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콘셉트 인기 모으다 방송 중단 ‘교도소설’ 사실로…1심서 징역 2년, 횡령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집유
‘여자 철구’라는 별명답게 엽기적인 콘셉트로 인기를 모았던 로봉순. 그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비롯해 SNS(소셜미디어)에서도 반년 가까이 활동이 없었다. 이에 “로봉순이 교도소에 갇혔다”는 주장이 누리꾼 사이에서 제기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2023년 12월 6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에서 로봉순은 특수상해미수와 모욕 혐의가 인정돼 모두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업무상 횡령 혐의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모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로봉순 변호인은 2023년 12월 8일, 검찰은 12월 12일 각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추후 수원지방법원에서 2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34층에서 나무판자 떨어뜨려
판결문에 따르면 로봉순은 2023년 7월 29일 오후 9시 21분께 자신의 주거지인 경기 성남구 분당구 금곡동에 있는 36층짜리 오피스텔의 34층에서 나무판자를 창문 밖으로 떨어뜨렸다. 누리꾼 사이에선 “로봉순이 후원에 대한 리액션 차원에서 밥상을 던졌다”고 전해진다.
건물 인근 횡단보도를 걸어가던 10여 명이 앞서 지나간 후에 물건이 떨어졌기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로봉순에게 특수상해미수 혐의가 적용된 이유다. 재판부는 로봉순에게 이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로봉순의 주거지 오피스텔에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은 “로봉순이 휴지 등 쓰레기를 창문 밖으로 자주 버려 경찰에 신고했던 적이 있었다”며 “로봉순이 체포될 당시엔 오피스텔 측이 신고하지 않았는데, 행인이 떨어진 나무판자를 보고 신고를 한 모양”이라고 밝혔다.
로봉순은 그 이전에도 주거지에서 민폐를 끼친 적이 있다. 2023년 3월 10일 오전 5시 35분께 로봉순은 “옆집이 우리 집 유리창을 부순다”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분당경찰서 금곡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로봉순에게 사실관계를 질문했다.
그러던 중 로봉순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집 밖으로 나왔다. 이를 본 한 순경이 고양이를 잡아 건네주자, 로봉순은 욕설과 함께 “네가 왜 내 고양이를 만져”라고 말하면서 현관문 앞에 있던 망치를 손에 들고 현관문과 벽을 여러 번 내리쳤다. 그리고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순경을 때릴 듯이 행동했고, 순경 어깨를 양손으로 밀었다. 이로 인해 로봉순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3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모욕에 4억 원 넘는 횡령 혐의도
로봉순은 2023년 한 인터넷 합동 방송에서 한 남성 유튜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운동만 해서 몸만 좋은데, 성기는 작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가 인정돼 로봉순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로봉순은 2020년에도 한 여성 BJ를 대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했다. 로봉순은 피해자가 방송출연료를 과도하게 요구했다는 이유로 각종 욕설을 내뱉고 신체 부위를 언급하면서 비난했다. 이에 로봉순은 모욕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이 인정돼 2022년 8월 26일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선고받았고, 40시간 성폭력치료강의 명령도 받았다.
로봉순은 업무상횡령 혐의로 징역 1년 3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설립한 1인 엔터테인먼트 법인 계좌에서 로봉순이 본인 명의 계좌나 다른 사람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생활비, 유흥비 등 개인 용도로 소비했던 점이 인정됐다.
그리고 증빙 서류를 갖춰서 회계나 비용 처리 등을 하지 않았던 문제도 짚었다. 재판부는 로봉순이 2021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차량 구입·보험료, 거주지 월세, 메이크업 등 18번, 합계 4억 4024만 1959원을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로봉순 방송의 애청자였다가 로봉순 매니저 겸 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일했던 한 아무개 씨는 일요신문과 만나 “회사가 설립된 지 약 1년이 된 2020년 12월에 일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했지만, 로봉순이 대표 명의를 바로 변경해 주지 않은 바람에 4대 보험료 체납 통지서 등이 나한테 왔다”며 “이 때문에 고소하게 됐는데 뒤늦게나마 명의를 변경해 줘서 취하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무사와의 계약이 2021년 5월에 해지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로 인해 회사 자금 관리가 제대로 안 됐던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주거지·공유오피스 비우지 않아 ‘난감’
로봉순 거주지 오피스텔의 경비원은 “로봉순에게 배달된 택배가 있는데, 계속 부재중이어서 전달하지 못한 채 쌓여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로봉순이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아 수감된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월세 계약을 담당했던 부동산 중개업자와 오피스텔 주인도 로봉순이 교도소에 수감된 사실을 몰랐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2년에 2년 연장으로 월세 계약을 했는데, 현재 계약 기간이 끝났다”며 “해외에 있는 오피스텔 주인은 빨리 비워주길 원하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로봉순이 설립한 1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법인 등기는 살아있는 상태였다. 이 회사 사무실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한 공유오피스에 있었다. 여기도 계약이 만료됐지만, 로봉순 회사 측이 비워주지 않아 공유오피스 측도 난감해하고 있다. 공유오피스 센터장은 “로봉순 회사 관계자에게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는다”며 “사무실 물건을 치우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