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소통(언어) 능력‧전문성으로 수행 없이 일정 소화, 정치지도자 회의에 스타트업까지 종횡무진
세계 최고 권위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초청된 인사만 참석할 수 있다. 정치인으로는 국가 원수급, 기업인은 매출 5억 달러 이상만 참석할 수 있는 정도다. 흔히 체급을 나누듯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을 선별해 초청하는 것이다.
3000여 명의 참석자 중 지방정부 인사는 12명에 불과한데 그중 하나가 김 지사다. 국제사회에서 김동연 지사가 어떤 위상과 인맥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게 하는 예다.
더 주목할 점은 김 지사의 활약이다. 다보스포럼의 경우는 30분, 1시간 단위의 미팅과 회의, 프로그램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수행이나 통역을 대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제3세계 정치인들의 경우는 개막식 등 대표적인 회의에만 얼굴을 비추고 형식적으로 참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김동연 지사는 다르다. 거의 혼자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언어’와 ‘전문성’이 자리하고 있다. 김 지사는 일단 언어가 된다. 굳이 통역이 따라다니며 대화를 통역해 줄 필요가 없다. 또한 세계적 학자, 기업인들과 토론이 가능한 수준의 전문성과 소양이 있다. 수행원이 현안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김 지사가 강의해야 할 정도다.
이런 특성을 발판으로 김 지사는 다보스포럼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김 지사의 무대는 정치와 경제를 가리지 않는다. 먼저 김 지사는 현지 시각 15일 압둘라 빈 투크 알 마리(Abdulla bin Touq Al Marri) 아랍에미리트(UAE) 경제부 장관을 만나 경기도-UAE 기업과 판교테크노밸리 교류 등 디지털 분야 기술 협력 방안에 대해 대화했다.
이어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인 보그워너사의 폴 파렐(Paul Farrell) 부사장을 만나 경기도에 대한 투자 유치와 벤처산업 발전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요하임 나겔(Joachim Nagel) 독일연방은행 총재와는 한국과 독일, 세계 경제와 관련한 의견도 나눴다.
특히 지난해 8월 고양시 킨텍스 ‘클라이밋 리얼리티 리더십 트레이닝’ 패널토론 행사에서 만났던 앨 고어(Al Gore) 전 미국 부통령에겐 경기도의 기후변화 대응 상황과 앞으로의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투자, 경제협력, 금융, 기후변화 등 전 세계적 현안을 망라하는 이 같은 만남은 김 지사의 국제적 인맥 네트워크와 관심사, 전문성을 확인하게 했다.
김동연 지사는 15일 저녁 전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대표자 90여 명이 모인 ‘이노베이터 커뮤니티’ 간담회에도 참가했다.
이노베이터 커뮤니티는 전 세계 스타트업 기업이 정보를 공유하는 다보스 포럼의 대표적인 행사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참가자 가운데 유일한 정부 인사였다. 말로만 스타트업, 미래 혁신을 논하기보다 스타트업의 중심에서 그 흐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 지사는 유니콘 기업 CEO들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는 챗GPT로 유명한 샘 알트만 오픈AI CEO와 만나 다음 한국 방문 때 경기도에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처럼 김동연 지사는 다보스포럼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그동안의 정치인들이 보여주던 형식적인 참가를 떠나 새로운 현안을 마주하고 글로벌 인맥들과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미래의 기업인들과 만나 그들에게 배우고 그 과실을 어떻게 하면 경기도에 가져올지 고민한다.
김 지사는 “이곳은 수많은 세계 지도자들과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물 반, 고기 반’ 같은 공간이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 지도자, 세계 유수 기업들이 왔다. 나흘 동안 압축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모든 분들을 만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