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길면 비싸고 충전기 인프라는 부족…화재 등 안전성 우려도 걸림돌

주행거리 측면에서도 꽤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주행거리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00km 초반까지 나오는 차종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차종들은 가격 측면에서 부담이 있다. 상온에서 1회 충전 시 최대 509km를 달릴 수 있는 기아 ‘EV9 2WD 19인치’ 모델은 세제 혜택 전 가격이 7728만 원에 달한다.
반면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내놓는 중·저가형 전기차는 주행거리에 한계가 있다. 이들은 대체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비용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70~80% 수준이지만 주행거리가 짧다. 테슬라의 LFP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 Y RWD’는 배터리 용량 59.68kWh에 1회 충전 시 상온 350km 저온 277km로 나타났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같은 모델은 배터리 용량이 56.88kWh로 1회 충전 시 상온 348.6km, 저온 279.3km를 달릴 수 있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대비 무겁기까지 해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반대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용량을 더 늘릴 수 있어 트림이 높을수록 LFP 배터리와의 주행거리 차이는 더 벌어진다. ‘모델 Y 롱레인지’는 배터리 용량이 84.96kWh로 주행거리가 1회 충전 시 상온 511.4km, 저온 432.5km까지 나온다.
물론 주행 거리를 높이기 위한 이차전지 개발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일례로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는 1회 충전으로 10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를 선보였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윌리엄 리 니오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전기차 ET7을 14시간 동안 평균 84km/h 속도로 1044km 주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배터리 가격은 29만 8000위안(약 5431만 원)으로 전해져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 수준까지 내려오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 통계에서 해마다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22년 공공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는 2대다. 2021년(2.6대)보다도 줄었다. 우리나라는 2022년 초 법 개정을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설치 대상을 확대했다. 아파트는 ‘100세대 이상, 공중이용시설·공영주차장은 ‘50면 이상’이 기준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기차 이용자들은 해마다 충전기 부족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 충전기 1대로 여러 전기차가 나눠 써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렇다 보니 충전시설 전용 주차 면에는 하루 종일 주차할 수 없다. 전기차가 완충되면 알아서 일반 주차면으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게 전기차 차주의 기본 매너가 됐다. 이 때문에 완충된 후에도 차를 옮기지 않아 다음 차주가 일일이 전화해 차를 빼달라고 부탁했다가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공공 전기차 충전기는 전기 화물 트럭이 점령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전기 화물 트럭은 12만 3567대가 등록됐다. 전년 대비 4만여 대가 증가했다. 게다가 전기 화물 트럭의 주행 거리는 길지 않다. 기아의 봉고3 전기차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상온에서 220km, 저온에서 172km다. 서울시청에서 부산시청까지 편도 이동 시 거리는 약 396km다. 차주는 적어도 상온에서 1번, 저온에서는 2번 이상 주행 도중 충전소를 들러야 하는 셈이다.

실제로 지역별로 충전 인프라 편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완속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는 제주(8.1대), 전남(3.4대), 인천(3.0대), 대전(2.8대) 등으로, 평균(2.2)대보다 높은 곳들이 있었다. 반대로 세종시처럼 완속 충전기 1대당 전기차 1.3대로 여유로운 지역도 있었다.
급속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는 전국 평균 18.9대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은 급속 충전기 1대를 전기차 33.8대가 사용해야 했다. 인천이 30.3대로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지역은 울산으로 10.2대로 집계됐다.
2023년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50만 대를 넘어섰다. 충전기는 25만 대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를 420만 대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충전기는 123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산술적으로 충전기 1대당 전기차 3.4대가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적재적소에 충전기가 보급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이 더 필요해 보인다.
IEA는 “충전기당 최적의 전기차 비율은 지역 조건 및 운전자 요구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 차량에 연료를 주입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 공공 충전기가 점점 더 필요하다. 특히 가정용 충전에 대한 접근성이 더 제한적인 밀집 도시 지역에서는 공공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를 선택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미래형 충전기 사업’으로 2024년도 예산에 800억 원 예산을 편성해 화재를 예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예산은 전기차 충전 시 배터리 이상 징후, 과충전 등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충전기 보급에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해당 충전기가 보편화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주기에 따른 교체 비용 부담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배터리 주기는 주행 조건·습관, 충전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8~10년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라 배터리 교체 시 차주는 부품의 감가상각된 만큼은 부담해야 했다.
배터리 가격은 다른 부품들보다 부담이 크다. 현대·기아차 전기차종인 ‘아이오닉5’와 ‘EV6’의 배터리 가격은 2467만 3000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전기차 수리비는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전기차 자차 담보 평균 수리비는 245만 원으로 비전기차(188만 원)보다 약 30.2%(57만 원) 높았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든 보험회사가 감가상각된 부분까지 부담해 배터리 교체 비용 전액을 보상하는 특약을 도입·판매하도록 2021년 약관을 개정,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문제는 2030년 이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은 2023년 2355개로 추정된다. 2030년 이후에는 꾸준히 10만 개 이상이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2030년 이후에는 연 10만 대 이상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중 절반만 보험 처리가 된다 해도 보험사의 부담은 현재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차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전기차 보험료는 내연기관차보다 높다. 2021년 개인용 전기차의 계약 건당 평균보험료는 94만 3000원으로 비전기차의 평균보험료(76만 2000원)에 비해 18만 1000원 높은 수준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