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범 사면 추진에 독단 감독 선임 의혹…선거 고배·아시안컵 유치 실패 ‘외교 참사’도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이전부터 전술 부재, 근무 태도 등을 놓고 지적이 많던 인물이었다. 2019년부터 약 3개월간 독일 헤르타 베를린에서 임시 감독직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6년 이상 지도자 커리어에 공백이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였다.
일각에서는 사령탑 선택의 뒤에 정 회장이 있었다고 짚었다. 실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감독 선임 권한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축구협회는 2021년 7월 정관을 개정하며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대표팀 운영에 '조언 및 자문을 목적으로 설치한다'고 명시했다. 결국 최종 선택은 회장의 몫이라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 영입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마이클 뮐러 감독도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후보 목록을 만드는 일을 했다'고 밝힌 바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기에 정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의 친분에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정 회장과의 인연을 언급한 탓이다. 이에 '정 회장의 미국 별장이 클린스만 자택과 가깝다, 정 회장이 국제 축구계에서 입지를 넓히려 클린스만을 이용하려 한다'는 등의 각종 설이 난무했다.
이외에도 정 회장의 실책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클린스만 감독의 취임 이후 첫 A매치 일정 당시에는 축구협회 이사회를 열고 승부조작범이 포함된 축구인 100인의 사면을 추진해 물의를 빚었다.
명분은 '축구계 대통합'이었다. 하지만 통합은 의도치 않은 곳에서 일어났다. 매주 K리그 현장에서 다툼을 벌이던 팬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사면에 반발했고 이내 축구협회는 사면 조치를 철회했다. 팬들의 날선 반응에 20여 명이 넘는 이사회 전원이 사퇴를 선언했으나 축구협회는 곧 일부 주요 인사들을 제자리에 앉혔다.
정 회장은 이번 아시안컵 이전에는 선수들의 훈련지를 놓고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앞서 대표팀은 대회를 앞둔 2023년 12월 일부 선수들을 소집해 국내 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국내 훈련에서 공을 만지지 못했다. 축구협회가 새로운 훈련장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계약이 종료됐다. 이에 아시안컵 소집훈련은 서울 소재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실내 훈련으로 진행됐다.
정 회장은 해외 무대에서도 입지를 다지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열린 FIFA 평의회 위원 등 각종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이번 2023 아시안컵은 당초 중국 개최가 예정돼 있던 대회였다. 하지만 중국 측에서 코로나19 문제로 개최를 포기했고 이에 축구협회는 유치 경쟁에 나섰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까지 지원에 나섰으나 결국 개최권은 카타르로 넘어갔다. 거듭된 국제 무대에서의 실패에 정 회장에게는 '외교 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