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이종환 창업회장 타계 후 12월 전면 휴업…관정재단 무리한 기부도 원인 지목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삼영산업은 최근 모든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곳은 경남 김해 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을 뒀으며 직원 수는 약 160명으로 20년 넘게 일한 장기근속자도 전체의 25% 가까이 된다.
1973년 설립된 삼영산업은 타일 제조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서울 강남 및 수도권 신도시 일대의 여러 시공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300억∼400억 원대의 매출을 내며 업계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종환 전 회장이 2023년 9월 사망하며 경영 위기가 불거졌다. 같은 해 12월 1일 전면 휴업에 돌입했고, 2024년 1월 15일 결국 모든 직원들이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직원들은 오너 공백 및 휴업 등이 발생했어도 사업장이 곧 가동될 줄 믿고 있었다. 회사가 당기순손실에 처음 접어든 때가 불과 2019년으로 얼마 되지 않았고, 2021년에는 반짝 흑자로 전환하는 등 반등 여력이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도한 부채였다. 삼영산업은 2020년 자본잠식에 빠져 2022년 기준 부채비율이 485%까지 치솟았다. 가뜩이나 건설업 불황으로 주문 감소 등이 불가피했는데, 이 전 회장이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다소 무리한 기부까지 이어간 점도 형편을 악화했다고 직원들은 지적한다.
실제 2020년 삼영산업은 약 1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만큼 환경이 나빴음에도 관정재단에 124억 원을 기부하는 등 특이한 행보를 보였다. 게다가 2020년부터 가스 공급사인 경남에너지와 분쟁을 겪으며 상영산업은 약 30억 원의 가스비까지 미납했다. 삼영산업의 2022년 감사보고서는 "관정재단 출연과 경남에너지의 가스요금 추가 청구 등으로 현재 완전 자본잠식이 되었다"며 "이런 사항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는 경고가 담겼다.
이번 사태는 오너 일가의 갈등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로도 꼽힌다. 삼영산업은 2020년까지는 이 전 회장과 장남인 현 삼영화학 이석준 회장이 각각 55%, 3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듬해부터 구조가 확 바뀌었다. 2021년 이 전 회장이 97.76%, 이석준 회장이 1.37%로 변경됐다. 2022년에는 이 전 회장이 99.2%, 이석준 회장은 0.8%까지 줄었다. 지분율이 대폭 바뀐 2020년 직후는 이 전 회장과 이석준 회장의 다툼이 표면화한 시기다.
이 전 회장은 2023년 9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삼영산업 지분을 상속 받겠다고 나선 자녀는 2남 4녀 가운데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따른 피해는 삼영산업을 지켜 온 직원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상황이 됐다.
삼영산업 한 직원은"동양 최대 재단을 키운 기업이 오너 사망 후 불과 3개월 만에 이렇게 될 수 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현재 퇴직금도 받기 힘든 형편으로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지마저 혼란스럽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기문 삼영산업 대표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퇴직금 지급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무리 없이 지급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직원이 부득이 회사를 떠나야 할 상황이 돼 안타까운 심경"이라면서 "금융권에 소명해야 할 내용도 많은데 주인 없는 회사가 된 마당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곧 부도 절차를 밟을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삼영산업 노조는 곧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준 회장과 관정재단 측에도 문제 해결을 촉구할 방침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