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전망 속 주가·성과급 ‘뚝’ 김 대표 3월 비전 발표 주목…LG엔솔 “수요 회복 대비 효율적 투자 준비”
하지만 LG엔솔의 현재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LG엔솔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는 36만 원대까지 떨어졌고, 성과급도 기본급의 362%로 감소했다. 이에 LG엔솔 직원 1700여 명은 본사 앞에서 트럭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LG엔솔은 트럭 집회에 대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성과에 걸맞은 대우를 통해 함께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면서도 “회사가 이미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성과급 기준, 경쟁사 대비 처우 등 동일한 내용을 익명 트럭 집회를 통해 또 다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LG엔솔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 선임된 김동명 LG엔솔 대표(사장)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동명 사장으로서는 실적 이상으로 투자를 집행해야 하고, 끝없이 비관론에 맞서 임직원과 투자자들을 달래야 한다. 2차전지 기술만 연구해 온 김 사장에게 조직 관리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동명 사장 앞에 놓인 난제들
재계에 따르면 김동명 사장은 오는 3월 중 비전 선포식을 열 계획이다. 전기차 수요 감소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LG엔솔의 시장 개척에 대한 미래 전략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요구하는 성과 평가 및 보상체계에 대한 개선안도 담길 가능성이 있다. 김 사장은 최근 사내 토론장인 ‘엔톡’에 “구성원 개인의 성과를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고, 모든 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한 시스템을 정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동명 사장은 연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사장은 1998년 LG화학 배터리 연구센터에 입사해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을 거친 ‘기술통’이다. 기술에 대한 능력과 달리 조직 전체를 다루는 능력은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권영수 전 LG엔솔 부회장은 LG그룹 내에서 소통 전문가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권 전 부회장은 직원들의 건의에 곧바로 피드백을 주는 스타일이었다. 권 전 부회장은 LG엔솔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직접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엔톡을 만들었고,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시절에는 직원들의 건의에 출장 전용 헬기를 내줬을 정도다.
LG그룹 한 직원은 “권 전 부회장은 ‘직원들이 아침에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할 정도로 근무 환경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었다”며 “기저효과 때문에 김 사장은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 절감이나 비용 최소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2차전지 업황이 꺾이고 있다”는 불안감도 표출되고 있다.
#LG엔솔 낮은 주가, 우리사주 조합원 '끙끙'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LG엔솔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조 1420억 원, 2조 8314억 원이다. 그런데 증권가의 6개월 전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5조 3805억 원, 5조 4154억 원이었다. 반년 사이 예상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LG엔솔의 지난해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조 7455억 원, 2조 1632억 원이다. 증권가에서는 LG엔솔이 올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분석한 셈이다.
2차전지 부문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유럽 주요국의 보조금 축소는 현실화했고,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차전지 업계에서는 AMPC가 없었다면 지난해 4분기나 올해 1분기는 흑자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테슬라의 저조한 목표치나 GM의 신차 출시 지연 등 전기차 수요 자체가 감소 중인 것도 악재로 꼽힌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엔솔은 그동안 영업이익, 감가상각비와 기업가치를 비교하는 이브이에비타(EV/EBITDA)로 목표주가를 계산해 왔는데 자본 투하로 인한 장기 이익 가시성이 점점 근거가 약해지고 있다”며 “이럴 때는 보다 확실한 현재의 이익만으로 적정 시가총액을 측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LG엔솔의 주가가 상승하지 않으면 내부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사주 때문이다. LG엔솔은 2022년 1월 주당 30만 원에 상장했고, 직원 9564명이 815만 4518주를 받아 갔다. 이 가운데 일부 직원이 상장 직후 주식을 팔고자 퇴사했다. 2022년 6월 말 기준으로 우리사주 조합의 보유주식은 800만 2927주(지분율 3.42%)다. 우리사주 조합원은 인당 평균 2억 5578만 원을 투자했다.
LG엔솔 직원들은 우리사주 조합원 상당수가 아직 주식을 보유 중일 것으로 추정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LG엔솔 우리사주 조합 보유주식은 197만 3465주(0.84%)에 그친다. 그러나 상당수 직원이 개인 계좌로 옮긴 후 주식을 매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LG엔솔 다른 직원은 “한때는 평가이익이 100%를 넘었는데 지금은 대출이자를 감안하면 ‘똔똔’인 수준까지 추락했다”며 “애사심이 가장 강한 직원들이 뒤통수를 맞은 것과 다르지 않으니 회사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LG엔솔 또 다른 직원은 “평직원은 주식을 많이 팔았지만 부서장들은 꽤 큰 규모로 투자하고 아직 보유 중인 경우가 많다”며 “주가가 하락하는 날은 다들 몸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LG엔솔은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LG엔솔은 지난 1월 실적 발표 당시 “2027년 리튬황 전지 양산 등을 목표로 차세대 전지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향후 수요 회복 시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GM JV2 공장 및 스텔란티스·혼다·현대차 합작공장 등 북미 지역 내 생산거점 확대를 위한 준비에 집중하면서 시장 상황에 맞춰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투자비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