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회사 리스크’ 선제적 관리 차원으로 해석…김범수 위원장 회사 케이큐브홀딩스에도 눈길
#오닉스케이, 김범수 동생 김화영 씨 개인회사
오닉스케이는 지난 1월 5일 청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오닉스케이는 김범수 위원장의 동생 김화영 씨가 지분 100%를 가진 개인회사다. 오닉스케이가 2016년 케이큐브홀딩스로부터 인수한 뉴런잉글리쉬도 해산될 예정이다. 오닉스케이와 뉴런잉글리쉬는 카카오 계열사로 분류된다. 김 위원장의 특수관계자가 지분 전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닉스케이는 2011년 설립된 부동산 관리 업체다. 오닉스케이는 과거 김범수 위원장이 소유한 케이큐브타워 빌딩 위탁관리를 맡았다.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도 벌였다. 카카오 사내 커피숍인 카페톡을 운영하고, 카카오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 상품을 판매했다. 뉴런잉글리쉬는 오프라인 영어학원 사업을 맡았다.
오닉스케이의 실적은 카카오 전체 실적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오닉스케이의 매출은 2017~2022년 5억~1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오닉스케이의 영업이익 규모도 2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오닉스케이의 청산 결정이 카카오의 경영 쇄신 작업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오닉스케이는 공정위가 규정하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해당한다. 다만 공정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오닉스케이의 내부거래금액은 0원이다. 그럼에도 오닉스케이가 청산되면 사익편취 규제에서 아예 자유로워질 수 있다.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해석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내부거래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친족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계열사로 등록된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혁신기업인 데다 경영 쇄신 요구를 받고 있는 카카오로서는 더욱 부담됐을 것”이라며 “의심 사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친족회사 사업성이 크게 높은 것도 아니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청산한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오닉스케이 청산으로 비핵심 계열사 정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카카오는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장해 ‘문어발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카카오는 2022년 4월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며 “계열사를 30곳 이상 줄여 국내 계열사 수를 100곳 이하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또 핵심 사업에서 벗어난 계열사는 지속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22년 11월 129개에서 지난해 11월 143개로 늘었다. 이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관련 계열사 25곳이 계열사로 편입된 영향이 크다. 카카오 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일부터 12월 4일까지 총 16개 회사가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련 계열사 6곳, 카카오게임즈 관련 계열사 5곳 등 콘텐츠 계열사가 주로 정리됐다.
#김범수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 앞날은?
재계에서는 김범수 위원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에 시선을 집중한다. 김 위원장은 2007년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을 목적으로 케이큐브홀딩스를 설립했다.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도 2009년 케이큐브홀딩스의 투자로 시작됐다. 케이큐브홀딩스는 2020년 ‘기타 금융투자업’을 영위 업종에 추가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현재 카카오 지분 10.41%와 카카오게임즈 지분 0.90%를 보유 중이다.
케이큐브홀딩스를 둘러싼 ‘편법 지배’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2021년 김 위원장의 두 자녀가 케이큐브홀딩스에서 재직 중이고, 김화영 씨가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가족이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카카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2022년 케이큐브홀딩스를 상대로 시정명령(향후 금지명령)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융 및 보험사임에도 불구하고 2020~2021년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보험사는 보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임원 선임과 해임·정관 변경·합병 등 안건에만 다른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해 의결권 있는 주식의 15%에 한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케이큐브홀딩스의 청산설도 제기됐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케이큐브홀딩스에 내린 시정명령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금융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의 2020~2021년 전체 수익 중 금융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달하는 금융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금산분리 규정에서 말하는 금융업이란 고객의 예탁자금, 즉 타인 자금의 운용을 업으로 하는 산업 활동을 뜻한다”며 케이큐브홀딩스 손을 들어줬다.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 관계자는 “상고한 상황”이라며 “금융·보험사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관계자는 “수사 관련된 사항은 비공개”라고만 답했다.
서울고등법원 판결 이후 케이큐브홀딩스의 청산설도 잦아들었다. 국내 한 대학 교수는 “(금산분리 위반 관련) 무죄가 나온다면 케이큐브홀딩스 청산이나 매각을 통해 지배구조를 바꿔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에 처한 카카오가 케이큐브홀딩스를 청산함으로써 논란 발생 가능성을 차단할 가능성도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가족기업 논란이 일자 사회적 기업으로 변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김 위원장의 자녀들이 케이큐브홀딩스를 떠났고 김화영 씨도 이사회에서 빠졌다. 다만 김 위원장의 배우자 형미선 씨는 케이큐브홀딩스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가족기업 오명을 완전히 벗지는 못한 셈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오닉스케이는 계열사지만 카카오와 경영상 관련이 없는 회사”라며 “케이큐브홀딩스 청산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케이큐브홀딩스는 현재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에 카카오 주식을 기부하는 등 창업 취지를 되살려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 수와 관련해서는) 카카오 공동체 시너지 확대와 경영 효율화를 위한 회사 간 통합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