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학원은 일제히 긴급설명회…“미리 이사해 지방의대 공략” 맹모 전략도

앞서 지난 7일 종로학원도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한 ‘의치한, 상위권대 합격선 긴급분석 설명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변수를 중점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사실 의대 정원 확대 얘기가 나왔을 때는 몇 백 명 수준으로 예상했었는데 2000명 대폭 증원되는 것으로 발표가 나면서 직장인들이 대입을 다시 준비해 의대 진학을 꿈꾼다든지, 반수생이 늘어난다든지,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지방으로 이동하는 중학생 얘기까지 굉장히 자극적인 얘기까지 들려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대폭 증원 계획에 사교육 시장을 포함한 교육계 전반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공교육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이후 2035년까지 10년간 총 1만 명까지 정원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대학별 배정인원은 추후 교육부와 논의 후 발표할 계획이다. 또 비수도권 의대에 적용되는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은 현행 40%에서 60%까지 늘리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이것이 상위권 대학의 자연계열 일반학과 정시모집 합격선에도 줄줄이 영향을 줘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입시 전반에 대한 세밀한 전망과 대응이 필요해진 점이다. 이미 일선 고교는 물론 초‧중학생 교육 현장에서도 수년 뒤 대학 입시 변수에 대한 선제적 준비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이는 이번 2000명 정원 확대 발표가 있기 전 의대 정원 확대가 기정사실화 됐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자녀가 수도권 소재 전국단위 자립형사립고(자사고) 2학년이라고 소개한 학부모 A 씨는 “자사고에서 조차 현역으로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1등급만 가능했는데 의대 정원 확대 소식에 2등급 정도 되는 학생들까지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의‧치‧한‧약학계열 진학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며 “우리 아이도 겨울방학에 서울 대치동 학원에서 이에 대비한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영재과학고에 다니는 아이 친구는 방학에 의대준비반 학원 수업에 2500만 원을 썼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의대 특강을 듣는 초등학생도 봤다”고 전했다.
지방소재 전국단위 자립형사립고 재학생인 B 군(17)은 “최근까지 반에서 평균적으로 의대를 희망하는 인원 비율이 20~30% 내외였다고 한다면,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이후 그 비율이 40~50%로 늘어났다”며 “선배들은 물론이고 친한 동기들 중에도 의대 진학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B 군은 “원래도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이 모인 학교인 터라 교내에서 의학계열 진학 설명회 지원이 충분히 많았는데 학생들의 의대 진학 수요가 더 늘면서 관련 프로그램 횟수를 늘려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초‧중학생을 자녀를 둔 학부모들 가운데는 자녀의 비수도권 의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미리 지방으로 이사를 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비수도권 의대에 적용되는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이 60%까지 확대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학부모 A 씨는 “둘째 딸이 중학교 1학년인데 의대에 갈 수만 있다면 지방으로의 이사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역대급 의대 신드롬’이 공‧사교육계 전반을 크게 흔들자 향후 후폭풍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의대 입시가 초중고교 공교육과 대입 전반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에 대한 우려다. 의학계열 직업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관심도와 각종 파급 효과에 대한 고민 없이 대규모 정원 증원을 발표한 정부 당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윤구 EBS 입시강사는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이 주최한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입시 지형 변화’ 토론회에서 “수도권 의대 쏠림 현상과 N수생 누적 상태, 의대 증원으로 인한 연쇄 효과 등을 모두 감안해 의대 정원 확대를 고민해야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자연계열과 인문계열 진학의 불균형, 사교육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 기존의 굵직한 교육문제가 ‘의대 광풍’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 입학 정원 확대까지 이뤄지면 의학 교육의 질 저하뿐 아니라 순수 자연계열, 이공계 학과에 대한 기피, 이를 넘어 인문계 교육까지 심각한 위협에 처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터진 것 같다”며 “사교육 카르텔 운운하던 정부가 나서서 사교육 시장에 초대형 호재를 안겨준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목소리에도 정부는 앞서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을 계획대로 강행할 전망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3일 “2000명 증원은 2035년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의사인력 1만 5000명을 감안할 때 이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과도하지 않다”며 “19년 간 증원이 이뤄지지 않아 부족해진 의사 수를 감안하면 결코 많은 수준이 아니다. 너무 많이 늘리는 게 아니라 너무 늦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