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들 “당연히 자동 입금해주는 줄 알았다” 제로페이 “이상거래 징후 반복 때 소명 후 정산”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가맹점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한 시스템이다. 제로페이 가맹점은 2024년 2월 7일 기준 국내 180만 9872개다. 이 가운데 영세‧중소 가맹점이 94%를 차지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큐알(QR)코드를 활용해 물건 값 등을 계좌이체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민간 재단법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한결원)이 전담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제로페이 가맹 상점에서 3만 원어치 물건을 구매한다고 가정하자. 소비자는 물건 값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내장된 제로페이로 결제한다. 동시에 제로페이 측은 상점 주인(가맹점주) 휴대전화로 3만 원이 결제됐다는 메시지를 발송한다. 상점 주인은 자신의 은행 계좌로도 3만 원이 자동 입금될 거라 여긴다.
제로페이 같은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경우 소비자가 물건 값을 결제한 후 이틀 뒤 상점 주인에게 입금된다. ‘소비자가 물건 구매→제로페이 결제→제로페이가 가맹점주에 결제 메시지 발송→제로페이가 물건 값 정산→가맹점주 계좌로 이틀 후 물건 값 입금’ 시스템이다.
하지만 제로페이 측이 이 같은 시스템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일부 가맹점주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제로페이가 물건 값 정산→가맹점주 계좌로 이틀 후 물건 값 입금’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제로페이 측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경동시장 내 한 가맹점주에게 2023년 2월부터 11월까지 미정산(미입금)한 750여 만 원을 10개월 지난 2023년 11월 말 입금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에게도 뒤늦게 2700여 만 원을 입금했다. 이들 제로페이 가맹점주 상인은 “제로페이 결제 대금이 제때 입금되지 않았다”며 “현재도 제대로 입금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동시장에서 30여 년째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 도소매를 하는 덕성물산 정희경 사장(51)은 2023년 11월 20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제로페이 측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 두 건을 받았다. 메시지 내용은 동일했다.
메시지에 따르면 ‘덕성물산 (제로페이) 가맹점은 ‘(구)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고액 거래 발생에 따라 가맹점 정산이 중지돼 정산되지 않은 금액이 있습니다. 미정산 금액은 고액 거래에 대한 소명서 제출 및 소명서 처리 완료일 기준 2영업일 후 가맹점 계좌로 입금될 예정입니다.’ 제로페이 측이 덕성물산에 미정산한 금액이 있으니 소명서를 제출하면 입금해주겠다는 게 골자다.
제로페이 측은 해당 메시지를 통해 덕성물산에 몇 월 며칠, 얼마를 미정산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자세한 설명 없이 가타부타 소명서 제출하면 입금해주겠다는 일방 통보였다”고 한다.
정 사장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제로페이 측에 자초지종을 문의하려 했다. 하지만 제로페이 해당 담당자와 전화 연결이 안 됐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미정산 내역을 잘 모르는 상담 직원들과 통화했을 뿐이다. 미정산금이 왜 발생했으며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지만 담당 직원과 전화 연결이 안 돼 답답했다.
그래도 정 사장은 미정산금을 입금해준다기에 제로페이 인터넷 홈페이지 전자메일로 소명서를 비롯해 제로페이, 지류(紙類)상품권, 신용카드 등 결제 내역과 택배 물량 입증 사진 등 실거래 입증 자료를 전송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명서를 통해 “(덕성물산은) 도소매가 함께 이뤄지는 영업점이라 제로페이 거래건과 액수가 많습니다. 매년 세무사 통해 세금도 확실하게 납부하고 있습니다. 개인영업장으로 인력이 부족해 계좌로 입금되는 매출 부분을 일일이 신경 쓰지 못했는데”라며 “제로페이를 믿고 잘 입금이 되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11월 카카오톡으로 어떠한 설명도 없이 소명서만 제출하라는 내용을 받고 확인을 해보니 2023년 2월부터 11월까지 미입금액이 70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정 사장이 확인한 결과, 2023년 2월 1일부터 28일까지 한 달 동안 제로페이로 결제된 금액은 모두 104만 3000원이었다. 하지만 제로페이 측이 2월에 정입금한 금액은 고작 8만 7000원에 불과했다. 2월 한 달에만 무려 95만 6000원을 미정산했던 셈이다. 정 사장이 소명서 등을 제출한 지 이틀 지난 2023년 11월 30일 제로페이 측은 정 사장 명의 신협 통장으로 755만 4500원을 입금했다. 2023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 동안 미정산한 금액을 입금한 것이다.
#"제로페이 미정산 기간, 사유, 금액 등 불명확"
그럼에도 정 사장 궁금증은 가시질 않았다. 그는 “제로페이 측이 돈을 입금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가 정산되지 않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며 “제로페이가 미정산금으로 입금한 755만 4500원이 정확히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걸 알아보려고 제로페이 측에 여러 차례 전화했다. 하지만 상담 직원들만 연결될 뿐 담당 직원과는 연결되지 않았다”며 불만어린 목소리를 높였다.
덕산물산 하루 판매 건수는 100건 이상이며, 이 가운데 10건 이상이 제로페이로 결제된다고 한다. 정 사장은 “시장에서 매일 바쁘게 정신없이 장사하다 보면 일일이 매상을 다 장부에 기록 못한다. (제로페이 측이) 당연히 알아서 입금해줄 거라 믿었다”며 “제로페이 측이 잘못 처리해서 정산하지 않았던 걸 마치 내가 잘못해서 소명해야 한다는 식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 것도 못마땅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제로페이 측이 2023년 2월부터 11월까지만 미정산한 걸까.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우리는 2023년 2월 이전이나 11월 이후에도 제로페이가 미정산한 돈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에 정산(입금)받은 후 2022년 매출과 제로페이 정산금을 얼추 맞춰봤더니 거기서도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꼼꼼히 다시 정산해보면 미정산금이 더 있을 것 같다”고 의심했다.
정 사장과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덕성물산과 약 100m 거리에서 25년째 정육점 신토불이축산물직판장(신토불이)을 운영하는 정해철 사장(60)도 제로페이 결제사로부터 2738만 1210원을 뒤늦게 정산(입금)받았다. 제로페이 측은 정 사장이 소명서와 2022년 매출자료, 사업자등록증 등을 팩스로 제출한 지 사흘 지난 2023년 12월 19일 수협 통장으로 입금했다.
그런데 덕성물산 정 사장과 신토불이 정 사장이 미정산금을 받은 과정은 다르다고 한다. 덕성물산 정 사장은 제로페이 측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서 소명서를 제출해 미정산금을 받았다. 이에 반해 신토불이 정 사장은 제로페이 측이 덕성물산 정 사장에게 보냈던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덕성물산 정 사장이 “미정산금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처음으로 미정산금 추후 입금 사실을 인지했다. 부랴부랴 그도 제로페이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어 상담직원과 통화했고 소명서를 제출한 후 미정산금을 받았다. 정 사장은 미정산금 입금 메시지가 아닌 알음알음으로 미정산금을 받은 셈이다.
신토불이 소비자는 하루에 많게는 100건 이상 제로페이로 결제한다. 신토불이 정 사장은 “덕성물산 정 사장이 아니었다면 나도 미정산금을 못 받을 뻔했다. 하루에 제로페이로 100건 정도 결제되는데 10건 이상 미정산 돼도 우리는 잘 알 수가 없다”면서 “나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얼마가 미정산 됐는지도 모른다. 제로페이 측에서 아무런 설명도 해주질 않았다. 내가 소명서를 보내니까 입금해준 게 전부다. 입금해주는 대로 받았을 뿐이다. (제로페이 측이) 자동으로 입금해줄 거라 믿고 그냥 놔뒀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동시장 상인들은 “우리 가게에만 제로페이 미정산금이 있었겠는가”라며 “우리는 미정산금을 받아서 다행이지만 전국적으로 제로페이 가맹점 가운데 우리처럼 미정산금을 받지 못한 가맹점은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제로페이가 지금은 제대로 정산해서 입금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제로페이 측을 못미더워했다.
#한결원 “소명대상 가맹점과 소통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
이에 대해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한결원 최정옥 대외협력본부장은 1월 31일 “한결원은 가맹점에서 이상거래 징후가 한 건 발생했을 때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가맹점주에게 관련 거래가 이상거래라는 사실을 알린다. 그러면서 ‘이상거래가 반복되면 정산(입금)이 보류 된다’는 메시지를 발송한다. 이상거래가 두 건 발생했을 땐 정산 보류 사실을 알리며 소명자료를 요청한다. 자동으로 정산도 보류되고 이후 소명자료를 통해 정상거래가 입증되면 정산보류를 해제한다. 그때 미정산금을 가맹점주에게 입금한다. 만약 아무런 소명도 없이 이상거래 징후가 4건 반복됐을 때는 결제 정지 후 소명자료를 요청한다. 그리고 소명이 입증된 후에 결제정지를 해제한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제로페이 이상거래에 대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아 정산 보류된 가맹점을 대상으로 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반복해서 소명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것도 안 될 경우 시장상인회 협조를 받아 소명 요청을 하는 등 소명대상 가맹점과 소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맹점의 부정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며 “해당 가맹점들(덕성물산, 신토불이축산물직판장)은 이상거래로 탐지돼 절차에 따라 소명자료를 요청했고 소명 후 제재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점주들 “무슨 기준으로 ‘이상거래’ 판단하나”
한결원 측은 “덕성물산의 경우 2022년 6월과 2023년 1월에 80만 원씩 뭉칫돈으로 결제한 내역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결원 측이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소명하지 않았다. 이후 두 차례 추가로 소명 요청을 한 후에나 소명했고 미정산 금액도 입금했다. 신토불이는 특정인이 2022년 4월 8건(89만 9000원), 2023년 1월 11건(92만 5000원) 등을 결제했다. 이에 대한 소명자료를 요청했으나 역시 소명하지 않아 정산이 보류됐다가 소명 후 전액 입금했다”고 설명했다. 한결원은 “개인정보인 이 같은 사실을 일요신문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가맹점주들도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한결원 설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쉽게 가시질 않는 분위기다. 가맹점주들은 한결원 설명에 대해서도 “한결원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얼마씩 미정산 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구체적으로 알지 못 한다”며 “이번에 입금해준 정산금도 언제부터 언제까지 미정산 됐던 건지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미정산 기간과 사유, 금액에 대해 여전히 강한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덕성물산 정 사장은 “우리가 손님한테 80만 원어치든 200만 원어치든 물건을 대량으로 팔면 다 이상한 거래인가. 국세청에 다 신고 되는 정상적인 거래다. 무엇을 기준으로 이상거래 징후였다고 판단하고서 미정산 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가게에서 하루에 손님들이 2만~3만 원씩 소액으로 결제하는 건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제로페이 측이) 어떤 건은 입금을 해줬고 어떤 건은 입금하지 않았다. 도대체 확실한 게 없다”며 한결원에 대한 강한 불신을 피력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