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한 달 만에 1500만 장 판매고…“법적 문제 없다” 입장 속 개발자들 살해 협박까지 받아
#사칭 앱까지 등장한 ‘팰월드’
일본의 게임 스타트업 ‘포켓페어’가 개발한 팰월드가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1월 19일 출시된 팰월드는 2월 23일 기준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15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엑스박스 게임패스 이용자를 합산하면 누적 플레이어는 2500만 명에 달한다. 팰월드가 아직 개발이 끝나지도 않은 ‘얼리엑세스’ 상태인 걸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팰월드는 일본 도쿄 소재 게임 개발사 포켓페어가 개발한 슈팅·샌드박스(정해진 목표 없이 자유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형식) 게임이다. 다양한 디자인의 몬스터 ‘팰’을 포획해 생존에 필요한 음식과 재료들을 수급할 수 있으며, 건축과 전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팰이 총, 활, 로켓 발사기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FPS(1인칭 슈팅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재료를 모아 집을 짓고 물건을 제작하는 공장을 만들거나 세계를 탐험하는 등 유명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와도 비슷하다.
1월 28일에는 팰월드의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210만 명을 넘어서면서 ‘카운터 스트라이크 2’ ‘엘든 링’ ‘발더스 게이트 3’ 등 대작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현재 스팀에서 팰월드보다 높은 동시 접속자를 기록한 게임은 ‘배틀그라운드(325만 명)’가 유일하다.
게이머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63세 아버지랑 팰월드 같이 하는 중” “어떤 게임에도 흥미를 못 느끼던 여자친구가 팰월드에는 푹 빠져버렸다” 등 팰월드에 대한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표절 논란의 발원지였던 포켓몬 팬카페에서도 “솔직히 재미있다. 시간 순삭일 정도로”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국내에서의 인기는 PC방 점유율을 통해서도 살필 수 있다. 게임트릭스가 집계한 2월 1주 차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팰월드는 전주 대비 두 배가 넘는 2.26% 점유율을 기록하며 톱 10에 진입해 9위를 차지했다. 이는 스테디셀러인 ‘스타크래프트(2.12%)’를 넘어선 기록이다.
팰월드의 엄청난 인기에 각종 앱마켓에서는 사칭 앱까지 등장하고 있다. 주로 모바일에서도 팰월드를 할 수 있다며 게이머를 속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사칭 앱들은 팰월드 공식 이미지를 사용하고 개발자 이름을 ‘포켓페어’로 명시해 누구나 공식 앱으로 착각할 수 있게 등록돼 있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해당 사칭 앱이 내려간 상태지만, 일부 앱마켓에서는 아직도 버젓이 등록되어 있다.
포켓페어는 1월 31일 공식 엑스(X)를 통해 “모바일용 팰월드 애플리케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자사는 이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알렸고, 사칭 앱을 내려받으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란다”고 공지했다. 실제로 사칭 앱들을 다운로드한 이용자들로부터 백도어 프로그램(몰래 설치돼 개인정보를 빼내가거나 특정 작업을 하도록 제작된 프로그램) 의심 제보가 보고되고 있다.
#표절 논란에 살해 협박까지
다만 포켓몬 저작권 침해 논란은 팰월드 고공비행의 걸림돌이다. 닌텐도의 주요 관계사 포켓몬컴퍼니의 대표 IP(지식재산권) 포켓몬스터 캐릭터와 상당히 유사한 팰이 일부 발견되면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포켓몬스터 외에도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 프롬 소프트웨어의 ‘엘든 링’ 등 다양한 게임을 표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조베 포켓페어 대표는 일본 매체 ‘오토메이션’ 인터뷰에서 “팰월드는 출시 전 법무적 검토를 모두 거쳤으며, 타 기업에 의한 어떤 법적 조치도 가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한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저들은 재미만 있다면 표절 의혹과 관계없이 게임을 즐긴다는 점은 업계에 충격적인 사건”이라면서 “국내 중소 게임사나 인디개발사에서 해당 사례가 악용될까봐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거세지자 1월 25일 포켓몬컴퍼니 측은 “1월에 발매된 타사 게임과 관련해 포켓몬과 유사하다는 의견과 당사가 허락한 것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를 다수 받고 있다. 당사는 해당 게임에 대해 포켓몬의 어떠한 이용도 허락한 바 없다”라면서 “포켓몬에 관한 지식재산권의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를 거쳐 적절한 대응을 취해 나갈 의향”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2월 23일 현재까지 이렇다 할 법적 대응은 없는 상태다.
팰월드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을 향한 강도 높은 협박도 발생했다. 1월 21일 포켓페어 커뮤니티 매니저 버키는 개인 X를 통해 살해 협박이나 회사에 대한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조베 대표 역시 X를 통해 “팰월드에 대한 여러 의견을 받고 있다. 팰월드 관련 검수는 나를 포함한 다수가 진행하고 있다”며 “제작물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팰월드 아티스트에 대한 비방을 멈춰달라”고 말했다.
팰월드의 포켓몬 표절 논란은 ‘다크앤다커’를 둘러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의 저작권 분쟁과 결이 유사하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는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가 넥슨의 미출시 게임 ‘P3(가칭)’의 저작권을 무단 도용했다는 혐의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아이언메이스는 넥슨 P3 프로젝트 팀원 B 씨가 퇴사해 설립한 회사로, 넥슨에서 징계 해고된 P3 프로젝트 팀원 다수가 구성원으로 되어있다.
다크앤다커는 스팀을 통해 진행된 테스트가 동시접속자 수 1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은 게임이다. 2023년 게임사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 IP와 관련한 글로벌 라이선스 독점 계약도 체결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상도덕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가 서로를 상대로 신청한 다크앤다커 배포 금지와 영업 방해 가처분은 1월 26일 모두 기각됐다.
전문가들은 팰월드가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게임 운영 종료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강정목 법무법인 석률 변호사는 게임메카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 “국내에서 캐릭터 저작권 침해를 법적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다소 비슷하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지 않아 각기 다른 저작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만약 법원에서 팰월드가 포켓몬 디자인을 표절했다고 인정하더라도, 문제가 된 팰의 디자인만 교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즉, 소송으로 인해 게임 운영 자체가 종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