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에어인천 등 예비입찰 ‘4파전’…새 수익원 발굴 기회, 관건은 자금력이 될 전망
#‘아시아나의 이름값’…주요 LCC 입찰 참여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주관하는 스위스 금융기업 UBS는 잠재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와 비밀유지계약서(NDA)를 배포했다. 매각 주체인 대한항공은 인수 후보들 중 최종인수후보군(숏리스트)을 선정해 본입찰을 진행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10월 안에 거래를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예비입찰에는 제주항공·에어인천·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 등 대다수 LCC가 참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항공과 에어인천은 사업 방안과 자금조달 계획 등을 담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두 곳을 제외한 다른 LCC는 공식적으로 입찰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에어프레미아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에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비밀유지계약 때문에 인수의향서 제출 여부를 알려드릴 수는 없다”라고 했다.
에어로케이는 향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이번에는 UBS가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에 예비 입찰을 위한 자료를 보낸 것으로 안다”며 “관련 자료를 받지 못해 예비입찰 마감 시한인 2월 28일까지는 인수의향서를 내지 못한다. 추후 (입찰 참여 방안 등을) 매각주관사와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는 LCC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다. 2023년 3분기 국제화물 수송 점유율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20.7%)은 대한항공(43.6%)에 이은 국내 2위 사업자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자체 보유 화물기 8대와 리스(임대) 화물기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1조 6072억 원이다. 아시아나항공 전체 매출(6조 5321억 원)의 25% 수준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화주 네트워크’가 매력적인 요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국제화물 12개 국가, 25개 도시, 21개 노선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항공사 뒤에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PEF)의 관심이 더 컸다는 후문이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LCC는 본업을 하기도 벅차다. 사실상 사모펀드가 더 관심이 많은 상황이다. 매출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어프레미아는 JC파트너스가 지분 35.30%를 보유 중이다. 에어인천 최대주주는 51% 지분을 보유한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다.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에어로케이의 실질적 최대주주는 대명화학이다. 제주항공 최대주주는 애경그룹이다.
인수의향서를 낸 기업들은 정보가 제한된 상태에서 일단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UBS가 배포한 투자설명서에는 화물사업부의 자산과 부채 등 재무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아직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한 것이 아니라서 정보 제공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참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예비입찰 후 진행되는 예비실사를 거친 후 인수를 포기하는 LCC도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금력과 항공 화물기 사업 경험에서는 제주항공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항공의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2022년 기준 3646억 원으로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제주항공과 화물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을 제외한 LCC들은 화물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 두 곳을 제외한 LCC들은 벨리카고(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방식)로 일부 화물만 적재해왔다.
경험은 없지만 다른 경쟁력을 확보한 곳도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다른 LCC와 다르게 미주·유럽 노선이 중심이라는 강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노선의 70%가 미주·유럽 노선이다. 에어로케이가 속한 대명화학그룹은 택배회사인 로젠택배를 보유했다. 물류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이들 LCC들이 본입찰에도 그대로 참전한다면 결국은 자금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곳들은 출자자를 모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앞서의 항공사 한 관계자는 “신사업은 2~3년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사업을 유지할 만한 자금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게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LCC가 물류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자체 화물 물량이 있으면 사업을 영위하기 수월하다. 대표적으로 거론된 곳이 LX그룹과 한화그룹, 동원그룹이다. 다만 이들은 일단 선을 긋고 있다. LX그룹 관계자는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한화오션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검토한 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동원그룹 관계자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매각가를 두고 사려는 측과 팔려는 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출에는 벨리카고 수익이 포함된다. 때문에 인수 후에는 실제 매출에서 빠진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2022년(2조 9921억 원) 대비 46% 감소했다. 항공화물운임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부채는 1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기체도 대다수 노후화됐다. 인력 승계가 필수라는 점도 인수자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에 화물 물량을 맡기던 업체들이 계약을 유지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기존 고객과의 계약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논의가 오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쉽지 않은 길이 예상된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객기 운항률이 회복되면서 벨리카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화물 공급이 늘어나면 화물 전체의 단가는 떨어진다”며 “사업 노하우가 없어서 인수 후에도 한동안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은 인수후보를 유럽연합(EU)이 승인해야 확정된다. 다만 미국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퇴짜를 놓으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은 무산된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무산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엔진 MRO 사업 확장 준비
대한항공이 항공정비(MRO)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27년경 인천 영종도 부지에 신규 엔진정비공장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2월 6일 대한항공은 관련 투자비가 5780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기존 3346억 원 대비 늘어난 액수다. 사업 기회 확대에 따른 수주물량 증가 및 시공비 증가가 투자비 증가 이유다. 현재 대한항공은 경기 부천에 엔진정비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확장 이전하려는 것이다.
MRO는 기체·부품·엔진 등의 정비사업을 말한다. 대한항공은 일상적인 운항정비 등 경정비는 물론 핵심부품에 대한 중정비를 직접 수행한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은 중정비는 해외에 맡긴다. 대한항공 MRO 시설에 여유가 생기면 LCC 등 다른 항공사 정비 수주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로 대한항공의 실익이 적어지는 상황에서 MRO 사업 확장은 기대할 만한 요소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부천 엔진정비공장 규모는 대한항공 자체 물량을 겨우 맡는 수준”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될 시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물량도 (대한항공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