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가치 상승’ 지금이 적기 분석, 관건은 가격…LG디스플레이 “다양한 옵션 가지고 전략적 대응”
#잠깐이야 수요 좋지만…
지난 1월 25일 LG디스플레이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의 단계적 엑시트(Exit·출구) 전략을 검토하고 있으며, 활용가치를 최대한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유일한 TV용 LCD 패널 제조 공장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 비중을 줄이고 있다. 2022년 11월 LG디스플레이는 파주 공장의 LCD 패널 생산을 종료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LCD 관련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광저우 LCD 공장의 생산량도 절반으로 줄여 운영했다.
지난해에는 LG디스플레이와 중국 가전업체 스카이워스가 광저우 LCD 공장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스카이워스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지분을 10% 보유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양사는 가격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관심은 매각 시기다. 매각 시기가 빠를수록 LG디스플레이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은 가능한 빨리한다는 게 LG디스플레이 목표일 것”이라며 “잠깐이야 수요가 좋을 수 있어도 어차피 중국 패널 업체 대비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에서 중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OLED에 집중하려 하는 LG디스플레이가 LCD 기술력을 더 끌어올리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했다.
글로벌 LCD TV 패널 시장에서 현재 중국과 대만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워 점유율을 늘렸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LCD TV 패널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LCD TV 패널 가격은 약보합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1월 31달러에서 지난해 8월에는 39달러로 26% 상승했다. 주요 패널 업체들이 가동률을 조정했고 TV 세트 업체들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의 관건은 가격이다. 광저우 LCD 공장의 몸값은 1조 원 정도로 점쳐진다. LCD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 정도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이 관심을 보일 만한 광시야각 기술(IPS)도 보유 중이다.
최근 들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매각과 관련된 호재도 생겼다. 올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LCD 패널 물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중국 수입 비중을 줄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LG디스플레이의 LCD TV 패널 출하량을 지난해(1020만 대) 대비 47% 늘어난 1500만 대로 추정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다. 앞서의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도 LCD 생산 능력이 넘쳐나고 LCD 가격도 떨어진 상태다. 인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8세대급 OLED 투자 여력 만들까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면 현금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LG디스플레이는 8세대급 OLED 생산 라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실탄’을 채워넣을 수 있다.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4조 1000억 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라인 생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BOE는 쓰촨성 청두에 630억 위안(약 11조 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관련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약 1조 4318억 원 규모 유상증자 실시 계획안에서도 8세대급 OLED와 관련된 내용은 빠졌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을 만드는 6세대 생산라인 등 시설 투자에 4159억 원, 운영자금에 6222억 원, 채무 상환 자금에 3936억 원을 쓸 예정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LG디스플레이 차입금 규모는 4조 5000억 원가량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올해 추가적인 차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LG디스플레이는 현금 약 3조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용민 선문대 디스플레이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생산설비 세대를 높이면 유리 기판(원장) 하나로 더 많은 패널을 만들 수 있다. 생산 효율이 늘어나는 셈”이라며 “다만 기존 장비를 바꾸고 새로 공장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로서도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디스플레이 측은 “LCD TV 사업과 관련한 자사 기존 전략 변화는 없다. 다만 세트 고객 요청에 대해 현명하고 유연한 방안을 마련해 LCD 공장의 자사 및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 치고 올라오는데…’ 세액공제 직접환급제 필요 목소리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한국판 IRA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중 하나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기업에 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주거나, 제3자에게 양도해주는 제도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하면서 자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이나 시설 투자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중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OLED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BOE의 8.6세대 OLED 공장 설립 투자금 11조 원 중 30%는 청두 지방정부가 조달한다. 중국 정부는 과거 LCD 분야에 적극적인 지원을 펼쳤는데 최근에는 OLED 분야로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OLED 시장에서 현재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81%로 압도적이지만 향후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도입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보다 강화된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다만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환급 및 양도 제도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재정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상훈 의원실 관계자는 “관심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