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돈 번 사람 누구?
▲ SK네트웍스 자회사 간 합병 움직임을 두고 손길승 명예회장의 2년 전 SK네트웍스 자회사의 지분 매입이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SK네트웍스 건물.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지난 9월 21일 SK네트웍스는 그룹의 통신 단말기 유통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계열사 SK네트웍스서비스에 모바일 콘텐츠 사업을 벌이는 SK네트웍스인터넷을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합병비율은 1 대 0.064847 수준에서 결정이 났다. SK네트웍스서비스는 SK네트웍스가 85%(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15%), SK네트웍스인터넷은 100% 지분을 보유한 업체. 때문에 별도의 주주총회는 필요치 않다. 최종 합병기일은 오는 10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번 계열사 흡수합병 작업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공정위는 올 들어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지적하며 제재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 강화 의중도 내비쳤다. 삼성전자와 SK C&C가 일감 몰아주기로 올 들어 수백억 원대 과징금을 맞았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때문에 이번 SK네트웍스서비스와 SK네트웍스인터넷의 합병이 계열사 줄이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SK네트웍스 측은 그러나 “두 회사의 사업이 연관성이 있어 사업상 시너지 차원, 경영효율화를 위해 양사 이사회 결의로 합병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공정위와 관련한 의미 부여는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항간에는 이번 흡수합병 움직임을 두고 또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특정 주주에게 이익을 안겨주기 위한 목적에서 이번 합병이 시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SK그룹의 3대 회장을 역임한 손길승 현 SK텔레콤 명예회장이 SK네트웍스서비스 15%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SK네트웍스서비스는 지난 2007년 7월 10일 그룹의 통신설비지원 및 업무대행용역 네트워크장비유통 사업을 키우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설립자본금은 불과 50억 원 남짓이지만, 지난해 말 현재 자산규모가 650억 원에 달한다. 그룹의 단말기 유통사업을 맡으면서 수익성도 좋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1500억 원대. 그만큼 안정적이면서 성장성도 높은 곳이다.
▲ 손길승 명예회장. |
이 같은 배경에 손 회장의 지분 매입은 당시 시장에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헐값·특혜 매입 의혹을 제기하며 손 회장과 SK네트웍스를 강하게 압박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명예회장이어서 사업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변명할 수는 있지만 내부자로서 회사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의사결정에도 일부 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직 회장님’에게 은퇴 후 부의 축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측은 “단순 투자를 위해 지분을 확보한 것이며 적정가에 주식을 넘긴 것이지 일말의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현재 SK네트웍스서비스 지분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SK네트웍스 85%, 손 회장 15%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서 비판적 목소리가 잠잠해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2년이 지난 지금 SK네트웍스는 본격적으로 SK네트웍스서비스의 몸집 키우기에 나선 형국이다. 우선 지난 6월 SK네트웍스는 자사가 영위하던 한국휴렛팩커드 등 통신 네트워크장비 국내 유통사업을 SK네트웍스서비스에 영업권양수도 방식으로 넘겼다. 이후 발생한 행보가 SK네트웍스인터넷의 흡수합병이다. SK네트웍스인터넷 역시 그동안 적극적으로 모기업의 지원을 받던 곳. 지난 2010년 11월 5일 SK네트웍스는 메시징 사업 등 모바일사업군 일부를 역시 영업권양수도 방식으로 SK네트웍스인터넷에 넘겼다.
이처럼 SK네트웍스서비스가 규모를 키우면서 가장 큰 이익을 누린 개인은 결국 손길승 명예회장으로 볼 수 있다. 회사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불과 2년 전에 SK네트웍스서비스 주식을 인수한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당장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그 차익만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전 손 회장의 SK네트웍스서비스 지분 매입이 다시금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기도 하다.
SK네트웍스 측은 이런 관측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손길승 회장이) 이사회 멤버도 아니고 배당금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다”라며 “(손 회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회사의 합병 및 영업권양수도 움직임에 앞서 회사의 특수관계자인 손 회장이 지분을 매입했는데 더군다나 SK네트웍스가 100%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었다”며 “내부 고위관계자의 특혜성 지분 인수 후 기업 확장이라는 점에서 둘 사이의 움직임을 완전히 동떨어진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김은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