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전국 285곳, 서울 10곳 불과…차종 제한적인 데다 수소 공급도 불안정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편성된 수소차 보조금 예산은 5713억 5000만 원이다. 보조금은 개인‧법인‧단체가 모두 받을 수 있으며, 지자체별로 지원 금액은 다르다. 환경부는 2023년 11월 기준 3만 4000대인 수소차 보급을 2030년까지 30만 대로 늘리고, 274기인 수소충전소를 660기 이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지자체별 수소차 구매 혜택을 살펴보면 서울시·대전시·양주시·고양시·광주시 등은 3250만 원의 보조금과 세제감면 혜택, 창원시는 3310만 원의 보조금 지급, 성남시는 3500만 원 보조금과 세제감면 혜택을 두고 있다. 많은 지자체가 국비와 시비를 합해 3000만 원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어 수소차 구매자들은 총 6950만 원가량의 수소차를 반값에 구매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일부 지자체는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 세금감면 혜택도 제공한다.
상당한 수준의 지원 규모에도 수소차 구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다양한 원인 중 단연 손꼽히는 것은 충전 문제다. 수소경제종합정보포털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국내 수소차 등록 대수는 3만 4268대에 달하지만 수소충전소는 285곳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현재 등록된 수소차는 3163대, 충전소는 10곳에 그친다. 이 가운데 1곳은 버스 전용 수소 충전소여서 개인 차량 충전은 할 수 없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보조금을 주면 수소차 구매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수소 충전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지 않아서 보조금 혜택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수소차 구매가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며 “수소 충전 인프라를 만들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수소차는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미래에 수소경제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수소 공급과 충전 측면에서 볼 때 자동차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직장인 임 아무개 씨(30)는 “수소 충전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급보다 수소 충전 인프라를 빨리 갖추는 데 더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소차 충전소에 수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충전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도 수소차 구매를 꺼리게 만든다. 수소차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는 국내 수소 생산 업체의 설비 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의 한 수소 충전소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수소 공급하는 곳이 당진 현대제철소, 평택 가스공사, 서산 화학단지가 있는데 이곳에서 설비에 문제가 생겨 충전소에 수소 공급이 어려워지면 일부 충전소에 차들이 몰릴 때도 있다”며 “수소 공급이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충전을 못하고 돌아가는 차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충남 당진군의 한 수소 공급 시설이 수리 문제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겨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광역버스에 설치된 연료탱크에 수소를 절반 정도밖에 채우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초에는 현대제철 수소 설비 3개 중 2개가 고장나 잠시 수소차 충전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유승훈 서울과학기술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경유는 저장을 해놓으면 되는데 수소는 액체나 고체가 아니어서 저장하기가 어렵다”며 “충분한 생산 공장과 충전소를 갖춰야 공급 대란을 방지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수소차 구매를 주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여전히 높은 편에 속하는 수소차 가격대, 이에 더해 구매 가능한 차종이 다양하지 못한 점도 꼽힌다. 현재 국내에서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수소차종은 현대자동차의 ‘넥쏘’뿐이다. 가격은 6950만 원 정도. 보조금을 지원 받으면 3700만 원 전후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운전 경력 1년 차인 조 아무개 씨(28)는 “절반을 깎아준다고 하더라도 아직 너무 비싸다”며 “3500만 원이나 주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수소차를 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 아무개 씨도 “휘발유차량에 비해 수리를 맡길 곳이 많지 않을 것 같고 수리비나 공임비, 부품비가 비쌀 것 같다”며 “사회 초년생도 많이 선택하는 세단차량이나 경차로는 수소차가 나오지 않아 수소차를 구매하기 꺼려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차 넥쏘의 판매량은 전국 지자체의 비슷한 보조금 지급에도 전년 대비 17.3% 감소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수요도 많지 않고, 수소 저장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이 안 된 상황이라 수소차를 확대시키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며 “후속 모델도 나오지 않아 운전자 선택권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수소차 ‘넥쏘’의 신형 모델을 2025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이 한정적인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에 다른 브랜드의 수소차 모델이 들어온다고 하면, 조건을 검토 후 보조금을 지원해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수소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으로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 친환경차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기차 충전기업체 '차지인' 최영석 대표는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보급을 늘리려면 장기적인 정책 계획을 세워줘야 할 것 같다”며 “보조금도 매년 바뀌고 있는데, 매번 변화가 있으면 업계에서는 바로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최소한 2~4년 정도 친환경차에 대한 정책 방향을 알려주면 소비자들이나 업계에서도 더 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소차를 이용 중인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를 타면서 정말 만족하고 있는데,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과 수소차에 대한 우수성 홍보가 덜 됐다는 것이 아쉽다”며 “수소 충전소를 적극적으로 설치하면서 관련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제언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수소차 충전소에 1817억 20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 이는 62개소를 설치할 수 있는 예산”이라며 “다만 62개소를 짓는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고, 예산에 맞게 설치할 수 있는 충전소가 62개소 정도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2년 단기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