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마인드마크 설립해 진출, 존재감 미미…신세계 “실적에 대한 평가 아직 이르다”
신세계백화점 운영법인인 (주)신세계는 2020년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하며 미디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사장이 (주)신세계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를 각각 맡고 있다. (주)신세계의 미디어 사업 진출도 정유경 사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인드마크는 영화 제작·배급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도 영화 ‘용감한시민’과 ‘30일’의 배급을 맡았다. 마인드마크는 설립 후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329’와 ‘실크우드’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신세계그룹의 미디어 사업 진출은 당시 격변하던 사업 환경과도 맞물린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오프라인 유통 사업은 위기를 맞았다. 또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미디어 사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산업도 이때 급성장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당시 신세계그룹의 미디어커머스 사업 진출 가능성도 점쳤다. 미디어커머스는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형태의 전자상거래를 뜻한다. 경쟁사들도 미디어커머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2020년 3월 ‘백화점윈도 라이브’를 선보였다. 이는 네이버쇼핑을 통해 백화점 매장 상품을 실시간 영상으로 소개하고 판매하는 서비스다. 롯데쇼핑도 비슷한 시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라이브방송 채널 ‘100Live’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마인드마크는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유통업계에서 예상했던 미디어커머스 사업도 진행하지 않아 기존 유통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마인드마크가 영화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마인드마크의 영업손실은 △2020년 15억 원 △2021년 24억 원 △2022년 24억 원 △2023년 1~3분기 26억 원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 마인드마크의 연매출도 수십억 원대에 불과하다. (주)신세계는 2021년 3월과 2022년 6월 유상증자 형태로 각각 100억 원과 200억 원을 마인드마크에 지원했다. 그럼에도 마인드마크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실크우드를 매각했다.
마인드마크의 실적 부진 원인은 영화 산업의 침체 탓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OTT 등 미디어 사업이 주목 받았지만 영화 사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무엇보다 영화관 방문객이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영화 투자자들도 투자를 축소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총 영화 관객수는 2019년 2억 2667만 8777명이었지만 2020~2021년에는 6000만 명 수준에 불과했다. 2022~2023년의 총 관객수는 1억 명 초반대로 여전히 과거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신세계그룹은 마인드마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당장 사업 포트폴리오를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마인드마크는 드라마보다 영화 사업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마인드마크는 실크우드를 매각했고, 스튜디오329의 실적도 불안정하다. 스튜디오329의 매출은 2021년 189억 원에서 2022년 58억 원으로 69.29% 줄었다. 그나마 2023년 1~3분기 104억 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적자전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스튜디오329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6900만 원, 4억 72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마인드마크는 적자를 기록 중이기는 해도 매출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마인드마크는 지난해 11월 신임 대표이사로 김현우 전 페퍼민트앤컴퍼니 대표를 선임했다. 페퍼민트앤컴퍼니는 영화 ‘신세계’ ‘마녀’ ‘낙원의 밤’ 등을 제작한 영화 제작사다.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임원인사 발표 당시 김현우 대표는 유일한 외부 영입 최고경영자(CEO)였다. 마인드마크에 대한 신세계그룹의 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 산업과 관련된 지표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향후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미디어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영화관 티켓 가격이 올랐고, OTT로 수요도 분산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넷플릭스 등에서 한국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끈 덕에 향후에도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콘텐츠 투자에 있어 한국 드라마 제작사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마인드마크가 설립된 지 오래 되지 않았고, 코로나19로 업황이 어려웠던 가운데 투자는 계속 하고 있어서 실적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라면서도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선 것은 아니므로 사업 포트폴리오 추가와 관련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지만…신세계그룹 신사업 잔혹사
신세계그룹은 지난 몇 년간 신사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마트가 추진한 신사업인 만물 잡화점 ‘삐에로쇼핑’, 헬스&뷰티(H&B) 스토어 ‘부츠’, 드럭스토어 ‘분스’, 프리미엄 식료품 전문점 ‘PK마켓’, 소주 제조 회사 ‘제주소주’ 등은 모두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채 철수했다.
(주)신세계는 2021년 바이오 업체 휴젤과 지난해 서울옥션 인수를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2018년 인수한 가구 업체 신세계까사(옛 까사미아)도 2022년과 2023년 각각 277억 원, 1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는 등 수익성이 좋지 않다.
(주)신세계의 사업 확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1년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을 위한 신규사업팀을 신설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했고, 2020년에는 스위스 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신사업도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는 사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2022년 1조 5539억 원에서 2023년 1조 3543억 원으로 12.84%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53억 원에서 487억 원으로 57.72% 감소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추진하는 신사업은 과잉 경쟁이나 중복 투자 우려가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며 “새로운 수익원을 얻으려다 자칫 기존 사업이 경영 위기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