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다른 국가의 10배, 운영 불가능”…일각 “진짜 이유는 사업 부진, 철수 핑계 부적절”
#트위치 철수는 ‘망 사용료’ 때문?
트위치는 미국 아마존 계열사의 라이브 스트리밍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다.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가 평균 25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트위치는 2017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트위치의 국내 이용자 수는 670만 명에 달하고, 지난 11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250만 명 수준이다. 한국의 높은 e-스포츠 인기 덕에 트위치도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트위치는 지난 12월 6일 돌연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위치는 내년 2월 26일까지만 국내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트위치가 서비스를 종료하는 이유는 ‘망 사용료’다. 댄 클랜시 트위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서 트위치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다”며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트위치는 지난해 9월에도 망 사용료를 이유로 영상화질을 최대 1080p 해상도에서 720p로 낮춘 바 있다.
IT업계에서는 트위치가 망 사용료로 연간 최대 90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분석한다. 트위치는 녹화된 영상을 주로 보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달리 생방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트위치의 망 사용료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생방송 스트리밍을 하면 동시접속자 수가 크게 늘어나 네트워크에 주는 부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위치의 실제 철수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위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끝나면서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실제 트위치는 올해 초 매출이 하락하면서 400명 규모의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또 트위치는 지난해 수익을 늘리기 위해 스트리머와 플랫폼 간 수익 분배를 기존 7 대 3에서 5 대 5로 조정했다. 하지만 스트리머의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기존 배율대로 복구됐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은 “(트위치는) 지난해 해상도를 낮추면서 아프리카TV와 유튜브가 대체재로 부상해 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트위치 이탈로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가 추가로 나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대체재가 없어서 몇 조 원씩 벌어들이는 회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트위치만 사업이 잘 되지 않아 망 사용료 핑계를 대면서 철수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망 사용료는 협상력을 기반으로 한 사적 계약이다. 따라서 트위치가 국내에서 지배적 위치를 갖고 있다면 비싸게 계약을 맺을 이유가 없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구글은 유튜브를 국내에 송출하면서도 우월한 협상력을 기반으로 망 사용료를 안 내고 아예 뭉개고 있다”며 “애초에 트위치가 한국에서 장사를 잘하지 못하고 있고, 지배적 위치를 점유하지 못해 망 사용료 계약에 있어서도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점화된 망 사용료 논쟁
트위치의 철수 발표 이후 망 사용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지난 12월 13일 하루에만 ‘망 사용료를 폐지하고 통신 3사에 대해 규제해달라’는 내용의 입법 청원이 복수로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이 중 하나는 청원 이틀 만에 약 1만 명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인터넷 등지에서도 통신사가 망 사용료를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망 사용료의 산정 기준과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망 사용료 계약은 당사자 간 기밀유지협약(NDA)으로 진행된다.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를 통해 (망 사용료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싶은데, 통신사들이 거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망 사용료가 특히 비싸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외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 클라우드플레어가 2021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내는 망 사용료는 인도의 10배, 일본의 20배, 유럽의 40배에 달한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용량의 데이터를 써도 한국은 끊기지도 않고 속도가 빠르다. 우리나라처럼 무선으로 제한 없이 편하게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 흔치 않다”며 “서로 통신 환경도 다르고 요금제도 다른데 단선적으로 비교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트래픽이 계속 늘어나면 이를 감당하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들이 장비를 사서 넣고 시설도 늘려야 된다”며 “장비 가격, 전기료, 유지 보수비까지 전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망 사업자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상규 호서대학교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되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라며 “통신사도 영리 사업자인데 손해를 보면서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예컨대 트위치가 안 낸다고 하면 트위치를 안 보는 통신사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 법제화와 관련해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경진 회장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합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라며 “망 사용료와 관련해 부과 기준을 정할 것인지 아니면 성실하게 가격 협의에 임하도록 콘텐츠 사업자 등을 강제할 것인지 논의를 통해 법제화까지 이뤄내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