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분율 낮은 상장사 신세계아이앤씨 자금 투입…신세계그룹 “효과적인 이자수익 얻을 목적”
신세계그룹은 지난 19일 부동산 업황 불황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세계건설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신세계아이앤씨가 신세계건설이 발행하는 6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90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재무구조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세계건설 총차입금은 3785억 원으로 전년 1125억 원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부채비율도 2022년 265%에서 지난해 3분기 470.0%로 높아졌다. 경영난으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개시한 태영건설의 부채비율 478%에 육박했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와 이마트 두 개 부문으로 나뉘어 경영하고 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 이 두 회사의 지배를 받는 각 계열사 대부분은 다른 부문의 계열사와 지분으로 얽혀 있지 않다. 두 개 부문이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모양새다.
신세계에서는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18.56%로 최대주주다. 이마트에서는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이 18.56% 지분율로 최대주주다.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두 회사의 지분 10%씩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신세계아이앤씨와 신세계건설은 이마트를 모회사로 두고 있지만 두 회사 간 서로 얽혀 있는 지분은 없다. 신세계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신세계아이앤씨가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신세계아이앤씨가 상장사라 이곳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신세계아이앤씨가 신세계건설의 리스크를 떠안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시가총액 2000억~2100억 원 규모인 신세계아이앤씨가 신세계건설에 투입한 600억 원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안정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신세계건설의 사모채권을 매입하고 담보물로 ‘신세계건설 사업장 공사대금입금계좌 예금반환채권 신탁’을 받았다. 하지만 신세계건설이 경영난으로 채무 상환이 어려울 경우 담보물을 처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세계아이앤씨가 신세계건설에서 일종의 매출채권을 담보물로 받은 것인데 만약 신세계건설 사업장에서 정상적으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유동성 회수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신세계아이앤씨가 신세계건설 사모채권을 인수하면서 통상적인 금리보다 높은 7%대 금리를 보장받은 것도 이런 리스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모회사인 이마트 입장에서는 신세계건설의 재무지원 부담을 외부 투자자인 신세계아이앤씨 일반주주에게 돌린 모양새가 됐다.
이마트가 지배하는 계열사 가운데 신세계아이앤씨 지분율이 가장 낮다. 이마트가 보유한 신세계아이앤씨 지분율은 35.7% 수준. 신세계그룹 측이 보유한 신세계아이앤씨 지분은 이마트 외에는 없었다. 이마트는 또 신세계건설의 42.7%(지난 24일 기준)의 지분을 확보했다.
해석에 따라 이마트가 ‘남(신세계아이앤씨 일반주주)의 돈’으로 자신의 자회사 신세계건설을 도와줬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마트의 지배주주인 정용진 부회장과 이명희 회장에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지배주주가 책임져야 할 리스크를 신세계아이앤씨 일반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에서 자유롭지 않아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아이앤씨는 유휴 자금으로 효과적인 투자를 통한 이자수익을 얻고자 신세계건설 사모사채 인수를 결정했다”면서 “시중 대비 높은 7.60%의 이자율로 연간 45억 원 수준의 이자수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분기 공시 기준 신세계아이앤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60억 원 수준이며, 현재는 더 많은 유휴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세계아이앤씨의 현금 보유 금액과 중장기 투자를 고려했을 때 효과적인 투자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투자금의 120%에 해당하는 720억 원 수준의 충분한 담보를 설정했고, 해당 채권은 공사비 회수에 안정적인 담보다”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