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정회부결정으로 가능성 열렸지만…원고 측 “진실은 소송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
법조계에선 바로 그 다음 수순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법조 관계자는 “법원에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것을 본격적인 재판 준비로 볼 수도 있지만 상간자 위자료 청구소송에선 합의에 나설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법원에 알리는 의미로도 본다”면서 “변호사가 합의를 시도해 며칠 이내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릴 수도 있고, 법원에 강한 합의 의지를 밝혀 조정회부 결정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강경준 측도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재판 준비에 돌입하는 방법이다. 답변서를 30일 이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바로 판결 선고기일이 지정돼 원고 측 청구가 모두 인정될 수도 있다. 합의든 재판 준비 돌입이든 강경준 측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강경준 측의 소송위임장 제출 이후 일주일 넘게 사건 진행 상황이 다시 멈췄다. 합의 소식도, 답변서 제출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법원이 바로 판결 선고기일을 지정해도 되는 상황이 됐다. 그렇지만 법원은 조정회부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9민사단독은 지난 2월 6일 조정회부결정을 내리고 원고와 피고 측 변호사에게 조정회부결정등본을 송달했다. 선고기일 지정 등 재판 절차가 아닌 법원이 나서 양측의 합의 의지를 확인하는 조정 절차를 거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원고 측이 합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히며 입장 번복 가능성도 없다고 밝힌 만큼 조정 과정에서의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강경준 측이 법원에 소송위임장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던 1월 중순에도 합의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형사가 아닌 민사 재판인 만큼 법원을 통하지 않고도 원고와 피고가 충분히 합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설이 한창 대두됐던 1월 17일 원고 측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현재로서는 원고가 강경준 측과 합의할 마음이 없다. 재판을 끝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다”며 “지금도 재판을 위해 법원에 제출할 추가 자료를 정리 중”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원고 측은 1월 26일 법원에 서증(서면 증거)과 서증제출서를 제출했다. 법원 제출을 위한 자료를 정리 중이라던 원고 측이 실제로 서증을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이처럼 원고 측이 합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자 3일 뒤인 1월 29일 강경준 측도 소송위임장을 법원에 제출하며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연예관계자들은 강경준의 침묵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침묵이 길어질 경우 합의에 성공할지라도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은 “강경준 씨가 애초 밝혔듯 이번 소송이 사실이 아닌 오해를 기반으로 불거진 것이라면 조정에서 합의로 끝나는 것보다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그러려면 이제는 입장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 “합의로 상황이 종결될 경우 뒷말만 무성할 수 있지만 재판을 통해 오해였음이 명백하게 드러날 경우 향후 연예계 활동에 부담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간통죄 폐지 이후 연예계에서 최초로 상간녀 위자료 청구소송에 피소된 김세아는 조정을 통해 합의에 이르렀다. 몇 년 뒤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에 출연한 김세아는 “이거는 아니라고 증거자료를 다 제시하고 조정으로 잘 마무리가 됐어요”라고 밝혔지만 김수미는 “확실하게 못한 점이 참 많아, 당시에”라며 재판으로 가 승소하지 못한 부분에 아쉬움을 표했었다.
오히려 김세아는 이날 방송 내용이 조정 당시 양측 모두 이후 일체의 분쟁과 관련해 발설하지 않고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공개하지 않기로 한 비밀유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지며 다시 곤란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