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프로젝트 기대…핀시아 토큰 교환비 불만에 당근책 내놔, 2월 투표결과 주목
이들은 통합을 위해 각자 거버넌스 구성원들에게 생태계 통합 계획 제안서를 제출하고 2월 2일까지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에서 찬성이 더 많아야 통합이 될 수 있다. 이들이 통합되면 통합 토큰으로 가칭 ‘드래곤’ 토큰(PDT)이 탄생할 예정이다.
두 메인넷이 통합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포털사이트를 봐도 대부분 사용자가 적어 문을 닫거나, 문을 닫기 전 유저 데이터베이스 등 확보를 위해 경쟁 업체가 싼값에 인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클레이튼이란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메인넷과 라인이 만들어 유망주로 평가받는 핀시아가 합쳐지게 돼 이례적이란 얘기가 나온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클레이튼과 핀시아가 통합하면 이들의 모회사 격인 카카오와 라인 양쪽에서 좋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카카오톡은 한국에서 라인은 일본,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을 포함해 메신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카카오톡, 라인 양쪽을 이용할 수 있다면 급속도로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
지난 1월 25일 핀시아 거버넌스 멤버인 안두경 굳갱랩스 대표는 AMA(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통해 클레이튼과 핀시아 통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굳갱랩스는 기존 통합 반대파로 분류됐었지만, 투표 직전 발언을 통해 찬성파임을 밝혔다. 굳갱랩스는 핀시아 벨리데이터로서 거버넌스에서 2번째로 많은 물량을 위임받고 있다.
안두경 대표는 “미국 메타(페이스북)에서 근무한 경력에 비춰봤을 때, 거대 자본으로 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 재단을 통합해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통합이 성공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협력할 수 있고, 큰 규모로 지원받을 수 있어 빠른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통합안을 살펴보면, 기존 클레이와 핀시아 보유자들은 각자 보유한 가상자산을 클레이 가치 기반으로 전량 새 토큰인 드래곤으로 전환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토큰 교환비는 1 대 148로 설정됐다. 클레이튼 투자자들은 클레이(KLAY) 1개당 1PDT를 받고, 핀시아 투자자들은 핀시아(FNSA) 1개당 148PDT를 받는다.
이렇게 통합이 된 뒤 새로운 재단은 △기관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마련 △대규모 탈중앙금융(디파이) 인프라 강화 및 네이티브 스테이블 코인 론칭 △인공지능(AI) 기술 적용 웹 3.0 서비스 신사업 추진 △웹 2.0 협력사와의 대규모 웹 3.0 기술 융합 프로젝트 △아시아 최고 수준 게임사, 글로벌 IP 프로젝트 온보딩 △아시아 지역 신규 홀더, 개발자, 협력사 커뮤니티 육성 등 과제를 수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이 통합안이 투표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클레이튼 측은 찬성 의견이 지배적으로 보인다. 반면 핀시아 측 반대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불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핀시아 측 가장 큰 불만 가운데 하나는 1 대 148이라는 교환비다.
이 교환비는 2주일 동안의 평균적인 가격을 산정해 결정됐는데, 핀시아 측 투자자는 이 가격에 핀시아 가치가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합병 발표 한 달 전쯤인 2023년 12월 23일 라인 넥스트는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와 그 컨소시엄으로부터 1억 4000만 달러(약 18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이 투자는 2023년 아시아 블록체인 및 웹3 업계에서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핀시아 투자자들은 크레센토 측 투자 자금과 성장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이 아직 안 됐다는 주장이 많다. 다만 '코인사관학교'를 운영하는 변창호 씨는 “핀시아는 오픈한 지 7년이 지난 코인이다. 아직 잠재력이 표출되지 않았다기엔 이미 가격도 크게 널뛰었다가 폭락한 적도 있어 클레이튼에 비해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핀시아 측은 클레이튼 관련 사법 리스크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경율 회계사가 2023년 10월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과 카카오 관계사 임원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클레이튼 측에서는 ‘횡령 의혹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지만 검찰은 사건을 수사 중이고 이 과정에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데 섣불리 통합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자 및 관계자 소통을 위해 클레이튼 재단은 1월 25일 저녁 8시 긴급하게 ‘클레이튼-핀시아 생태계 통합’ 관련 일종의 간담회인 AMA를 개최했다. 이날 클레이튼 측은 핀시아 투자자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PDT 토큰 교환비와 관련해서 간접적인 보상책을 내놨다. 해당 보상책에 따르면, 핀시아 보유자가 투표에 참여하면 ‘온체인 기여자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보상 물량은 총 PDT 8000만 개로 결정됐는데, 이 보상은 핀시아 보유자들만 받을 수 있다.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클레이튼은 블록체인 생태계가 이미 성숙해 있지만 핀시아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우선은 핀시아 보유자들을 대상으로만 보상책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 보상은 안건이 가결된다면 투표를 한 핀시아 홀더들을 대상으로 찬성과 반대 여부 상관 없이 제공되는 것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 특유의 탈중앙화된 의사결정 참여 독려와 함께 통합 전후 과정에서 기존 홀더들을 배려하겠다는 두 재단의 의지를 담았다고 전해진다. 핀시아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지금 핀시아를 매수해 26일부터 열리는 투표에 참여해서 보상 물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변창호 씨는 “단순히 스펙만 놓고 보면 핀시아보다 클레이튼이 손해로 보인다. 다만 클레이튼도 새로운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사법 리스크 부분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서로 필요에 의해서 진행되니 양쪽에게 모두 좋은 딜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클레이튼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핀시아 관련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면서 합병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특히 클레이튼은 이번 제안이 불발되더라도 끝나는 게 아니고, 제안을 변경해서라도 합병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클레이튼 측은 “불발로 끝나더라도 통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핀시아 측 공식 입장은 이번 제안이 부결되면 더 이상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핀시아 측은 “거버넌스 제안은 말 그대로 제안일 뿐이다. 다른 블록체인을 봐도 수많은 제안이 올라오고 있으나, 이 가운데 통과된 제안만이 다음 단계를 밟는다”면서 “핀시아도 마찬가지다. 저희 방침은 ‘남은 기간 최대한 여러 의견을 조율해서 클레이튼과의 통합을 추진하되 거버넌스와 커뮤니티에서 반대로 결론이 나면 통합하지 않는다’이다”라고 말했다.
핀시아 재단은 클레이튼 재단 통합 부결 가능성에 대해 일단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견이었다. 핀시아 재단 관계자는 “안건이 부결되지 않도록 투표 기간까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진행할 예정이다. 만약 부결된다면 이후 방향성에 대해서는 추후 정해지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핀시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핀시아 측도 통합에 대한 의지가 꽤 확고하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 입장을 종합해 볼 때 설사 부결되더라도 재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종합해 보면 카카오와 라인 계열이 합쳐 국내 가장 큰 메인넷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1월 25일 신규 토큰인 가칭 PDT는 언제 발행되냐는 일요신문 질문에 클레이튼 재단 측은 “통합안이 가결되고 통합이 실질적으로 진행된다면, 로드맵에 따라 2분기 이내 신규 통합 토큰을 발행할 계획이다”라며 “다만 규제라든가, 신규 통합 재단 설립 등을 진행하면서 2분기 이내라는 목표가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변경될 수는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통합 투표는 1월 26일 오전 9시부터 네오핀 내 핀시아 스테이킹 수량 스냅샷 후 보유 투표권이 계산된다. 이후 클레이튼-핀시아 메인넷 합병 거버넌스 투표가 시작돼 2월 2일까지 진행된다. 결과는 하루 전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