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5개 중 ‘이은주안’ 반부패부 3개 부서 규모…여권 수용불가 방침 속 “특검 꾸려져도 맡을 이 없다” 관측도
이 가운데 12월 22일 본회의에 자동상정된 안건은 2023년 3월 24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이다. 국민의힘의 반대로 처리가 지연되다가 4월 27일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한동훈 법무부 전 장관은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전 ‘악법도 법이다, 누구에게나 법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가, 김건희 특검법 조건부 찬성이라는 언론 보도에 “너무 많은 말을 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로 이미 방향을 잡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이 신경 쓰인다. 김건희 특검법은 70%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검사 20명·특별수사관 40명 등 이내
이은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서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에서 18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240일의 기간을 거쳐 12월 22일 이후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됐다.
주요 내용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과 그 직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1조)고 시작하는 법안은 수사 대상으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인지라는 규정을 폭넓게 해석하면, 그동안 언론 등에 제기된 주가조작 의혹들 외에 추가적인 금융범죄 의혹이 수사 중 나올 경우 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1명의 특별검사만 추천이 되는데 이는 국회의장이 추천하고, 이 과정에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국민의힘)는 제외된다. 규모도 큰 편이다. 특별검사는 파견검사 20명, 파견검사를 제외한 파견공무원 40명 이내까지 특검을 꾸릴 수 있고, 40명 이내의 특별수사관도 임명이 가능하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반부패수사3부 검사 규모를 고려하면 유사한 수준이다.
언론 브리핑도 가능하다. 12조는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수사대상 사건에 대하여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대통령실·국민의힘 ‘거부권’ 의사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긴급 비공개 회의를 갖고, 거부권 행사로 방향을 잡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12월 26일 “총선을 위해서 국민주권 교란하겠다는 악의적 법이기 때문에 다른 조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당당하게 (거부하는 쪽으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실도 “이미 검찰이 수사했던 사안인데, 총선을 앞두고 눈에 뻔히 보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술수”라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 여권은 특검법의 조문도 문제 삼고 있다. 혐의 사실과 수사 대상을 명확히 특정하지 않고 모호하게 광범위한 수사 범위를 설정한 것은 법률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한 것이고, 특검을 야당만 추천하게 하거나 피의사실공표죄 예외를 사용한 것은 총선을 앞둔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12월 19일 한 발언은 변수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악법”이라면서 독소조항과 시점을 문제 삼았는데 조선일보 등 보수매체에서는 독소조항을 빼고 시점을 총선 후로 늦춘다면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해석 기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당시 “악법도 법이기에, 법 앞에 예외는 없다”고 말한 것까지 덧붙여 ‘조건부 수용’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다음날 곧바로 한동훈 위원장은 “어제(19일)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지만, 당시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총선 후 김건희 특검 가능성’ 보도를 놓고 불편한 기색이 상당했다고 한다. 실제로 윤재옥 대표권한대행은 12월 26일 한동훈 위원장과 의견을 나눴느냐는 질문에 “특검법은 원내 법안과 관련된 사안이라 제가 책임 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동훈 위원장의) 입장이 있다면 존중해서 제가 판단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디올백 사건 수사 가능할까
법조계에서는 김건희 특검의 필요성이 ‘더 높다’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결과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12월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찬성이 67%다. 진보와 중도에서는 각각 90%와 73%, 보수에서도 42%가 특검 도입에 찬성했다.
그런데 실제 특검이 꾸려져도 맡으려는 이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주도로 이뤄진 검찰 수사에서 나온 게 없기 때문에 ‘의심은 가지만, 결과를 만들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시 흐름에 정통한 한 검찰 관계자는 “실제로 주가조작은 범죄 혐의를 입증하려면 핵심 관계자들이 진술을 해야 한다”며 “김건희 여사 관련된 의혹은 많았지만 이를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수사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검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인 만큼, 특검을 맡으려는 이가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과 BBK 특검, 2010년 스폰서 검사 특검처럼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로 수사 경험이 없는 특검이 오게 되면 공수처처럼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고, 검사 출신 중에서는 특검을 맡으려는 이가 극히 드물 것”이라며 “결국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디올백을 받은 사건 등에 대해 ‘특검 필요성’이 민주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은 변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가방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하고 그렇지 못하면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본회의에 올라간 특검법 조항에 따르면 수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주가조작 관련 의혹으로 수사 대상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행위 및 인지 혐의’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