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고려시 평당 건축비 박정희기념관과 비슷, 이승만기념관은 이보다 최소 30% 높을 전망
하지만 박정희대통령기념관도 건축비가 엇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계산됐다. 또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의 경우 국가보훈처가 전례보다 2배 이상 건립비용을 책정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2월 1일 비대위 회의에서 노무현재단의 건축비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노무현시민센터와 노무현재단기념관이 서울 종로와 김해 봉하마을 두 곳에 지어졌는데 평당 건축비가 서울은 2100만 원, 김해는 1660만 원이었다”며 “노무현시민센터가 종로에 건설될 때쯤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가 인테리어와 여러 부대시설을 다 포함해서 평당 500만 원이었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건축비가 많이 상승해서 평당 700만 원이다. 과연 어떤 식으로 2100만 원이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저분이 저런 걸 하라고 제가 모셔온 거다”라고 웃으며 호응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번 선거의 시대정신은 86 특권정치의 청산이라고 했는데, 86 사람들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다”며 “이분들이 수십 년째 운동권 경력으로 끼리끼리 주고받으며 특권정치를 기득권으로 계속해 오는 과정에서 부패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2월 5일 회의에서도 건축비 문제에 대해 “노무현재단이 한 행각은 20만km 달린 2010년식 쏘나타 중고차를 지금 1억 원에 산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이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앞으로 집중해서 어떤 더 큰 일을 할지 기대가 된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이 의혹을 제기한 ‘노무현시민센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뜻을 기린 건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완공이 지연되다 2022년 9월 문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위치한 연면적 5179㎡(1569평)에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 건물로, 시민 참여 행사를 위한 강의실·다목적홀·서재·미디어센터 등이 마련돼 있다.
김 위원의 계산(평당 2100만 원)대로 하면 총건축비는 33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노무현재단 측은 평당 건축비가 김 위원이 책정한 2100만 원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정확한 액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김 위원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그 건축비를 도출해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다만 액수를 특정해 반박하면 김 위원은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 요구하는 등 논쟁으로 끌고 갈 것이다. 때문에 대응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무현시민센터는 강의실·공연장·방송실 등 각종 무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런 시설을 위한 설계와 공사를 아파트의 인테리어나 부대시설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이 노무현시민센터 건축비를 문제 삼자, 야권에선 보수 정당 소속 전직 대통령 기념관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는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이 위치해있다. 2012년 2월 개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하는 기록물 및 유품이 전시돼있다. 기념관은 연면적 5290㎡(1603평)에 지상 3층 규모로 1층은 전시관, 2층은 전시관과 도서관, 3층 도서관 전용이다.
박정희대통령기념관 공사비를 두고는 시작부터 잡음이 작지 않았다. 2000년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는 발족 당시 기념관 건립 공사비가 ‘국민 모금 500억 원·정부 지원 200억 원’ 등 총 709억 원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대중 정부는 지원금 208억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모금액은 1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자 기념사업회는 고육지책으로 기념관 규모를 대폭 축소, 총공사비를 214억 원으로 조정했다.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만 기념관을 짓겠다는 의도였다.
이에 노무현 정부에서 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 국고보조금 잔액 170억 원을 모두 회수하며 사업이 표류했다. 기념사업회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국고지원금을 내주며 공사를 재개,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건립할 수 있었다. 기념사업회 측이 정부부처 등에 2010년 ‘당초 계획했던 민간기금 500억 원을 다 채웠다’고 알린 점도 국고지원금 지급에 근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측에서는 개관 당시 총 건설공사비로 220억 원이 소요됐다고 알렸다. 일요신문이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측에 정확한 총공사비 규모를 문의했지만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기념사업회 측이 밝힌 공사비 220억 원을 기준으로 연면적 1603평을 나누면 평당 건축비가 1372만 원으로 책정된다. 박정희대통령기념관과 노무현시민센터 건립 사이에 10년이 넘는 시간차가 존재한다. 2011년 평당 건축비 1372만 원을 통계청의 비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 등 건축비 상승률을 적용하면 2022년 기준 평당 건축비는 2122만 원 수준이었다.
김 비대위원이 주장하는 노무현시민센터의 평당 건축비와 박정희대통령기념관 건립 평당 건축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셈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의 경우 아직 건립되지 않았지만, 현재 정부부처와 관련 재단 계획을 보면 건축비가 앞서 두 기념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재평가하며 이념전을 통해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3년 4월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로부터 제출받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 관련 자료’에 따르면, 보훈처는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축에 △2024년 설계비 24억 7000만 원 △2025년 공사비 174억 1800만 원 △2026년 공사비 261억 1200만 원 등 3년간 총 460억 원을 예산으로 책정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이는 앞서 세워진 전직 대통령들의 기념관에 투입된 국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과거 정부는 박정희·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시설 건립에 각각 200억 원, 59억 원, 115억 원을 사용했다. 가장 예산이 많이 투입된 박 전 대통령 기념시설과 비교해도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예산이 2배 이상 많다.
하지만 실제로 예산이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 관련 예산은 보훈처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중기사업 계획의 예산 절차상 초기 단계 내용일 뿐이다. 460억 원은 이전에 개원한 다른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참고했다. 기재부에 관련 예산을 제출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가지원금 외에 기금 후원모집은 지난 2023년 6월 설립된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이 나서고 있다. 다만 기념관 부지나 예산 등 세부사안은 정해진 게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노무현시민센터와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이 연면적이 1600평 정도였던 것을 감안해, 비슷한 수준으로 이승만대통령기념관을 짓는다면 보훈처는 평당 건축비를 2880만 원 정도로 책정한 것이다. 여기에 국민 모금액까지 더해지면 평당 건축비는 더 올라간다. 노무현시민센터의 평당 건축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지난 2월 7일 일요신문에 “사실 그쪽(박정희대통령기념관) 자료는 못 봤다. 구하기도 힘들다. 노무현재단은 우연히 손에 들어온 것”이라며 “(박정희대통령기념관 건축비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한 번 문제 제기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이 시간이 많아져 앞으로 어떤 더 큰 일을 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이 노무현재단 건축비 문제와 함께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이나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과정도 동일한 기준으로 감시하며 문제 제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