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이사회’ 참석 의혹으로 입건된 당사자들이 차기 회장 선임…독립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
업계에 따르면 후추위에 합류한 사외이사 전원은 호화 해외 이사회를 다녀온 의혹으로 고발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사내·외이사 16명이 5박 7일 동안 6억 8000만 원의 회삿돈을 사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12월 고발장이 접수됐다.
호화 이사회로 의심되는 출장은 2019년에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 17일 최정우 회장과 사내·외이사 등 8명을 업무상 배임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범대위는 포스코 사외이사들이 2019년 중국에서도 호화 이사회를 개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됐음에도 후추위는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 직후 후추위는 입장문를 통해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개최된 포스코홀딩스 해외 이사회 중에 비용이 과다하게 사용됐다는 최근 언론의 문제제기와 관련해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후추위는 “박희재 위원장은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끌고 나갈 새 회장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후추위 위원들과 함께 더욱 자중하며 낮은 자세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후추위 구성원이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자신들을 방어해 줄 회장을 선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대정 민주노총 전 포스코 지회장은 “포스코그룹 배임 혐의 관련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당사자인 후추위가 포스코그룹을 이끌 회장을 선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후추위의 방탄용으로 선임된 회장은 결국 포스코그룹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추위는 지난 17일 총 18명의 회장 후보자 명단(롱리스트 명단)을 확정하면서 선임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후추위는 자문단에게 ‘롱리스트’를 넘겨 후보자들의 자기소개서, 평판 조회서 등을 토대로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 5가지 자격요건에 맞춰 평가결과를 받는다. 이후 후추위는 자문단 평가 결과를 반영해 오는 24일 제7차 회의에서 ‘숏리스트’를 결정하고, 이어 1월 말까지 심층면접대상자인 ‘파이널리스트’를 확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후추위의 독립성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후추위 구성원인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했는지 의문의 시각이 있다. 사외이사는 과거 임원진의 과다 상여금 지급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사외이사 전원을 포함한 이사회는 임원에게 상여 명목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지급 당시 기준으로 100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임원들에게 지급한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사내이사)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기타비상무이사)도 해당 안건에 찬성했고 각각 6억 6682억 원, 2억 7784만 원 상당의 주식을 챙겼다.
임원들에 대한 추가 상여 명목의 자사주 지급은 논란이 됐다. 포스코홀딩스의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47.4%) 났기 때문이다. 이미 전년 성과를 반영해 임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한 터라 영업이익을 반토막 낸 임원들에게 추가 상여금을 지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후추위에 합류해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들 사외이사(감사위원 제외)의 지난 2022년 보수는 1인당 평균 1억 200만 원으로 전년 8100만 원 대비 25.9% 증가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