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80% 해외 출국” 소식에 칭화대 “80% 아닌 8%” 해명…대학원 진학률 80% ‘와전’ 해석도
1월 17일 인터넷 사이트 검색어 1위엔 ‘칭화대 졸업생’이 올랐다. 칭화대 졸업생들이 대거 해외로 나간다는 글들이 퍼지면서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중국 최고의 명문대 중 한 곳인 칭화대 학생들이 국내보단 외국을 선호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인재 양성’ ‘개인의 자유’라며 옹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자신을 칭화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이 글은 거짓말로 보인다. 주변에서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나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쓴 것에 대해 “칭화대 편을 드는 것이냐” “가짜 칭화대 졸업생인 것 같다” “모든 졸업생들을 조사해봤느냐” 등과 같은 저격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갑자기 논란에 휩싸인 칭화대 측은 부랴부랴 입장 발표에 나섰다. 칭화대 측은 “졸업생 80%의 해외 출국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취업을 제외한, 해외 유학 통계를 내보니 8% 정도였는데 여기에 왜 0이 하나 더 붙어서 알려진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칭화대에 따르면 졸업생의 8%만이 해외 유학을 결정했다고 한다. 인터넷 등에 퍼진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칭화대에 따르면 2023년 학부에선 3200명, 대학원에선 5200명이 졸업했다. 이들 중 해외 유학 비율은 8%가량이다. 석사를 택한 학부생들 중 15.6%가, 대학원생의 경우 5.9%가 외국 대학으로 진학했다. 국내 대학으로 진학한 비율은 학부생 65.2%, 대학원생 6.9%였다. 학부생들은 외국보다 국내 대학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칭화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간 유학을 떠났던 학생들의 현황을 조사해봤다. 대부분이 국내로 돌아와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이들이 조국을 버렸다는 세간의 오해는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의 동문들은 중국의 발전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칭화대에 따르면 학부 졸업생 중 80.8%, 석사 졸업생 12.8%가 취업이 아닌 진학을 택했다. 학부 졸업생 5명 4명은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이 수치가 잘못 알려져 ‘해외 출국 80%’로 와전됐을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의 칭화대 관계자는 “칭화대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은 원래 많긴 했지만,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그 비율이 더 높아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취업을 택한 졸업생들 중 83.0%는 국가 경제, 방위, 우주 등 중요 부문에 입사했다. 국영기업에선 중국항공우주기술그룹에 가장 많이 취업했다. 그 다음은 국가전력망이었다. 칭화대 졸업생들이 국가 기반 핵심 영역에 진출한 것이다. 민간기업에선 통신네트워크 화웨이,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칭화대 측은 “어떤 업종에 취업을 하든, 또 어느 지역으로 가든 칭화대 졸업생들은 국가 발전을 위해 여러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지난 10년간 칭화대 학생들이 베이징 등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 진출도 활발하다는 것이다. 칭화대 측은 “국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곳, 산업에서 청춘의 꽃을 피우고 있다”고 했다.
칭화대 항공우주대학을 졸업한 주푸친은 현재 시골 도시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직장은 인민해방군 산하 공군부대다. 국방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해외 유수의 무기업체 러브콜을 받았다. 국내의 민간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서도 이런 곳으로의 취업을 적극 추천했다. 하지만 주푸친은 군으로 들어갔다.
국제대학원 석사 출신의 동원진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동원진은 “발전 혜택을 보지 못한 변방을 일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기계과를 졸업한 소랑단은 티베트의 한 전력회사 연구소에 취업했다. 소랑단은 “1급 도시가 아닌 곳에서도 과학 기술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열심히 탐구하고 있다”고 했다.
칭화대의 공식 해명으로 이번 일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 해명을 두고도 SNS 등에선 관련 글들이 쏟아지는 등 반응이 뜨겁다. 한 누리꾼은 “학부생의 80%가 석사 학위를 위해 진학한다는 내용이 놀랍다. 최고의 수재들만 간다는 칭화대 학부생들의 학구열이 남다르긴 한 모양”이라고 했다.
칭화대 출신이라고 밝힌 또 다른 누리꾼은 “80%가 해외로 출국한다고 해도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해외로 가면 배신?’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라면서 “15년 전 내가 학교 다닐 때에도 일정 학부 성적만 갖추면 대학원 석사로 진학하는 건 기본이었다”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