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되살아나지만 지역경기 바닥···“값싼 외국인 노동자로 인력 채워 향후 부작용 우려”
정부는 유일하게 거제시에 대해 고용위기지역 지정기간을 2024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6개월 연장했다. 이로 인해 조선산업 관련 사업주와 노동자는 6월 말까지 고용촉진 및 취업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거제시도 이에 발맞춰 조선업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지난 1월 13일 조선업 고용지원을 위해 올해 25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조선업 사내 협력사는 고용 산재보험료에 대한 연체금 면제 및 체납처분을 유예 받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 같은 대책은 거제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거제시 양대 조선소(삼성중공업, 한화오션)는 최근 들어 외국인 노동자가 대폭 늘어났다. 2021년도 896명부터 시작해 2022년에는 1607명으로 늘어났다가, 2023년도에는 6535명으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양대 조선소는 인력수급 문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일한 만큼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조선업 노동시장이기에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곳으로 이동한 것뿐”이라며 인력수급은 원청사의 문제라고 직격했다.
실제 2023년 말 기준 어린이집이 50% 정도 폐원했다는 사실은 거제에서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미래 숙련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희망이 없는 조선업을 포기하고 더욱 나은 보수와 미래가 보장된 곳으로 일터를 옮긴다는 현실에 직면한 양대 조선소는 값싼 노동력으로 때우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싶은 것이 노동자의 기본적인 욕구다. 하지만 조선사는 저가수주로 성과만 낼 뿐 노동자의 피땀에 대한 대가 지불에는 인색하다. 값싼 외국인 노동자로 인력을 채우면 평균 임금을 낮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향후 발목을 잡을 요인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해당 문제로 지역 오피니언리더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김성갑 전 경남도의원은 “거제에 합법·불법으로 조선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만여 명으로 추정되며, 추가 투입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 투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거제시의 중추산업이며 국가의 효자산업인 조선업을 외국인에게 내어주면 결국 일본의 조선업 쇠락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가 대거 필요로 하는 조선업은 그 특징상 국민들이 먹고 살 거리가 많다. 젊은 노동자가 숙련된 기술력으로 조선업을 지킬 수 있는 미래가 보장된 삶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외국인 노동자가 떠난 거제는 ‘말뫼의 눈물’을 마셔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조선업 기술력을 배운 외국인들이 한국의 조선업을 위협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과거 일본에 한국인이 조선 산업의 역군으로 많이 일했으나, 국내로 돌아온 후 일본의 조선 산업은 많은 곤란을 겪었다. 값싼 노동력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를 사용한 대가는 참혹했다.
거제시 조선특성화 마이스터 고등학교 거제공고의 재학생마저 양대 조선소에서 받아주지도 않자 미래가 없는 조선소를 외면하고, 멀리 미래가 보장되는 공사나 기업으로 취업의 길을 떠나고 있다. 젊은이들도 떠나고 거제지역의 경제를 지탱한 숙련공들도 떠난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며 거제경기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은 소비적인 측면에서 국내 노동자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김성갑 전 경남도의원은 “젊은 인재들을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기술이 회사에 남도록 하거나, 협력사 직원에게도 정규직과 똑같은 처우개선을 한다면 돌아선 국내 노동자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