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주가조작+양평고속도+디올백 특검 추진…권오수 항소심 유죄 땐 검찰도 적극 수사 전망
민주당 내에서 거론됐던 ‘김건희 특검법 의제화’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고,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김건희 특검법 발의’를 염두에 둔 대응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르면 여름 즈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2심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판결이 나온 직후 검찰이 이를 토대로 수사 착수 및 최종 판단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에서 나오는 김건희 종합특검 목소리 ‘부담’
총선 이후, 야권에서는 22대 국회 개원 후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 발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민주당 이성윤 당선인(전북 전주을)은 “이번 국회 의정활동으로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적 의혹을 묶어서 종합특검으로 관철시키겠다”며 “이걸 하지 않고는 국민들의 체증, 화병을 풀 수 없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명품 가방 수수 건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특검이 성사돼야 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3년 12월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던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검보다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는데, 야당 일각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더해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손을 잡으면 어렵지 않게 김건희 여사 특검법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쓰더라도 총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김건희 여사 논란이 거론되는 탓에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대통령실과 여당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 역시 신중한 기류를 읽고 있는 분위기다. 총선 전만 해도 서울중앙지검 측은 정례 브리핑 등에서 ‘올해 수사가 이뤄질 수 있냐’는 질문에 “수사 상황에 대해 할 말은 없다. 항소심에서 피의자들이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있어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을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항소심 쟁점을 검토하며 수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이 있는 만큼 ‘수사는 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도이치모터스 공범 사건이 결국 핵심 판단 기준?
검찰이 그동안 수사를 하지 않고 있었던 가장 큰 명분이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2심 판단이 이르면 올해 여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권순형)는 4월 25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한 7차 공판 기일을 열었다. 김건희 여사와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들의 재판으로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했지만, 김 여사에 대해서는 아직도 어떤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기소도 무혐의 처분도 하지 않았다. 기소된 권 전 회장은 2023년 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권오수 전 회장 등의 1심 판단을 보고 김건희 여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방침을 정해 보고했다가, 1심에서 유죄가 나온 탓에 사건 처리가 늦어져 대통령실이 불쾌해 했다는 ‘설’도 나온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김건희 여사 사건을 언제 처리하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는 얘기다.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무죄가 나올 경우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려던 계획이 바뀌면서 대통령실과 검찰 간 입장이 불편해졌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김 여사 명의의 계좌 3개가 시세 조종에 동원됐다고 인정했다.
검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검찰 수뇌부들이 윤 대통령 등에게 ‘1심 판단 후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방향으로 보고를 했다가 김 여사 명의 계좌까지 시세 조종 동원이 인정되며 유죄가 나와 처리하기가 힘들어졌다”며 “2심 판단에서 유무죄 판단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김 여사 사건 처리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르면 여름쯤 결론 나올 듯
검찰에게 ‘결정의 명분’이 될 수 있는 권 전 회장 2심 재판은 이르면 여름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관 정기 인사로 잠시 지연됐던 권 전 회장 등의 재판은 4월 25일 재개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의 입장 진술이 끝나자 “내달(5월) 16일 공판에서 증인 신문을 마치면 그 다음 공판 정도에 변론을 종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진행 일정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변론을 종결하는 결심 공판에서는 검찰과 피고인이 각각 최후 의견을 밝히고 재판부가 선고일을 지정하게 되는데, 그동안 재판이 한두 달 간격으로 열렸던 점을 감안하면 5월 16일 증인 신문, 6월 중 결심 공판, 7~8월 중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찰이 김 여사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총선에서 민심도 확인이 됐고, 검찰개혁을 외치는 야권의 목소리가 21대 국회보다 더 거세질 것이기 때문에 검찰도 ‘조직’을 위해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2심에서 사실관계 판단은 사실상 끝나기 때문에 2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적극적인 조사 시도를, 무죄가 나오면 이를 명분 삼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서면 조사 후 무혐의 처분을 하는 식으로 사건을 정리하려 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디올백 사건 등도 이 시점에 맞춰 함께 처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선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은 나눠서 시간을 끄는 것도 방법이지만,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도 방법”이라며 “모두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된 상황인 만큼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뇌부가 사건 처리 시점을 놓고 고심을 하고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