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범 회장이 100% 보유했던 신한방, 장·차녀 개인회사가 최대주주로…BYC 지배력 강화 차원 분석도
#한 회장 마지막 개인회사 딸들에게로
지난 1월 31일 BYC가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신한방의 최대주주는 제원기업과 인화상품이다. 제원기업과 인화상품은 한석범 회장의 장녀 한지원 씨와 차녀 한서원 BYC 이사가 각각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이다. 현재 제원기업과 인화상품의 신한방 지분율은 합계는 87%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신한방은 한석범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한석범 회장은 BYC 창업주인 고 한영대 전 BYC 회장의 차남이다.
신한방은 BYC 오너일가 개인회사 중 한석범 회장이 최대주주로 남아 있었던 유일한 기업이다. BYC 오너일가가 보유한 개인회사로는 한승홀딩스·신한에디피스·제원기업·일관·인화상품·신한방 등이 있다. 한승홀딩스는 2021년 신한방에서 인적분할된 기업으로 한 회장의 장남 한승우 BYC 이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한 이사는 신한에디피스 지분 58.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차녀 한서원 이사는 인화상품 외에 일관 지분 100%도 보유 중이다.
신한방은 1972년 설립돼 방적(섬유에서 실을 뽑아내는 일)사업·편직(실로 뜨개질한 것처럼 짜는 일) 제조업·임대업·외식업 등을 펼쳐왔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방적 및 편직 제조업과 외식업을 2019년에 중단했다. 2021년 투자사업부문이 분할되며 현재 신한방에서는 임대업만 영위한다. 임대 매출이 곧 회사 매출인데 실적은 미미하다. 2022년 매출은 88억 원, 영업이익은 22억 원이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자산 총계는 1683억 원이다. 오너 일가 중에는 한석범 회장의 부인인 장은숙 씨가 사내이사로 올라 있다.
1월 31일 기준 신한방의 BYC 지분율은 5.31%다. 두 딸들 입장에서는 간접적으로 BYC의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제원기업과 인화상품은 BYC 지분 0.31%와 2.56%를 보유 중이다. 한지원 씨와 한서원 이사는 BYC 지분을 각각 4.50%, 3.49% 갖고 있다.
신한방은 지속적으로 BYC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방은 83회에 걸쳐 BYC 지분을 매입했다. 소량씩 매입했기에 지분율은 크게 뛰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신한방의 BYC 지분율은 0.02%였다. 신한방은 올해 1월에도 6번 BYC 주식을 매수했다. 신한방은 가장 최근인 1월 26일에 BYC 주식 2만 주를 장내매수했다. 그러면서 지분율이 기존 대비 크게 올랐다. 신한방은 보유자금으로 주식 취득자금을 마련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아"
한석범 회장이 지배하던 신한방 최대주주 자리가 딸들 소유 회사에 넘어간 것을 두고 한 회장이 ‘딸들 챙겨주기’에 나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남 한승우 이사는 BYC 지분 4.66%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더해 한 이사가 최대주주인 한승홀딩스와 신한에디피스도 BYC 지분 13.55%, 18.43%를 갖고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지분율은 36.64%에 달한다.
지금까지 한석범 회장은 장남 한승우 이사를 밀어주는 모양새였다. 신한방이 현재의 신한방과 한승홀딩스로 인적분할될 당시 한 회장이 보유한 BYC 지분 10.55% 전부는 한승홀딩스에 승계됐다. 이후 한승홀딩스 최대주주는 한 회장에서 한승우 이사로 변경됐다. 지난해에는 한 회장이 한승우 이사에게 BYC 주식 6000주를 증여했다.
일각에서는 한석범 회장이 신한방도 한승우 이사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한방은 딸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딸들도 본인들의 몫을 챙기려 할 것이다. 그 몫의 핵심은 BYC 지분을 갖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딸들의 BYC 지배력이 간접적으로나마 늘기는 했으나 장남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번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딸들은 BYC 지분 19%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장남과의) 지분 격차가 크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BYC에서 한승우 이사는 사내이사로 이사회 멤버다. 반면 장녀 한지원 씨는 BYC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차녀 한서원 씨는 BYC 미등기 이사다.
신한방이 BYC 지분을 잇달아 매수하는 것은 오너일가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BYC는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자산운용사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견제를 받아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가 보유한 투자 부동산 가치가 2조 원에 달하지만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아 기업이 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가 장남과 장녀가 각각 최대주주인 신한에디피스와 제원기업을 대상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소수 주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BYC 지분율은 8.99%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BYC 주주총회에서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감사위원 선임 △주주 환원을 늘리기 위한 배당금 증액 △자사주 매입 △액면분할 등을 제안했으나 모두 통과되지 않았다. 이후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움직임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BYC는 일단 대화를 통해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분을 늘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석범 회장은 모친 김 아무개 씨와 1000억 원대 소송을 벌이고 있다. 김 씨는 한영대 전 회장의 사후 유산 상속 과정에서 배우자에게 법적으로 지급이 보장된 유류분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회장이 생전에 자녀에게 물려준 계열사 지분 등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해야 하며, 초과 특별수익을 받은 한 회장이 그 부족분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주가가 올라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회장이) 패소하면 주식을 반환하거나 모친에게 현금으로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BYC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드릴 수 없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는 필요한 대화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신한방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은) 경영상 이유 때문으로 아는데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상태”라고 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