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연상호 신작들 각각 스크린·OTT 공개…전통·무속·가족 공통 소재로 ‘오싹’ 스토리 펼쳐
#“5년을 기다렸다” 장재현의 ‘파묘’
‘검은사제들’(2015), ‘사바하’(2019)를 연달아 내놓으며 오컬트 마니아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장재현 감독의 5년 만의 신작 ‘파묘’가 오는 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미스터리 영화다. 조상 묫자리를 잘못 쓰거나 혹은 이장을 잘못했을 때 벌어지는 동티(금기를 범한 짓의 대가로 치르게 되는 초자연적 재앙), 즉 ‘묫바람’이라는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소재의 시놉시스가 공개됐을 때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검은사제들’로 한국의 무속 신앙과 서양의 엑소시즘을 결합해 한국형 오컬트에 한 획을 그었다는 호평을 받았던 장재현 감독은 이어 차기작으로 신흥 종교 비리를 쫓는 미스터리 영화 ‘사바하’로 그만의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해냈다. 이후 약 5년의 시간을 넘어 공개한 그의 세 번째 오컬트 영화 ‘파묘’는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선한 소재와 동양 무속신앙의 편견을 깨는 새로운 오컬트 미스터리로 기대 받고 있다. 실제로 ‘파묘’는 1차 예고편 공개 8일 만에 온라인 전체 조회 수 1800만 뷰를 돌파하며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해 냈다.
특히 수년에 걸친 장재현 감독의 견고한 준비와 연출력, 최민식부터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까지 든든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더해져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데뷔 35년 만에 처음으로 오컬트 장르에 도전하는 최민식은 땅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을 연기하며, 김고은은 묫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을 맡아 그와 함께하는 신예 무속인 봉길 역의 이도현과 ‘무속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또 최고의 실력을 갖춘 장의사 영근으로 분한 유해진은 완벽한 연기를 위해 실제 장의사로부터 유골 수습 과정까지 배운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낳았다.
공포, 오컬트, 미스터리 작품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최소화된 것도 ‘파묘’만의 차별점이다.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 같은 현실 판타지 작품에서 현실에 발을 붙이지 않고 쉽게 CG로 작업하게 되면 그 에너지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CG를 최대한 절제하려고 한 것은 미묘한 실제감을 주기 위해서”라며 “배우들의 경우도 블루 스크린에서 연기하거나 가상의 뭔가를 두고 연기하는 것보다 실제를 보여주고 연기를 담는 게 감독으로서 배우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런 감독과 배우들이 꼽은 ‘파묘’의 관전 포인트는 김고은이 선보이는 ‘대살굿’이다. 거대한 굿 신을 에너지 하나만으로 가득 채워낸 김고은은 완벽한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몇 번이고 테이크를 반복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선배 최민식으로부터 “이러다 김고은이 (배우와 무속인) 투잡을 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했다. 예전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라는 말이 있듯 저와 유해진 배우는 그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구경했다”는 극찬을 들은 만큼 ‘검은사제들’ 속 마지막 구마 신, ‘사바하’ 속 그것의 각성 신에 이어 장재현의 오컬트 유니버스 속 세 번째 백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세계관의 확장, 연상호-민홍남의 ‘선산’
스크린에서의 오컬트를 ‘파묘’가 책임진다면, 안방극장은 연상호 감독과 민홍남 감독이 함께한 ‘선산’이 일찌감치 자리매김했다.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은 2024년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강렬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 ‘부산행’(2016)으로 대중들에게 ‘연상호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렸던 연상호 감독은 ‘방법: 재차의’(2021)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등을 통해 오컬트 장르로도 저변을 넓힌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선산’은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연상호 감독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민홍남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연상호 감독은 기획과 각본을 맡았다.
민홍남 감독은 첫 연출작으로 ‘선산’을 택한 것에 대해 “이 작품은 인간의 근간이 되고 모두가 곁에 두고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이란 존재가 가진 다층적인 개념이 이 작품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작동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해 한국인의 뿌리에 맞닿아 있는 선산과 가족에 얽힌 미스터리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앞서 ‘파묘’가 공포 오컬트에 좀 더 크게 중점을 두고 있다면 ‘선산’은 미스터리 스릴러에 오컬트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류경수가 있다. 김현주는 급작스러운 작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사건에 휘말리는 윤서하 역을 맡았으며 박희순은 마을에 연이어 발생한 불길한 일들이 선산의 상속과 연관돼 있음을 직감하고 파헤치는 형사 최성준으로 분한다. 최성준의 후배이면서도 모종의 악감정을 품고 열등감에 시달리는 형사반장 박상민 역에 박병은, 상속 후 갑자기 나타나 윤서하를 혼란에 빠트리는 이복동생 김영호 역은 류경수가 맡았다. 이들은 모두 ‘선산’이 가진 차갑고 냉소적이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더불어 한국인의 뿌리를 건드리는 소재의 참신함, 그리고 시청자와 함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추리의 재미를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이와 더불어 가장 한국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느껴지는 낯섦과 괴이함으로 시청자들의 심리적 공포감을 높이는 한편, 몰입도 역시 최대치로 끌어내는 프로덕션 역시 ‘선산’의 또 다른 감상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속인의 화려한 의상과 서낭나무에 매달린 오방색 천 등 강렬한 색감과 더불어 한국 전통악기를 활용한 음산하고 미스터리한 음악이 조합된 각각의 신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6회 내내 이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