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인보다 50배 강력한 약물 미국서 급속 확산…국내서도 처방만 받으면 구할 수 있어 오남용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펜타닐 위기는 미국의 비극”이라고 언급했을 정도인데 최근 미국 상황이 청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아편중독과 비슷해 ‘신 아편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펜타닐은 합성 오피오이드(아편성 진통제)의 일종으로 중독의 고통은 본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2세에게 더 심각한 피해를 남기게 된다.

문제는 펜타닐의 심각한 금단 현상이 신생아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23년 4월 미국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WSJ는 펜타닐에 중독된 산모들이 출산한 신생아들에게 과다 호흡, 신경과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보도했다. 심하게 땀을 흘리는 신생아들도 많았다. 이러한 증상은 펜타닐 금단 현상과 유사한데 이에 더해 구토, 피로감, 두통 등의 부작용도 겪게 된다. 임신 상태에서 산모가 펜타닐을 투약하면 배 속의 태아도 간접적으로 약물에 노출되면서 이러한 금단 현상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더 심각한 문제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펜타닐 중독으로 각종 기형이 신생아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9월 미국 델라웨어주 네무어스 아동병원 연구진은 펜타닐 중독으로 인한 임신 중 기형 유발 가능성을 연구해 국제 학술지 ‘Genetics in Medicine Open’에 발표했다.
네무어스 아동병원 연구진은 임신 중 펜타닐 등 마약류에 노출됐던 생후 1년 미만의 신생아 10명을 확인한 결과 여러가지 기형이 발견됐다. 우선 연령 및 성별 평균치에 비해 2~3cm가량 머리 둘레가 작은 소두증이 발견됐으며 성장 기능 이상으로 체중과 신장도 평균보다 작았다. 턱이 작은 소악증도 발견됐다.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 5명 가운데 3명에게서 뇌량 부분 결손도 확인됐다.

또한 다리와 손가락, 발가락 형태 기형도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발꿈치가 종아리뼈 중심선 안으로 휘고 발이 발바닥 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기형인 ‘내번첨복’, 손가락이나 발가락 사이가 물갈퀴처럼 연결되어 있거나 아예 합쳐져 있는 기형인 ‘합지증’, 단일 손바닥 주름 등이 그것이다.
남아의 경우 생식기 기형도 많이 발견됐다. 연구 대상 남아 5명 가운데 4명에게서 생식기 기형이 발견됐다. 음경이 아래로 휜 기형은 물론이고 요도가 귀두 끝이 아닌 귀두 아래나 음낭 등에 위치한 기형도 발견됐다.
네무어스 아동병원 연구진은 고찰(Discussion) 섹션을 통해 ‘스미스-렘리-오피츠 증후군’(SLOS)과의 유사성을 언급했다. SLOS은 각각의 부모로부터 유전된 비정상적인 DHCR7 유전자 때문에 생긴 효소 부족으로 콜레스테롤 대사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데 그 증상이 앞서 설명한 펜타닐 등 마약류에 노출됐던 생후 1년 미만의 신생아들에게 나타난 증상과 유사하다.
펜타닐은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 ‘AY9944’, ‘트리파라놀’ 등과 분자구조가 유사해 펜타닐 오남용이 콜레스테롤 대사 효소 DHCR7의 합성을 억제해 신생아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미국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에도 펜타닐 불법 투약 적발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펜타닐은 병원에서 처방만 받으면 구할 수 있어 접근이 매우 용이한 약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주사제를 제외한 패치와 정제 등의 펜타닐 처방 건수가 2018년 89만 1434건에서 2021년 148만 8325건으로 급증했다.

물론 모든 마약은 한 번 스치기만 해도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그렇지만 펜타닐은 마약을 불법 투약한 당사자는 물론이고 2세에게도 큰 피해를 안긴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태아가 배 속에서 이미 펜타닐에 중독돼 금단 현상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생식기 기형 등 다양한 기형을 안고 태어날 수도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