올리는 이들, 예를 들어 연예인이나 정재계 고위층이 주요 고객층이고 불황에 더 큰돈을 버는 이들, 예를 들어 주가조작이나 심하면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고객층”이라며 “그런데 고 이선균 씨랑 지드래곤 씨가 유흥업소 실장하고 엮여 마약 수사를 받고 참담한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그런 큰손 고객들이 가게 발길을 끊었다. 다들 몸조심 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일반 룸살롱 관계자들은 유흥업소 발 마약 수사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최상급 룸살롱이 아닌 본인들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상급 룸살롱을 주고 이용하는 VVIP 고객들이 경찰 수사 여파로 일반 룸살롱으로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일반 룸살롱을 이용하던 고객층 가운데 VIP급들이 텐프로 등 최상위 룸살롱으로 이동하는 일은 많아졌다고 한다.
앞서의 강남 룸살롱 업주는 “텐프로는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는 얘기도 많다. 경찰 수사로 화제가 되면서 그런 곳 한 번 가보자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VVIP 고객이 줄어들어 어려워진 텐프로 업소들이 가격을 낮추며 적극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안 그래도 불황인데 우리 업소 같은 곳에 자주 오던 분들, 특히 씀씀이가 큰 VIP 고객들을 많이 뺏겼다”고 하소연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