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인지평가 받고 결과 밝혀라’ 의견 대두…트럼프는 30점 만점에 30점 받아
대선을 앞둔 시점 다시금 불거진 치매 논란으로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더 늦기 전에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인지능력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이 받았던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 검사를 받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검사에서 30점 만점에 30점을 받은 바 있다.
“내가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자 독일의, 아니 프랑스의 미테랑이 나를 보고는 ‘얼마나 오래 돌아와 계실 것이냐’고 물었다.”
2월 4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뒤 참석한 G7 정상회의의 에피소드를 이렇게 소개했다. 당시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문제는 사실 거기에 있지 않았다. 그가 언급한 프랑스 대통령은 사실 이미 고인이 된 프랑수아 미테랑이었기 때문이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이었던 1981년부터 1995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으며, 1996년 별세했다. 당시 G7에 참석했던 프랑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이었다.
바이든의 말실수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월 6일, 긴급 안보 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의회 연설에서는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의원들을 당황케 했다. 요컨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을 언급하던 중 “약간의 움직임이 있었다…반응이 있었다”라며 주어가 없는 발언을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서 다시 “반대편으로부터 반응이 있었다”라며 애매한 표현을 썼다. 그리고는 이내 “아 맞다. 죄송하다. 하마스로부터 반응이 있었다”라고 고쳐 말했다. 이에 즉각 공화당과 반대파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라는 명칭조차 제때 기억해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인지 장애를 겪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월 8일, 기밀문건 유출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로버트 허 특검의 수사 보고서가 공개되자 문제는 더욱 커졌다.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임기를 마친 후 기밀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에서 유죄를 명확하게 입증할 만큼의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형사 기소는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특검은 기소하지 않기로 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배심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러 법을 어겼다기보다는 ‘실수’를 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바이든 대통령이 배심원들에게 자신을 가리켜 ‘선의를 가진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어필할 수 있으며, 배심원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의미다.
사실 특검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을 조사하면서 이미 ‘기억력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령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이 부통령으로 재직한 시기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으며, 장남인 보가 언제 사망했는지 정확한 연도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의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과 같은 중요한 사건을 잊는 것은 치매의 전조증상인 인지기능 저하의 특징이라고 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증명하려면 반드시 인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권하는 치매 표준검사 가운데 하나는 MoCA다. 199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발된 이 검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인지능력 평가 방법 가운데 하나다. 치매의 전조증상인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로 집중력, 주의력, 기억력, 언어, 계산 능력, 상황 판단력, 수행 기능, 시각 능력 등을 평가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2018년 이 검사를 받았으며, 당시 30점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선거운동에서도 이를 자랑삼아 말하고 있는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당장 시험을 치르라며 재촉하고 있다. 또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대통령 신체검사의 일환으로 인지 검사를 받은 경우에 해당하며, 검사를 기피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가리켜 “인지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게 빤하기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가장 최근 공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신체검사 결과에는 MoCA와 같은 인지능력 평가 결과는 없었다.
MoCA 검사의 경우 26점 이상이면 ‘정상’으로 간주되고, 그보다 낮은 점수는 우려할 만한 상태로 여겨진다. 평균 점수는 27.4점이며, 경도인지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은 평균 22.1점을,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약 16점을 받는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