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충격 지속, 부동산 부실 처리 촉각…삼성전자·전기차 행보 주목, 총선·미 대선도 관심
#MS의 애플 추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폭이 오리무중인 만큼 상반기는 실물경제가 고금리 충격파를 감당해야 할 시기가 될 수 있다. 연초 미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의 높아진 자금 조달 비용이, 국내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대두된 것은 그 반증이다. 특히 1분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 대규모로 발행했던 채권들의 만기가 집중 도래한다. 금융회사 부실 우려와 자금시장의 경색은 위험자산 선호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부실 처리와 자금시장 안정 방안이 얼마나 통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7개 기술주 M7(Magnificent 7) 주가는 2023년 무려 75%나 폭등했다. 2023년 지수 상승률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43%로 24%에 그친 S&P500을 크게 웃돈다. 상반기에 금리인하나 신제품 같은 뚜렷한 재료가 없다면 기술주 차익실현 가능성이 높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리바꿈도 예상된다. 애플은 미중 갈등으로 중국 시장 점유율을 크게 잃을 처지지만, MS는 AI(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성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MS은 시가총액에서 이미 애플의 96% 수준까지 추격한 상태다.
#삼성전자, 그리고 미국 대선
1월 17일 삼성전자가 실시간 통역 통화인 'AI 라이브 통역 콜'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진 갤럭시 S24를 공개한다. AI가 수요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 기능을 구현하는 스마트폰에는 고성능 메모리반도체(HBM)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모두 높은 점유율을 가진 유일한 업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진 탈출 기대만으로 2023년 주가가 42%나 반등했다. 2023년 코스피가 20% 가까이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정치도 변수다.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현 정부 정책의 추진 동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신당 바람이 불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 어느 쪽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추진을 약속한 정책 가운데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 글로벌 전문가가 한결같이 꼽는 올해 최대의 리스크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다. 트럼프로서는 이번에 당선되면 더 이상 연임을 위해 여론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파를 안겨줄 파격적인 정책 결정이 잇따를 수 있다.
#물가 우려는 잦아들었지만…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감산 시도는 미국과 브라질 등 다른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물가 상승 우려도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이미 유럽과 중국에서는 경기침체까지 진행 중이고 미국도 경제의 온도가 점차 식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예멘 후티 반군의 도발과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글로벌 물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가 최근 동시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점은 변수다.
2023년 증시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전기차 관련주의 엇갈린 행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같은 배터리 제조업체 주가는 2022년에 이어 부진의 늪을 헤맸다. 완성차를 만드는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에코프로그룹과 포스코그룹의 배터리 소재 관련주가 급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3년 배터리와 완성차를 동시에 만드는 중국의 BYD가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가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완성차-배터리-소재-자원’으로 나뉜 생태계 구조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