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만만 참치 “햇반 꼭 먹고 말테야”
▲ 동원그룹이 식품업계 ‘넘버원’ CJ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재철 회장. | ||
식품업계 1위인 CJ에 대해 동원그룹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2012년까지 동원F&B의 식품업 매출규모 2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나선 것. 2005년 CJ의 매출액은 2조 4900억 원 규모, 동원그룹 전체의 매출액은 1조 5000억 원, 동원F&B만으로는 6411억 원이다. 식품 자체만으로 보면 CJ보다 훨씬 적고 2위인 오뚜기도 1조가 넘는 것을 볼 때 터무니없는 도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당장 1위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2조 원이 넘으면 어느 정도 CJ를 따라잡을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라는 것이 동원F&B의 설명이다.
지난 3월에는 CJ의 마케팅 이사였던 김해관 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해 CJ를 따라잡기 위한 계획에 박차를 가했다. 김 대표는 28년간 CJ에서 재직했고, 최근에는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CJ의 히트작인 ‘햇반’ 출시를 지휘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CEO라기보다는 ‘마케터’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7월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우리 회사가 CEO를 나로 바꿨다는 것은 변화를 추구한다는 의미”라고 얘기해 CJ를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동원은 최근 CJ의 활발한 식품업체 인수전을 의식한 듯 왕성한 M&A에 대한 의욕을 밝혔다. “현재 M&A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총 7500억 원이다. 현금 자산이 2500억 원, 여신한도가 5000억 원이다”라는 것. 지난 8월 동원이 인수한 해태유업의 가격은 정확히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대략 40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7500억 원이면 해태유업 같은 기업을 15개 넘게 살 수 있을 만큼 실탄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오늘날 식품시장에서 매출액 1000억 원 이하 수준의 기업은 어려움이 크다. 일단 이러한 회사들이 물망에 오를 것”이라고 동원 측은 설명하고 있다. 최근 가공식품의 유통망이 할인점에 크게 의존하게 되면서 1∼2위를 다투는 제품 위주로 매대 진열이 이루어지다 보니 하위권 업체의 도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찬들, 삼호물산, 유동골뱅이, 하선정 식품 등 나름대로 유망했던 업체들이 CJ에 인수되면서 경쟁업체인 오뚜기와 동원의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원F&B는 지난해 7월 덴마크우유를 생산하는 디엠푸드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8월 해태유업과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참치와 우유. 잘 조합이 되지 않는 매칭이다. 동원F&B는 해태유업 인수에 대해 “해태유업이 우유에는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치즈 분야에서 잘나가고 있어 향후 치즈 가공 설비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의미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치즈에 대한 투자는 참치사업을 발굴한 김재철 회장의 ‘선구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김 회장은 80년대 해외를 탐방하고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참치를 많이 먹더라’는 결론으로 참치사업을 밀어붙인 것처럼, 얼마 안 있으면 치즈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디엠푸드를 인수한 것도 프리미엄 요구르트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식품에 대해 ‘먹을 것’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 동원산업 건물. | ||
올해는 인삼사업 진출을 선언, ‘천지인’ 브랜드를 출시하고 진덱스(GINDEX)라는 유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삼 시장은 정부에서 독점을 풀어준 지 얼마 되지 않은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과 농협의 ‘한삼인’이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동원은 이 사업을 키워 2012년까지 인삼으로만 12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경쟁사인 CJ도 한때 인삼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숙취해소음료인 ‘인삼한뿌리’ 외에 인삼판매는 계약기간이 끝난 상태로 사업을 계속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사업부분에서도 동원은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참치캔 판매가 2∼3년간 성장이 정체되자 포장을 바꾼 리뉴얼 제품을 출시하고 TV CF를 시작하는 등 정체된 시장의 확대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동원F&B는 향후 새로운 주력상품이 될 ‘파시’ 제품을 출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미리 구워진 생선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즉석에서 맛보는 생선구이 상품이다. 새로운 식생활 패턴에 맞춘 것으로 CJ의 햇반처럼 히트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원은 CJ의 히트작인 햇반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아산공장에 설비공사를 진행중이다. 3000기압이라는 초고압으로 밥을 지어 햇반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동원의 신사업 진출은 종합식품업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참치업계 경쟁자인 사조산업도 지난해 해표식용유 메이커인 신동방을 인수하고 최근에는 어묵업계 1위인 대림수산과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림수산은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오뚜기를 선정했으나 협상이 결렬되고 예비협상대상자인 사조산업+산업은행 컨소시엄과 협상 중이다.
동원그룹은 동원F&B를 종합식품화하는 동시에 건설과 물류도 키울 것을 계획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건설부문과 통신정밀부문으로 나뉘어지는데, 건설부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동원산업은 원양어업과 횟감 공급 외에도 ‘LOEX’(로엑스) 브랜드로 물류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어업부문과 물류부문의 대표이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물류업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
동원이 CJ를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기도 했지만 CJ는 이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CJ는 지난해 글로벌 비전 발표 당시 2013년까지의 매출액을 10조 원으로 잡았다. 계획만 놓고 보면 동원이 2012년까지 지금의 CJ 규모로 매출을 올린다고 해도 5배로 격차가 커지는 셈이다. 그렇지만 CJ의 효자상품들에 대한 경쟁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어 동원의 도전은 향후 식품업계 판도에 크든 작든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