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후보 중 강호동·송영조·조덕현 유력 거론…결선서 역전 사례도 “끝까지 지켜봐야”
#'연임제' 논란 속 불발
농협중앙회장 투표 및 개표는 오는 1월 25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실시된다. 지역농협, 품목조합 조합장, 품목조합연합회 회장 등 1111명의 선거인이 선거에 참여한다. 농협중앙회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위탁한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의 인사와 예산 등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하나인 NH농협금융지주를 비롯해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등 유통·식품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한 농협 계열사 전직 직원은 “농협은 농업 관련 사업뿐 아니라 정부와도 다수의 사업을 협업하므로 농협중앙회장은 단순 기업인과 차원이 다르다”며 “정치인 입장에서 농민들의 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도 농협중앙회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직선제 방식으로 실시된다. 이전까지는 대의원 간선제로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했다. 일부 조합장만 선거에 참여하다보니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대의원 조합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도 적지 않았다. 결국 2021년 농협법을 개정해 직선제로 선거를 진행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연임이라는 변수도 등장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이 지난해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규정이 담긴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다만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농협중앙회가 국회를 상대로 ‘입법로비’를 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여론도 좋지 않았다(관련기사 ‘국가균형발전 명분은 있지만…’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 논의 뒷말 까닭).
농협 내외부에서는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이 연임을 시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성희 회장 스스로도 연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성희 회장에게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불출마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이성희 회장은 “(불출마를) 고민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농협법 개정안은 2024년이 되도록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해 이성희 회장의 연임도 불가능해졌다.
#과거 사전선거운동 등 각종 비리도
선관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황성보 동창원농업협동조합 조합장 △강호동 율곡농협 조합장 △조덕현 동천안농협 조합장 △최성환 부경원예농업협동조합 조합장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지점장 △송영조 부산 금정농업협동조합 조합장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정병두 전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 총 8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
이 중 강력한 후보로는 강호동·송영조·조덕현 후보가 거론된다. 특히 강호동 후보는 농협 내부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강 후보는 1987년 지역농협 공채 출신으로 2006년 율곡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현재는 율곡농협 5선 조합장이다. 강 후보는 2020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3위로 고배를 마셨다. 강 후보는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다른 후보보다 빠르게 캠프를 꾸리는 등 전국적인 인지도도 높다.
송영조 후보는 2002년 금정농협 조합장에 취임해 현재 금정농협 6선 조합장이다. 송 후보는 현재 농협중앙회 이사와 농협경제지주 이사도 맡고 있다. 농협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조덕현 후보는 동천안농협 3선 조합장으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 농협주유소 전국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조 후보는 충청 지역에서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조 후보가 지역 구도에서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경상남도 지역에서 다수의 후보자가 출마해 해당 지역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강호동 후보가 앞서고, 송영조 후보와 조덕현 후보가 추격하는 ‘1강 2중’ 구도라는 평가다. 그렇지만 결과를 장담하기는 이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표를 얻은 후보자는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위와 2위 후보자의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역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대부분 결선까지 치러지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결선 투표에서 2위 후보자와 3위 후보자가 연합하는 등 치열한 눈치작전도 펼쳐진다.
결선 투표에서 2위 후보가 역전한 사례도 있었다. 2016년 농협중앙회장 선거 1차 투표 결과 이성희 후보가 1위, 김병원 후보가 2위를 각각 차지했다. 하지만 이어진 2차 투표에서는 김병원 후보가 1위를 차지해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이성희 후보는 4년 후인 2020년에는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모두 1위를 차지해 농협중앙회장에 올랐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과열되면서 각종 비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례로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은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시점에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바 있다. 대법원은 김 전 회장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화된다. 김 전 회장의 경우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 이미 임기를 마친 후였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관련 위반행위 신고 시에는 최고 1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며 “깨끗한 선거 분위기 정착을 위해 후보자와 선거인, 조합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하며 위법행위 차단과 정확한 선거 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