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가 되고 싶은 ‘토끼’ 잡아라 사랑 키우는 콘돔도 등장
시대를 떠나 성(性)과 관련된 남성들의 바람은 이 세 가지일 것이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성형, 발기부전 치료제, 조루치료제 등이 다양하게 나와 이러한 바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 중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조루치료제는 1990년대 후반 연 100억 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급성장하기도 했지만, 발기부전 치료제의 등장으로 남성들의 관심이 급속히 멀어지면서 최근에는 20억∼30억 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1999년 출시돼 조루치료제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태평양제약의 ‘SS크림’은 한 때 연간 40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매출이 크게 줄면서 2004년 생산이 중단됐다. 대웅제약의 ‘롱맨크림’도 2002년 사업을 접었다.
보령제약은 2000년 물파스 형태의 약제인 ‘엘티액’을 출시해 기대를 모았으나 2002년 생산을 멈췄다. 크림 제제와 달리 원하는 부위에 정확히 바를 수 있고 흡수가 빨라 효과가 빠르고 바를 때 손에 묻지 않는다는 장점에도 인기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
현재는 한미약품의 ‘파워겔’, 중외신약의 ‘비엠겔’, 안국약품의 ‘티스톤’이 명맥을 잇고 있다. 파워겔과 비엠겔은 겔(gel) 형태로 과거 SS크림에 비해 흡수가 빠르다고 업체 측은 설명하고 있다. 티스톤은 스프레이 타입으로 사용이 간편하다고 한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아 시장점유율은 비슷한 규모라고 업체들은 설명하고 있다.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조루증 치료제를 대체할 수 없음에도 왜 이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일까. 업계에서는 이 약들이 실제로 남성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심리적인 만족을 위해 사용되는 측면이 많다 보니 비아그라와 같은 약품에 더 관심이 모아진 것이 아닐까 분석한다.
또 먹는 약과 달리 바르는 조루증 치료제는 성관계 직전 약품을 바른 뒤 다시 닦아내 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다가 이런 약을 쓰는 남성들 대부분이 여성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사용하려다 보니 불편함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까닭인지 최근에는 바르는 조루증 치료제의 판매가 줄어드는 대신 사정지연 성분을 콘돔 안에 넣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바르고 씻는 과정 없이 씌우기만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유니더스가 출시한 국내에서 최초의 사정지연 기능성 콘돔인 ‘롱러브’(long love)는 3개들이 한 세트에 5000원으로 고가의 제품이다. 2004년 8월 출시돼 지금까지 연간 2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니더스는 “롱러브는 의약외품으로 치료제가 아닌 ‘촉각예민 감소제’가 들어있다고 해야 맞다”고 설명했다.
국내 콘돔 제조사는 유니더스, 한국라텍스, 동국물산 등 3개 회사가 전부다. 1973년 서흥산업으로 시작한 유니더스는 국내 콘돔 제조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콘돔 회사로서는 유일하게 코스닥에 등록돼 있다.
롱러브는 안쪽에 촉각예민 감소제인 ‘벤조카인’ 3.5%를 함유한 크림이 500㎎ 들어있는 제품이다. 벤조카인은 원래 국소마취제로 수술에 쓰이던 것으로 이를 응용해 사정지연제로 쓰이고 있다.
국내 굴지의 제약사인 유한양행과 한미약품도 비슷한 콘돔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유한양행은 2005년 7월에 ‘칸’을, 한미약품은 올해 8월 ‘파워텍스’를 내놓았다. 정확히 1년마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유한양행의 제품은 유니더스가 ODM으로 생산하고 있다. 결국 롱러브나 칸은 같은 회사에서 만드는 것으로 성분과 효과가 같은 셈이다. 칸은 연간 6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00년부터 ‘파워겔’을 판매한 한미약품은 매출액이 한때 연간 9억 원에서 6억 원대로 떨어지는 등 인기가 예전만 못하자 올해 기능성 콘돔 ‘파워텍스’를 출시했다. “파워겔은 ‘리도카인’을, 파워텍스는 ‘벤조카인’을 사용했다. 둘 다 기능과 효과는 똑같다. 보통 콘돔에는 벤조카인이 쓰인다”는 것이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이에 유니더스 측은 “벤조카인 함유 콘돔의 식약청 허가를 얻는 데 3년이나 걸렸다. 이후 후발업체들의 시장진입이 용이해졌다”며 경계를 보였다.
똑같은 약품을 처리했지만 파워텍스는 겔 형태, 롱러브는 크림 형태로 처리되어 있다. 한미약품은 “크림은 약효가 천천히 퍼지는 데 반해, 겔 형태는 약효가 빨리 스며든다”고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반면 유니더스는 “체온에 의해 녹아드는 크림 형태가 성교 패턴에 더 잘 맞는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의 파워텍스는 동국물산이 생산하고 있다. 유니더스가 자체 개발해 허가를 얻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반면, 파워텍스는 제약사와 콘돔회사의 합작으로 궁합이 잘 맞은 편이다. 한미약품은 자사 제품이 연간 10억 원어치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롱러브가 할인점, 편의점, 약국 등 일반 판매가 되고 있는 반면, 파워텍스는 약국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유통망 확대가 관건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