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53으로 2022년보다 취약…초고령화 사회 대비 ‘개인연금’ 확대 목소리
칭화대가 발표하는 은퇴지수는 크게 6개 항목을 측정한다. △은퇴 책임의식 △재무계획 인지수준 △재무문제 이해력 △은퇴계획 개선도 △은퇴저축 충분도 △기대소득 획득이다. 지수는 0~10으로 수치가 클수록 은퇴 준비가 충분하다고 본다. 6을 기준으로 한다. 2023년 기록한 5.53은 중국인들의 은퇴 준비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칭화대 경제경영대학원 보험위험관리연구센터장인 천빙정은 “경기 불안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소득도 하락했다. 은퇴계획을 수립할 여유가 부족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퇴 후의 노년을 대비하는 것보단 지금 당장의 생활에 쫓기다 보니 지수가 하락했다는 취지다.
응답자들이 예상한 평균 은퇴 연령은 58.1세였다. 흥미로운 것은 젊을수록 은퇴 예상 시기가 빨랐다는 대목이다. 20~30대는 앞으로 50대 초중반에 은퇴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56세 이상 응답자들의 은퇴 연령은 62세였다. 고령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이 젊은 세대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상황에서 은퇴지수가 하락했다는 부분에 우려를 표했다. 중국인들의 노후 대비 방법은 사회보험, 은행 재테크, 개인연금이 주를 이룬다. 사회보험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고, 은행 재테크와 개인연금은 스스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은퇴 후를 준비하기 위해 저축을 선호해왔다. 원금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연금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도 퍼져 있다. 이는 개인연금에 대한 부족한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들어 은행과 보험사 등이 앞다퉈 ‘개인연금 컨설팅’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은퇴지수 보고서에선 처음으로 개인연금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다. 응답자의 21%만이 개인연금 제도를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43%는 개인연금 제도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고 했다. 11%는 개인연금 제도를 모른다고 했다. 개인연금 제도를 알고 있는 응답자를 상대로 한 질문에선 51%가 중립, 15%가 반대, 34%가 찬성을 기록했다.
전체 응답자 중에선 6.8%만이 개인연금 계좌를 갖고 있었다. 현재 개인연금은 연간 납부액이 1만 2000위안(218만 원)을 넘을 수 없다. 한 달에 평균 1000위안(18만 원) 꼴이다. 그런데도 계좌 보유자들 대부분 월 500위안(9만 원)대를 납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그만큼 개인연금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과 보험업계에선 그동안 개인연금 상한액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납입 액수를 정해놨다는 것 때문에 고객들이 개인연금을 위험한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연금은 가장 안정적으로 운용된다”고 했다. 이에 당국에서도 상한액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당국 관계자는 “개인연금 정책은 아직 초기 단계”라면서 “홍보 확대와 참여율 상승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연금 계좌 보유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40.96%가 은퇴 후 월별 고정 수령을 택했다. 26.5%는 분할 수령, 15.74%는 일괄 수령이었다. 당국은 월별 고정 수령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세제 혜택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앞서의 당국 관계자는 “은퇴를 준비할 때 개인이 더 많은 책임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지금은 저축에 쏠려 있지만 앞으론 개인연금 비율도 늘려가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무엇보다 미래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감정을 갖는 것은 노후 준비에 있어서 반드시 피해야 할 덕목”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끝으로 정부의 노후보장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보다 다양하고 정교한 노인 연금 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많은 보험사들은 노인 연금을 주력으로 정하고,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제안이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