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원천기술 확보 노력 등 연구개발 지속…ODM 방식이 대안? LG전자 “재진출 계획 없어”
심지어 LG전자가 3년 전 철수한 모바일 사업을 다시 전개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한 곳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모바일이 없는 플랫폼은 외롭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면서 내부 연결기기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며 “신규 모바일 기기에 대한 타진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년 전에 철수했는데…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재진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단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한 직원은 “그 난리를 겪고 철수했는데 3년 만에 다시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일축했다.
LG전자 모바일 사업 부재에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CES 2024’를 보면서 LG전자 경영진 일부가 모바일 부재에 안타까워하는 메시지를 낸 것은 맞다”며 “모바일은 앞으로 나올 스마트홈과 같은 사물인터넷(IoT), 로봇과 인공지능의 융합 등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당초 LG전자가 MC사업본부(모바일)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며 “포기하고 손실을 줄이는 선택을 한 이상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에 재진출해도 좋은 실적을 거둘 확률도 높지 않다. 삼성전자마저 모바일 사업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조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가 2021년 7월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할 당시 중단영업손실이 1조 3000억 원에 달했다.
또 다른 난관은 인력 조달이다. LG전자는 2021년 MC사업본부를 통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인수자가 나오지 않아 전면 철수를 선택했다. MC사업본부 인력 약 3700명은 타 사업본부나 계열사로 재배치됐다. 당시 임직원의 상처가 깊었던 만큼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LG전자가 모바일 사업 재진출을 선택한다면 그나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로 모바일 사업을 일부 부활시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은 ODM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롱치어, 윙텍, 화친 등은 생산량 기준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 과거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 하청업체 취급을 받던 것과는 완전히 시대가 달라졌다.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을 정리했지만 관련 기술 연구개발은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6G 원천기술 확보에 노력 중이다. 6G는 2025년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될 예정이다. 6G 시대에는 만물지능인터넷(AIoE·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T업계 한 전문가는 “만약 LG전자 모바일이 부활한다면 ODM이 대안일 가능성이 그나마 있다고 본다”며 “하드웨어 생산을 맡으면서 의뢰주가 구축한 스마트폰 생태계에 합류한다면 다른 사물인터넷 사업으로 확장하는데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퍼스널(개인용) 디바이스에 대한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스마트폰 사업에 재진출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믿을 건 VS사업본부?
LG전자 VS사업본부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솔루션 등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해 3분기 매출 2조 5040억 원에 영업이익 135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4%에 달했다. LG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7월 13만 원대까지 올랐다. 이는 LG전자가 모바일에서 철수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증권가에서는 VS사업본부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LG전자 VS사업본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0.2%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노근창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품은 5% 이상 수익성을 장기적으로 기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부품업은 일반적으로 단가 인하 압력이 강한 영역으로 분류된다. 노 연구원은 이어 “과거 LG전자는 휴대폰과 TV 수익성이 동시에 좋을 때만 하이싱글(7~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왔다”며 “VS사업본부가 휴대폰과 TV사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들어 LG전자 실적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초만 해도 LG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 4871억 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전망치는 1조 2506억 원이다.
그럼에도 LG전자가 당장 기대할 만한 영역은 VS사업본부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LG전자의 다른 사업본부인 H&A, HE, BS 등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기업설명회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전기차 충전과 로봇, 렌탈 및 구독사업을 거론했다. 그러나 증권사 연구원과 펀드매니저들은 LG전자의 성장 전략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VS사업본부는 2018년부터 확보한 고수익성 수주 물량이 이익에 반영될 예정이고, 멕시코 공장 가동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며 “VS사업본부가 LG전자의 ‘멀티플 리레이팅(기업가치를 긍정적으로 재평가)’을 이끌었던 사업인 만큼 앞으로도 지켜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