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등 앞두고 특위 활동 중단…조경태 “멈춘 것 아냐, 총선 승리하면 탄력 받을 것”
#뉴시티 특위 타임라인
2023년 10월 30일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시 서울편입론’을 처음 거론했다. 이날 김 대표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를 열고 “서울과 출퇴근을 공유하는 곳은 서울시로 편입하는 원칙을 잡고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병수 김포시장(국민의힘)은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는 1960년대 김포군이었다. 김포시가 서울시로 편입되면 다시 같은 울타리로 들어가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며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김포시와 서울시 행정구역을 개편하려면 김포시의회, 경기도의회, 서울시의회 등 3개 기초·광역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의회에서 결정되지 않으면 세 지역의 주민투표를 실시해 찬성이 반대보다 높아야 한다. 주민투표 이후에도 국회에서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으로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과반 의석인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하면 특별법은 통과될 수 없다.
이런 복잡한 절차로 행정구역 조정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실제로 경상북도 군위군을 대구광역시로 편입시키는 데 약 3년이 걸렸다. 편입 당시 TK(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 지자체장, 시·도의회를 모두 국민의힘이 장악하고 있었다.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하려면 서울시·경기도·김포시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거나 주민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뒤에는 국회에서 서울 편입과 관련한 법률도 제정해야 한다.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점화된 ‘수도권 위기론’을 타파하고자 포퓰리즘 정책으로 승부수로 띄웠다고 의심했다. 국민의힘이 과거 제2의 뉴타운 광풍을 노린다는 비판도 뒤를 이었다.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수도권 111개 지역구 중 81곳에서 승리했다(관련기사 2008년 뉴타운 어게인? 국민의힘 ‘김포 서울 편입’ 당론 후폭풍).
국민의힘은 11월 6일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회(특위)’를 발족했다. 김포시 서울편입론을 ‘메가서울론’으로 확대했다. 메가서울론은 김포시처럼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 가운데 원하는 곳에 한해 서울로 편입시키자는 주장이다. 서울·부산·광주 3축을 중심으로 메가시티를 형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위원장으로는 토목공학 박사 출신 5선 중진 조경태 의원이 맡았다. 부위원장으로는 재선 송석준 의원이 임명됐다. 특위 위원으로는 주로 비례대표나 수도권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위촉됐다. 현역으로는 한무경 윤창현(비례) 박대수(비례) 이용(비례) 조은희(서울 서초구 갑) 유경준(서울 강남구 병) 홍석준(대구 달서구 갑) 의원이 합류했다. 원외 인사로는 홍철호 김포을당협위원장, 나태근 구리당협위원장, 김대남 경기도당도시개발위원장, 김기윤 변호사 등이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1월 6일 조 위원장은 “아마 12월까지는 특별법이 됐든, 일반법이 됐든 속도감 있게 (하겠다)”며 “서울이 기폭제가 돼서 서울·부산·광주 '3축 메가시티', 더 나아가서 대전과 대구를 잇는 ‘초광역 메가시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위는 총 6차례 회의를 했다. 2023년 11월 7일 1차 회의가 열린 이후 11월 9일(2차 회의), 11월 13일(3차 회의), 11월 20일(4차 회의), 12월 11일(5차 회의), 12월 18일(6차 회의)에 메가서울 관련 안건을 논의했다.
관련 법안도 발의했다. 특위는 11월 16일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부터 김포시가 서울시 김포구로 바뀐다. 서울시 김포구는 1년 동안 경기도 조례·규칙이 적용된다. 김포시 일부 지역에 적용되는 대입 농어촌 특별전형은 2030년까지 6년간 유지된다. 읍·면 지역이 받았던 등록면허세·재산세 등의 세제 혜택과 김포가 받았던 지방교부세 등도 2030년까지 받을 수 있다.
12월 19일에는 ‘광역시·도 등 통합 및 관할구역 변경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에는 △메가시티는 ‘특별광역시’로 지칭 △국무총리 소속 시·도 통합지원위원회 설치 △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 존립이 직결되는 행정기관을 제외한 나머지를 특별광역시로 이양 가능하도록 명시 △예산 지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환경영향평가 절차 간소화,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이양 등이 명시돼 있다.
이날 구리시를 편입하기 위한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도 발의됐다. 내용은 김포시 서울 편입 특별법과 유사하다. 이날 특위는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 야당과 적극적으로 논의에 나서는 등 입법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가 목전이라…
그러나 특별법 발의를 마지막으로 특위 활동은 멈춘 모습이다. 특위 관계자들은 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위 위원들은 총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월 11일 국민의힘은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공식적으로 공천 경쟁이 시작됐다. 특위 위원인 한 현역 의원은 일요신문 통화에서 “사실 실무적으로 진전이 크게 없다”며 “지금 (뉴시티 회의는)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돼 공천 국면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원외 특위 위원은 “지금 (특위가) 동력을 잃었다는 이야기 나오던데, 이제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 때 구체적인 정책을 준비한다고 했으니 조금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조경태 위원장은 “(특위가) 멈춰 있다기보다는 선거가 목전에 있고, 아무래도 야당이 비협조로 해서 국회에서 논의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우리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법도 만들고 해놓은 상태다. 여론으로 (야당을) 압박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겠나”라며 “총선에서 우리가 다수당이 되면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티 특위는 12월 21일 활동 기한 연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기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뉴시티 공약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서울 편입 대상 지역의 찬성 여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처음 뉴시티 공약이 나왔을 때 찬성 여론은 높지 않았다. 경기도 의뢰로 리얼미터가 2023년 11월 2~5일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기도민 66.3%는 편입에 반대했다. 편입 대상 지역으로 거론된 광명시는 찬성 의견이 47.4%, 구리시 41.5%, 하남시 38.5%, 김포시 36.3%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 편입 지역에 한정해서는 찬성 여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위가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2023년 12월 4~5일 구리·김포·하남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구리 67%, 김포 61%, 하남 60%의 찬성률을 보였다. 반대 비율은 구리 29%, 김포 36%, 하남 37% 등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편입 대상 지역의 민주당 현역 의원 관계자는 “여론조사도 (찬성) 68% 나오고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데 반대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뉴시티 공약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앞두고 (국민의힘이 뉴시티 공약을) 뜬금없이 밝혔지만, 이제 중앙에서도 언급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뉴시티 공약은) 지역 개발 이슈하고 결합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겠지만, 어떤 광역 단위로 영향이 클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김 평론가는 “부동산 시장이라든지 (경제) 분위기를 볼 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불이 붙어서 과거 뉴타운 선거처럼 진행될 것은 아니다’라고 (여당이) 판단한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뉴시티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패배한 직후에 나오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분위기를 뒤집어봐야겠다는 판단으로 나온 게 아니었나’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런 용도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