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협의 없이 ‘콜라 세트’ 등 사라져 가맹점 수수료 부담 가중…본사 측 “고객 분석 다양한 메뉴 구성 제안”
#갑작스레 바뀐 배민1 메뉴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중 배민1의 메뉴 구성이 변경됐다. 기존에는 치킨 한 마리와 콜라 1.25L(리터) 한 병 세트가 있었다. 그런데 이 세트 메뉴가 사라졌다. 대신 치킨 한 마리와 웨지감자, 에그타르트 등 사이드 메뉴를 합친 메뉴가 생겼다. 사이드 메뉴를 콜라로 변경할 수는 없다. 기존에 없었던 치킨 단품 메뉴도 새로 생겼다.
배민1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자체배달 서비스다. 배달의민족이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담당한다. 하나의 주문이 들어오면 한 건만 배달하는 ‘한집배달’과 가까운 거리의 여러 주문을 묶어 배달하는 ‘알뜰배달’ 방식이 있다. 가게 주인이 배달의민족에 주문 중개만 맡기고 배달은 위탁 배달 대행 등을 사용하는 일반 배달의민족 서비스와는 차이가 있다.
배민1 한집배달 기본형 요금제는 주문 건당 중개이용료 6.8%, 가맹점주 부담 배달비 0~6000원의 이용료가 발생한다. 알뜰배달 서비스는 중개이용료 6.8%, 배달비 2500~3300원이다. 지난 1월 17일부터 배달 방식과 관계없이 중개이용료 6.8%, 배달비 2500~3300원으로 바뀌었다. 일반 배민 서비스 상품은 고객이 식당을 카테고리별로 찾을 때 가까운 가게로 노출될 수 있는 ‘울트라콜’과 카테고리 상단에 무작위로 노출되는 ‘오픈리스트’로 나뉜다. 울트라콜은 1달에 8만 원 정액제고, 오픈리스트는 중개수수료 6.8%가 발생한다. 모든 상품에 1.5~3%의 결제정산수수료가 붙는다.
이번 메뉴 변경에 대해 서울에서 굽네치킨 가맹점을 운영 중인 한 가맹점주는 “치킨과 콜라 1.25L 세트 메뉴에서는 콜라 가격까지 포함된 가격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콜라가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세트가 없어지고 단품 메뉴를 팔 수 있게 되면서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공지나 사전 협의 없이 메뉴 변경이 진행됐다는 점도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앞서의 가맹점주는 “메뉴가 변경되기 불과 3일 전에 신메뉴 교육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콜라 세트 메뉴가 없어지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굳이 콜라를 대량으로 발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메뉴 변경으로 인해 가맹점주 부담이 늘어나거나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메뉴 변경에 대해 가맹점주들은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유가 무엇인지를 가맹본부가 사전에 꼼꼼히 살펴보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끼워팔기’ 논란을 본사가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생긴 치킨과 사이드 메뉴 세트 역시 끼워팔기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경기도 평택에서 굽네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콜라는 안 되고 본사에서 파는 사이드 메뉴는 된다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어려워진 경영 여건 속 불만 가중
가맹점주협의회는 가맹본부와의 원활하지 않은 소통을 지적하고 있다. 굽네치킨 1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이 모인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해 9월 꾸려졌다.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해 10월부터 가맹본부와 세 번 상생협의미팅을 진행했다.
굽네치킨 가맹점주들이 협의회를 꾸리고 상생협의미팅에 나선 것은 가맹점의 경영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굽네치킨은 가맹점에 공급하는 계육(닭) 가격을 고정가로 책정하다 2022년 대한양계협회 시세에 따른 변동가로 책정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기간 계육 수요가 많아지면서 안정된 수급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 본사의 설명이었다.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2022년 겨울부터 2023년 여름까지는 꾸준히 닭이 최고가에서 공급됐다. 현재는 지난해보다 시세가 안정되기는 했으나 고정가로 책정할 때와 비교하면 닭 원가만 1500원 정도 비싼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탓에 가맹본부도 물품대금과 소스 등 원·부자재 가격을 올리면서 원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평택에서 가맹점을 운영하는 앞서의 가맹점주는 “부부가 하루에 12시간 운영해 최저임금 수준으로 돈을 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할인 정책 역시 가맹점주에 부담을 안겨주는 요소다. 가령 지난해 12월 배달의민족에서 진행한 3000원 할인 행사에서 가맹점은 1500원을 부담해야 했다. 배달 플랫폼·카카오톡 선물하기·본사 홈페이지 등을 포함한 굽네치킨 행사는 한 달에 대략 3일을 제외하고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비교하면 가맹점 매출은 줄어든 상황이다.
상생협의미팅에서 가맹점주들은 이러한 상황을 전달하고 본사에 대응책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재료 공급가 인하와 더불어 양계협회 시세에 따른 닭 공급가를 낮춰달라는 것이다. 뼈 있는 치킨(절단육) 가격을 소폭 인상해달라는 요구도 담겼다. 하지만 본사가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가맹본부와의 소통을 둘러싸고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는 “불만이 쌓여서 폭발하는 것”이라며 “제품 가격 인상만이 능사는 아니다. 공급가에 대해 사전에 협의를 하고 상생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어윤선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가맹점과 가맹본부는 수직적인 관계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맹점 고충을 이해하려는 가맹본부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굽네치킨은 오븐에 구운 치킨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2005년 출범 이후 2022년 기준 1124개 가맹점이 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굽네치킨은 bhc·교촌·BBQ에 이은 4위다. 운영사인 지앤푸드의 2022년 별도 기준 매출은 2344억 원, 영업이익은 117억 원이다. 2021년(매출 2127억 원, 영업이익 186억 원)보다 매출은 10.20% 오르고 영업이익은 37% 줄었다.
이와 관련, 굽네치킨 관계자는 “굽네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고객의 요구 사항과 수요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다양한 메뉴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가맹점의 수익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