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가협 “공식 활동은 2023년부터” vs 박 변호사 “2017년부터 자문…공익활동인데 무슨 계약서 체결이냐”
#‘학가협’ 법률 자문 경력 논란
1월 8일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박상수 변호사 영입을 공식 발표하며 환영식을 열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하고 나서 처음 이뤄진 영입 인사였다. 인재영입위원회는 “박상수 변호사는 2017년부터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라며 “최근 교권을 침해당한 교사들의 교권보호와 제도개혁에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상수 변호사는 2024년 1월 5일 출간한 ‘학교는 망했습니다’에서 “2017년부터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학가협) 법률 자문을 하며 오직 완전한 학교폭력 피해자만을 변호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2017년 강지원 변호사로부터 학가협 자문 변호사 역할을 물려받아 활동했다는 입장이다. 1949년생인 강 변호사는 2000년대 초부터 학가협에서 활동하며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다.
강지원 변호사는 박 변호사 저서 ‘학교는 망했습니다’에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해맑음센터가 폐쇄될 뻔할 때 누구보다 앞장서 나서던 박 변호사가 또 한 번 용기를 내서 펜을 들었다”며 “누구도 쉽게 말하기 힘든 진실까지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박 변호사의 열정이 새롭게 바꿀 세상이 기대된다”고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학가협 측도 박상수 변호사가 2023년 5월 전국 유일의 학교폭력 피해자 전용 기숙형 교육기관인 ‘해맑음센터’가 안전문제로 폐쇄됐을 때 목소리를 내준 것에 대해선 고마움을 표했다. 당시 박 변호사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방적인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와 함께 섞여 있는 공간에서 있으라는 것 자체가 국가가 저지르는 폭력”이라고 말하며 전면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학가협 측에 따르면 박상수 변호사는 2017년부터 학가협에서 활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률 자문’ ‘자문 변호사’라는 직책도 학가협에 공식적으로 없다. 학가협 측은 박상수 변호사가 2017년부터 활동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내부 우려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학가협 측은 박상수 변호사가 2019년 ‘EBS 학교폭력 법률대응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을 당시 학가협과 처음 인연을 맺었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제작된 교육 영상은 박 변호사 등이 참여한 ‘블러썸 학교법정’ 8편과 강지원 변호사, 조정실 학가협 회장이 참여한 ‘빅마마의 행복한 학교’ 8편이다.
박상수 변호사가 학가협 공식 활동을 한 건 2023년 학가협 소속 위로상담가 양성 교육 및 보수 교육 강사로 두 차례 참여했을 때라고 한다. 당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 법 부문을 주제로 강연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변호사에게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나 가족을 소개해주지도 않는 것이 학가협 공식 방침이다.
박 변호사는 ‘자문 변호사’란 공식 직책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학가협에 온 지 얼마 안 된 직원이 이 스토리를 어떻게 다 아나. 우리끼리(강지원 변호사, 조정실 회장) 자문 변호사라고 하고 함께 활동한 것”이라며 “자문 변호사가 공식 조직도에 있는 직책은 아니지만, 공익 활동하는 것도 자문 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 공익 활동하면서 무슨 계약서를 체결하나”라고 되물었다.
박 변호사는 학교 폭력 피해자를 변호사한테 소개해주지 않는다는 학가협 방침에 대해선 “맞다”면서도 “조정실 회장이 사연을 듣고서 ‘이런 사건이 있는데 할 수 있냐’며 제게 개인적으로 전화를 하신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2017년 한진칼 사내변호사 재직 당시 학가협에서 공익 활동 시간을 채웠다고 주장한다. 변호사는 연간 공익 활동 30시간을 의무적으로 채워야 한다. 박 변호사는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법률적 일이 그렇게 많이 일어나지 않았고, (한진칼) 사내변호사로서 공익 활동 정도로 처리할 수준이었다”며 “그런데 2019년쯤 되니까 심각해졌다. 그래서 EBS와 (학교폭력 법률대응 프로그램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학가협 측과 박 변호사 입장이 엇갈린 만큼 2017~2019년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협회(서울변회)에 제출한 공익 활동 신고 내역을 발급받아 보여줄 수 있는지 박 변호사에게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의혹을 정해놓고, 의혹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으면서 이와 같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사 내겠다고 하는 것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일요신문 취재 이후 강지원 변호사에게 “학가협 2017년부터 자문변호사 역할을 변호사님께서 제가 물려받아 하였지 않습니까”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과 강 변호사가 “예 그랬었지요. 왔다갔다 하면서~”라고 답장한 내용을 보내왔다.
강지원 변호사는 일요신문 통화에서 “(박 변호사 활동이) 2017년부터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기억 못 해도, (언제부터 활동했는지)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라며 “(박 변호사는) 학가협에 왔다 갔다 하면서 자문해주고, 문제 있으면 상의해주고 한 사람이다. 계약서를 쓰고 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도 고문 계약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전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조정실 회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박상수는 누구
박상수 변호사는 2013년 제2회 변호사시험에 붙은 뒤 대한항공 사내변호사로서 사회생활 첫발을 내디뎠다. 이듬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 준법지원인으로 자리를 옮겨 2019년 5월까지 근무했다. 2016년부터 2023년 말까지는 가명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에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상수 변호사는 학원 강사로 일한 것에 대해 “2013년에 변호사가 됐지만, 1년간 변호사로 일하고 빚만 9700만 원이 됐다. 회사와 연봉협상을 했지만 제가 원하는 만큼을 주기 어려워 주말에 강의를 하겠다고 했다”며 “회사의 허락도 받고 지방변회의 겸직허가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박상수 변호사는 2015년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2021년 1월 한법협의 공개 지지를 받은 이종엽 변호사는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회장으로, 김정욱 한법협 초대회장은 제96대 서울변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종엽 회장은 당선 직후 박 변호사를 대한변협 부협회장으로 임명했다. 박상수 이종엽 김정욱 김영훈(현 대한변협 회장) 등이 참여한 ‘직역수호변호사단’은 2020년 11월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와 김본환 대표를 변호사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가 부협회장을 역임할 당시 대한변협은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해왔다. 대한변협은 2021년 6월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서 “검찰개혁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특정 성향의 인사를 중용하느라 법치와 정의를 외면”했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2021년 10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대한변협 관계자는 “정치적 지향에 따라 반대를 한 것이 아니라, 법률가 단체로서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태가 발견되면 어느 세력이든지 가감 없이 비판해 왔다”며 “아프간 난민 수용 촉구 등 보편적 인권 확대에 기여하고, 국리민복을 증진하는 합리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정권에 관계없이 이를 성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단독] ‘제2 타다 사태’ 우려? 정부, 대한변협-로톡 갈등 중재 나섰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